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노동조합 제 28주년 창립기념식 축사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반갑습니다. 여러분!
우리 공단 노동조합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총회 개최를 축하드리며, 오늘 뜻 깊은 자리에 초청해주신 손종배 위원장님을 비롯한 조합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오늘 노동조합 행사 참석 여부들 두고 약간 주저 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노동조합에서 저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한 상황에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외부 시각은 어떠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사를 떠나 우리 모두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이 우선되어야 하고, 아울러 여러 공단 현안사항과 관련하여서도 여러분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노사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바이지만, 공공기관 노사관계는 그 특성상 어느 정도 자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도 상급단체와의 관계 등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겠지만, 공단 경영층도 정부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공공기관 직원 입장에서는 정부 주도적 도입이 부당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즉, 국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성과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조직 이기주의로 느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공단 본부가 위치해 있는 울산만 하더라도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매월 수천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아픔을 겪고 있어, 그들의 눈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이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공단 사업과 관련하여서도 몇 가지 우려사항이 있는데,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미션으로 수행하고 있는 우리 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이는 것이 자칫 국민들에게 ‘자기 정체성 부인’으로 비춰 지지 않을지,
NCS기반채용 확산, 그리고 성과연봉제 보다 한 단계 나아가 NCS를 활용한 임금체계 개편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할 우리가 스스로는 변화를 거부하면서, 국민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우리가 미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년이 보장되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근로여건을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고, 또 그러한 여론들이 정부 의사결정에 즉각 반영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 공단만 하더라도 내년도 인력증원과 관련하여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정부는 공공기관 전체에 대해 인력증원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고, 고용부 산하기관만 하더라도 제한된 인력을 놓고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 공단 노사가 겪고 있는 갈등상황, 최근 몇 년간의 대규모 인력증원, 이웃 근로복지공단의 신규 사업 인수로 인한 인력수요 증대 등 주변 환경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최대한 많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바, 그에 더해 노동조합의 지원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우리 노사 모두가 주어진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냉철하고 폭 넓은 시야를 견지해야만 하는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친애하는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 여러분!
지난 7월1일에는 신규직원 임용식이 있었고, 저는 그 행사가 최근 몇 년간 부쩍 상승한 우리 공단의 위상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주 임용식은 84명의 대규모 신규직원을 새로이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전국 각 지에서 80여명이 넘는 임용직원 가족들이 축하를 위해 울산 본부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방문해 주셨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가족들의 이러한 수고스러움이 최악의 청년취업난을 뚫었다는 것에 대한 단순한 축하의 의미를 넘어, 내 가족 중 한 명이 ‘한국산업인력공단’ 이라는 중요하고 비전 있는 기관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규직원의 대규모 유입에 따라 우리 공단 인력구성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이 변화 또한 우리 공단 조직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새로운 식구들이 우리 공단을 무대로 역량을 발휘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선배들의 세심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신규직원 임용과 관련하여 이 자리를 빌려 노조 집행부 및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해 여러 갈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단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참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원래 확보된 정원에 더해 추가로 인원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이 실업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 시기에 기존 직원들의 대승적인 양보로 조금이나마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게 되어 최고 경영자로서 감사드리며, 여러분들도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긍지를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지난 6월에는 ‘15년도 정부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었고, 우리 공단은 지난 해 C등급 보다 한 단계 상승한 B등급을 달성하였습니다.
외형상으로는 1단계 상승에 불과해 보이지만 18개 평가대상 기관 중 지난 해 17위에서 금년 10위로 7단계 순위가 상승하여, ‘14년 평가 정규분포 비율 적용 시 실질적으로 2단계 상승한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 우리 스스로 축배를 들기에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인력부족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대폭 향상된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둑에 복기(復棋)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승부는 이미 가려졌지만, 그럼에도 무엇이 묘수고 어디가 패착인지 살펴봄으로써 반성과 경계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가 서로에게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노사 모두에게 복기(復棋)의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우리에게 놓여 진 상황들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만, 이 모든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으며, 저는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건대 노사가 지혜를 모은다면 현재의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축사를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노동조합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총회를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이제 곧 하계 휴가가간이 시작됩니다. 모두들 휴가계획 잘 세우셔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 07. 07.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박영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