• [기고]노동개혁의 성패는 기업에 달려있다-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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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의 성패는 기업에 달려있다(경상일보, 2015.11.5.)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얼마 전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주한공관, 주한상공회의소, 외투기업 등 관계자 100여명을 초청해 K-Move 사업을 소개하고 외국인 고용주의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강점을 홍보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였지만 맥도날드코리아 조 엘린저 사장과 한국바스프 베른트 겔렌 사장,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딜로이트 아시아본부의 박성은 선임매니저 등 연사들이 참석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나라 노동개혁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회사(People Company)를 지향하는 맥도날드코리아는 18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중 주부 1600, 은퇴자 등 고령자 240, 장애인 230명에겐 다양한 복지 혜택과 함께 차별 없는 일터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임시직 비율은 OECD 평균과 대비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일단 임시직이 되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비정규직 함정이 존재한다. 맥도날드에는 배달꾼(rider)이나 고졸 혹은 인턴으로 입사해 매니저 등 관리자로 승진하는 관례가 일반화돼 있다. 맥도날드와 같이 비정규직이 역량을 인정받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보다 열린 시장이 되어야 비정규직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150년 전통의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바스프 한국법인은 1000명의 한국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근로자의 역량을 높이 사 중국, 홍콩 등 다른 나라의 바스프 법인에 50명 이상을 파견하고 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 최대 역량을 발휘하도록 포용하는 일터를 지향하는 한국 바스프는 신뢰된 근로시간’(Trusted Working Time·TWF)이라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결정하는 방식인데, 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할 필요가 없고 기준근로시간(Based Working Hours)을 지키고 주어진 일을 완수할 수 있다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자기 책임성은 강화되지만 여유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자기개발에 투자할 수 있어 근로자들의 만족감이 높다고 한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완결판이 한국 바스프의 신뢰된 근로시간(TWF)이다.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여성 고용률을 끌어 올리고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아시아본부에서 한국기업을 담당하는 30대 박성은 선임매니저는 우리나라에서 명문이라고 할 수 없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중견기업의 말레이시아 법인에 근무하다 역량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됐다. 2013년에 딜로이트에 입사해 지난 2년간 두 번 승진하였는데 간판과 연공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파격적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노사관계, , 제도 등 환경적 요인을 경쟁력 강화의 위해요인으로 지적하는데 맥도날드코리아, 한국 바스프도 외투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도 차별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시간이 아니라 일과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유연근무를 확대할 수 있다면 여성이라서 차별받지 않고 학벌이나 연공과는 무관하게 역량에 따라 인정받는 제2, 3의 박성은 선임매니저가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나올 수 있고, 궁극적으로 노사정 대타협으로 물꼬를 튼 노동개혁이 완성될 수 있다.

 

업데이트 2015-11-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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