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1=?, 100+1=?
    청렴 그 사소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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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창희 (사)EK 윤리지식연구소 소장 /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청렴교육센터장

“먼저 인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부 공사로 불편하게 해 죄송합니다.”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어 있는 문구이다. 국민의 80% 이상이 거주한다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엘리베이터에는 모두 게시판이 있다. 주요 행사와 공지사항, 공동주택 대표자 회의결과, 구청 등 안내사항을 게시한다. 중요 계약체결현황, 예·결산사항도 포함한다.
 

우리 집 공사를 하니 불편하게 하여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도 있다. 간혹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초등학생의 손글씨 포스트잇도 붙어 있다. 엘리베이터가 주민과 관리사무소, 주민과 주민 사이의 대화와 소통공간이 되고 있다. 또한, 주인인 주민이 매달 납부하는 관리비가 어디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시설보수·공사 등 계약은 어떻게 어떤 업체에 얼마에 체결되었는지도 공개한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관리비고지서 한 쪽에 있어서 대부분은 잘 모르고 있던 것들인데,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관리비, 계약체결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로, 누군가 보고 있다는 CCTV 역할도 한다. 아주 흔한 일이고 당연히 있는 게시판이라 생각하지만, 엘리베이터 게시판이 만들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시작은 누군가의 사소한 발상과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그간 반부패, 청렴윤리에 대해 연구하고 현장의 각 기관에서 청렴윤리 강의를 해 오면서 공직부패와 윤리문제 뿐 아니라 공동주택 비리 등 생활 현장의 부패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공동주택 부패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반부패시스템 구축과 운영, 입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한 창의적 발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부패비리 문제는 그 원인이 다양하지만 허술한 관리규약, 감시·감독 장치 등 효과적 시스템 미비와 대다수 입주민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신의성실에 의해 공동주택 대표자와 관리자를 임명하고 수탁자 역할을 주었지만 부패비리는 다반사로 발생하였다. 부패비리 문제를 떠나 입주민간의 갈등, 불신, 행복하지 못한 곳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꼼꼼히 하고, 회계 투명성 확보장치, 대표자에 대한 정기적인 윤리교육, 감사 장치 등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더 중요한 것은 입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갖게 한 것이며 투명한 공개였다. 사소하지만 엘리베이터 게시판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부패비리를 예방하는 효과적 시스템 중에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구석진 골목에 2대의 차량 모두 보닛을 열어둔 채 주차시켜두고, 차량 한 대에만 앞 유리창이 깨져있도록 차이를 두고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 보닛만 열어둔 멀쩡한 차량은 일주일 전과 동일한 모습이었지만, 앞 유리창이 깨져있던 차량은 거의 폐차 직전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심지어는 차량 안의 물건들이 없어졌다.

깨진 유리창 실험이다.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만든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뉴욕 지하철처럼 무질서, 낙서, 새치기, 버려진 쓰레기, 사소한 위반 등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사소한 깨진 유리창 해결이 더 큰 범죄를 막는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깨진 유리창들은 수없이 존재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것, 지금까지 문제없었던 것, 누구도 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 습관처럼 여겨왔던 잘못된 관행들. 아주 사소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서, 귀찮아서,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하겠지 등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안 보이는 것들이다. 또한, 업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규정과 제도 미비와 운영의 취약성, 잘못된 업무 프로세스와 선례 등도 있다. 최근 발생한 공직자 땅 투기 문제, 건설현장의 대형사고 등이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고 개선하지 못한 결과이다.

하인리히 법칙인 1:29:300의 법칙처럼 평균적으로 한 건의 큰 사고(major incident)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minor incident)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near misses)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형사고든 부패비리 문제든 1이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처분과 재발방지도 중요하지만 300이라는 깨진 유리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문제를 바로 찾아내고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면 원가는 1밖에 안 들지만,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원가는 100배가 된다. 거의 회복 불능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청렴은 사소함이다. 사소한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느냐다. 아주 쉬운 수학, 아니 산수가 있다. “100-1=99, 100+1=101이다.” 정답이다. 수학으로 계산하면 맞다. 그러나 청렴부패법칙에는 안 맞다. 100-1=0이다. 1이라는 깨진 유리창이 99가 아니라 모든 걸 잃게 한다. 100번을 잘하다가 1번을 잘못 판단하면 존재하기 어렵다.

반면 100+1=101이 아니라 200, 300이 될 수 있다. 사소한 1이라는 깨진 유리창을 찾아내고 1이라는 사소한 창의적 발상을 통해 개선한다면 엄청난 경쟁력과 이(利)로움을 주는 것이다.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1의 힘이다. 생활 속에서, 업무단위에서 1이라고 하는 사소함을 찾아보자. 관심을 가지면 보인다. 청렴 실천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업데이트 2021-08-3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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