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 청렴 자물쇠, ‘이해충돌방지법’
    글. 이재일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익신고센터장
  • 2061    

미국 듀크대의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교수의 저서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을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 얘기한 바 있다.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선택의 기준은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윤리적 모습과 그 이면을 택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이익 중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소소한 작은 거짓말들을 하며 주어진 상황에 자신의 판단을 빗대어 보는데, 그로 인해 평균적으로 10분에 세번씩은 ‘소소한’ 거짓말들을 하며 자신의 거짓말을 포장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어느 누구나 청렴의 기준에 대해 고민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잠깐의 일탈로도 부패에 가까운 행동을 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하기 위한 일화로 열쇠공 이야기를 소개한다.
 

 

“세상 사람들 중 1%는 절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지 않지만, 또 다른 1%는 아무리 자물쇠를 단단히 채워 놓아도 어떻게든 문을 열어 물건을 훔치려고 합니다. 나머지 98%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진 상태에서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자물쇠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정직하게 남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평범하고 우리와 같은 착한 사람들이 선택적 행동을 하는데 있어 자물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면 우리는 정직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는 직무를 수행할 때 공익을 우선시해야 하며, 공적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사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자라면 누구나 명심해야 할 기본원칙이지만,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오로지 공직자들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평범한 공직자들은 위 이야기의 자물쇠처럼 튼튼한 반부패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때 비로소 공평무사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2년 5월 시행 예정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이해충돌에서 비롯되는 부패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해충돌’은 공적 의무와 사적 이익 사이의 딜레마 상황을 의미한다. 이해충돌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공직자의 직무수행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거나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공기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정한 재산 취득, 공직자 가족의 채용이나 수의계약 체결,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상대방에 대한 업무 처리 등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고 부정한 사익 추구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공직자가 준수해야 할 10가지 행위기준을 담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청렴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출발점이었다면, 이해충돌방지법은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반부패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주요 내용 : 10개 행위기준

신고·제출 의무 : 5가지 

1 사적이해관계자 신고·회피·기피 및 조치(제5조, 제7조) : 공직자는 사적이해관계자(대리인 포함)를 대상으로 16개 유형의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그 업무를 회피

2 공공기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제6조) :부동산을 직접 취급하는 공공기관 공직자와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배우자의 직계존비속으로서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 포함)이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을 보유·매수하는 경우 신고 / 부동산을 직접 취급하지 않는 공공기관 소속 공직자라 하더라도 택지개발, 지구 지정 등 부동산 개발 업무를 하는 경우 동일하게 신고 의무 부과

3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신고(제9조) : 공직자, 배우자, 직계존비속(배우자의 직계존비속으로서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 포함) 등이 공직자의 직무관련자와 금전, 부동산 등 사적 거래시 신고

4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제15조) : 직무관련자인 소속기관의 퇴직자(공직자가 아니게 된 날부터 2년 이내의 자에 한함)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을 하는 경우 신고

5 고위공직자의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제8조) : 고위공직자는 임기 개시일 기준 최근 3년간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 소속기관장은 이를 공개 가능

 

제한·금지 행위 : 5가지

6 가족 채용 제한(제11조) : 공공기관(산하기관, 자회사 포함)은 공개채용 등 경쟁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고위공직자 등의 가족 채용 금지

7 수의계약 체결 제한(제12조) : 공공기관(산하기관, 자회사 포함)은 고위공직자 또는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배우자의 직계존비속으로서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 포함) 등과 수의계약 체결 금지(생산자가 1명뿐인 경우 등 허용)

8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제10조) : 직무 관련 지식·정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등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외부활동을 원천적으로 금지

9 공공기관 물품 등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제13조) : 공공기관 소유하거나 임차한 물품·차량·건물·토지·시설 등을 사적으로 사용·수익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사용·수익하게 하는 행위 금지

직무상 비밀 또는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제14조, 제27조) : 직무상 비밀 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할 경우 7년 이하 징역형이나 7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그 이익은 몰수·추징 /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에 대해서도 적용되며, 직무상 비밀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얻은 제3자도 처벌


업데이트 2021-12-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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