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해외취업 생존기
    호주에서 네 가지 직업으로 인정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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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더 넓은 세계와 색다른 경험을 갈망했던 나는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의 친구들과 펜팔을 할 정도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미국 유학 준비를 위해 외로운 서울살이, ‘생존’을 시작했다.

영어를 독학하며 학비를 모으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며 치열한 20살을 보냈다. F1 학생 비자 인터뷰까지 모두 혼자 준비했다.
글. 서연주(우수상, 호주) 

* 2020년도 성공 해외취업 수기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꿈에 그리던 미국 유학에서 마주한 어려움 

그렇게 나는 2017년 겨울, 뉴욕으로 향했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와 수업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첫 학기, 방송부 활동을 하며 언어 한계와 문화 장벽으로 조금 힘겨운 시간을 버틴 두 번째 학기까지. 내가 그려온 꿈같은 유학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세 번째 학기에 내 인생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친구들을 선물 받았다. 파티를 갈 때 서로 페이스 페인팅을 그려주고, 학교 앞 거대한 온타리오 호수에서 수영과 산책을 즐겼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 모임이라 네팔, 프랑스, 베트남 음식도 해먹고 나의 떡볶이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홀로 떠난 유학길에 재정 상황은 점점 나빠져, 결국 학생 비자를 유지하지 못하고 미국을 떠나야 했다. 무기한 휴학이 결정되어 워킹 홀리데이라는 대안을 선택해야 했다. 그렇게 워킹 홀리데이는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고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너무 공손하지는 않게, 자신 있게

시드니에 도착했지만, 수중에 남은 돈은 약 40만 원 남짓. 미국과 마찬가지로 혈혈단신, 홀로 살아남아야 했기에 도착 첫날부터 시차 적응도 잊은 채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기 시작했다. 직접 거리로 나가 구직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력서를 뽑아 거리로 나왔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밝게 웃되 지나치게 공손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 있게 악수를 하고 ‘난 역량이 충분한 사람이니 나를 뽑는 게 좋을걸?’이라는 뻔뻔한 태도가 필요했다. 그렇게 호주 아동 문구계의 국민 브랜드라고 불리는 ‘Smiggle(smile+giggle의 합성어)’에서 Just Group 소속의 판매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용법 숙지 후 연령별 취향에 맞는 상품 제안

Smiggle의 고객은 아이부터 부모까지 연령 스펙트럼이 넓어 각기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그 외에도 타깃 상품에 집중하는 판매법, 매칭 아이템을 거부감 없이 제안하는 법 등 커뮤니케이션 전공자였던 나는 이러한 것들을 빠르게 배우고 조금씩 손님들에게 다가가 나중엔 단골고객을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Smiggle에서 개발하는 상품들은 촉감, 향기, 색상, 독특한 디자인들이 많아서 판매직원인 내가 미리 경험한 지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했다. 개발된 상품을 받아볼 때 사용법을 숙지하려 했고, 덕분에 상품 진열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었다.

 

이곳의 채용 매니저는, 워킹 홀리데이로 최대 일할 수 있는 6개월을 채우고 다른 직업에 도전하는 내게 “찰리(영어 이름), 널 뽑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충분히 특별한 가치를 가졌으니 자신감을 잃지 마”라고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그런 믿음에 보답하듯 나는 하반기 개인 최고 KPI를 달성하였고, 확실히 그때의 성취감은 그동안의 부담감을 씻어주었다.
 

도전 정신 하나로 일군 네 개의 직업과 성과들

Smiggle에서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더 많은 근로시간이 필요했다. Second job을 구하기 위해 Darling harbor 앞 수많은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넣었고 하부 선착장 근처 분위기 좋은 pub에서 면접 기회를 잡았다. 이력서가 홀이 아닌 키친 파트로 잘못 전달된 해프닝이 있었지만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결국 키친 핸드의 기회를 얻었다.

한 달이 지날 즈음, 분주한 런치 타임에 나만 멍하니 있는 것이 불편해 간단한 버거 조리법을 배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평소 신뢰를 쌓은 덕분에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2주 만에 보조를 거쳐 석 달 만에 Chef가 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점점 숙련되어가던 차에 손을 다치게 되어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참에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자는 생각에 Indeed와 Seek 닷컴을 통해 이력서를 냈고 에어프랑스 항공사 사후 처리 부서에서 연락을 받았다.

면접 때 미국 유학 당시 기숙사 데스크 업무 경력으로 PR을 했는데 꼭 관련 직종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역할을 현 상황과 관련지어 이야기한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우 반년을 일할 수 있는 비자였지만 나는 결국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Customer Care handling agent로 채용이 되었기에 고객 서비스가 가장 기본이었다. 다행히 CS 경험은 다방면으로 있었고, 항공사와 항공기 용어들에 익숙해지고 나니 수하물 지연, 파손 등의 경위 조사와 경중에 따라 사과와 보상을 하는 간단한 업무에서, 기내 사건, 사고와 같이 신입이 담당하기 어려운 케이스도 접할 수 있었다.
 

한편, Smiggle과 에어프랑스의 업무는 체력 소모가 많지 않다 보니 저녁에 남는 시간이 아까워 며칠 동안 이력서를 돌렸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세 번째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Head waitress 승격을 제안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마지막 네 번째 직업은 미스터리 쇼퍼였다. 시급도 시간도 높지 않았지만 평소 흥미를 가졌던 일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미스터리 쇼핑 관리 요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단순한 감시자를 넘어 ‘소비자 만족과 직결되는 서비스의 질을 책임지는 일원’이라고 강조하던 매니저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아직은 한계 짓고 싶지 않은 나의 가능성

어떻게 완전히 다른 일을 한 번에 해낼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본인의 역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당장의 목표는 또 다른 나라로 워킹 홀리데이에 도전하고, 돈을 모아 친구들이 있는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영어를 독학한 자부심으로 영어 교육 콘텐츠 개발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어 관련 쪽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나는 이제 마음먹은 일에 자신 있게 도전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업데이트 2021-12-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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