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지원법 제정 시급하다(문화일보, 2015.12.2.)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7.4%로 2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얼어붙었던 내수가 살아나면서 청년들의 구직난도 어느 정도 완화된 듯하다. 그러나 청년들은 일자리 사정이 좋아졌다고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수많은 젊은이,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간주하는 실업률 산정 방식 등도 체감실업률과 공식실업률의 차이가 나는 원인이지만, 70%가 넘은 대학진학률, 많은 대졸자가 원하는 직장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없는 경제 구조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청년실업은 근원적으로 줄어들 수 없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는 청년실업을 해소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다.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는 기업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지원해 주고, 학습 근로자들을 지도하는 기업의 현장 전문가들에게는 지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학습 근로자들에게는 훈련수당을 지급해 훈련으로 인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도 급여상의 차별이 없도록 하고 있다.
학습 근로자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서 역량을 제고시킬 기회를 얻고, 참여 기업들은 생산성 제고와 함께 이직률이 줄어들어(특히 중소기업) 안정적인 인력 운영을 할 수 있다.
올해 13개 4년제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장기현장실습(IPP)형 일학습병행제는 현장과 괴리된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의 현장 적응 능력을 높여주고, 기업 중심 일학습병행제와 결합되면 중소·중견 기업의 구인난도 완화시켜 줄 것이 기대된다. 2017년까지 모든 특성화고등학교에 도입하기로 예정돼 있는 도제형 일학습병행제는 학교 중심의 직업교육을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또,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을 연계하는 유니테크(Uni-Tech)형 일학습병행제도 전문대학의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일학습병행제가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근원적인 대책의 하나가 되기 위해선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산업현장 일학습 지원에 관한 법’(일학습지원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훈련 프로그램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일정 비율 이상 반영토록 돼 있고, 학습 근로자에겐 훈련이 완료되면 평가를 거쳐 자격이 주어진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에 학습 근로자가 취득한 자격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인정되고 통용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는데, 일학습지원법이 제정돼야 일학습병행제 아래서 취득한 자격이 국가자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학습 자격이 대졸자들과 똑같은 수준의 직무 능력을 가지는 국가자격으로 인정될 때 청년들이 무조건 대학을 진학하려고 하는 경향도 완화되고 청년실업의 구조적인 원인의 하나가 해소된다.
독일, 스위스 등 도제형 직업교육훈련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이 청년실업 문제를 겪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도제형 훈련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국제노동기구(ILO)는 법적 기반이 뒷받침될 때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권고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학습지원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청년실업을 줄이고 중소·중견 기업의 인력난도 완화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