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미래, 뿌리산업의 인재 육성에 달려 있습니다
    배명직 (사)기능한국인회 회장 기양금속공업(주) 대표
  • 2220    

기양금속공업(주)의 배명직 대표를 수식하는 단어는 무수하다. 

8호 기능한국인, 대한민국 명장, 대한민국 기능장, 대학교수, 산업현장 교수, 합덕제철고 특임교사….

종류도 많고 의미도 다양하지만 이 단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인’이라는 것이다. 2018년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 회장으로 취임한 뒤

연임을 거쳐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배명직 대표를 만나 대한민국 기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예우받아야 마땅한 기능인을 위하여

평생을 기술인으로서 살아온 배명직 대표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대가로 꼽힌다. 1985년, 겨우 27살의 나이에 기양금속공업을 창업하면서, 연구개발을 통해 재료의 표면 특성을 개선하며 세상에 없던 기술을 만들어냈고 그가 이룩한 표면처리 기술은 군수산업부터 생활용품까지 숱한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기술로 지금까지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표면처리 명장이자 8호 기능한국인이라는 대표적인 타이틀은 배명직 대표에게 큰 사명을 안겨주었고, 특히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의 회장이라는 직함은 365일 대한민국 기술인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할 만큼 무거운 것이었다.

 

“기능한국인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후원으로 매달 1명씩 선정되고 있습니다. 2006년 8월부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공한 기능인을 발굴하고 있는데 반드시 공업고등학교 출신이어야 하고 또 기업의 대표여야 해요. 저는 2007년 7월에 8번째 기능한국인으로 선정이 됐지요.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이하 기능한국인회는 이런 배경 안에서 ‘기술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2012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각 분야에서 엄선된 기능한국인은 기능한국인회의 일원으로서 산업과 교육 현장에서 기술 증진, 후진 양성과 함께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하며 기능인 상호 간의 친목과 권익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2021년 마지막 날, 그를 찾아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속에서 그가 기능한국인과 기능한국인회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한다.

자수성가한 기술인들의 모임이기도 한 기능한국인회에서 회장직을 맡은 그는 기술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품고 기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가 회장직에 오르면서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바로 기능한국인에 대한 예우 문제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회장 취임 직후부터 정부에 기능한국인에 대한 휘장 수여를 끊임없이 건의한 그는 결국 그 주장의 당위성을 인정받았고, 정부는 2018년부터 기능한국인에게 휘장을 수여 하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청소년에게 꿈을 주는 기능인 

배명직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라나는 청소년과 후진 양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조국 근대화를 이끌어온 기술인들이 있었듯,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뿌리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기술인들에게 달려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꽤 규모가 큰 장학사업을 기능한국인회에서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기능한국인회 회원들은 지금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롤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사’자 직업이 아닌, 훌륭한 기술인이 되어도 명예와 부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는 산증인이 되고자 하는 거지요. 그래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장학사업이에요. 올해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2억 6천 5백만 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했고 7천만 원은 기능올림픽 선수육성사업 비용으로 내놨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공업계 고교 학생들과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인 중학생들, 다문화가정의 공업고등학교 재학생들에게 인당 100만 원씩 전달했습니다. 기술직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우리라도 뿌리산업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장학금을 주고 가르치고 교육하고자 했죠. 내년부터는 교육부와 함께 채용과 교육을 연계하는 사업도 할 예정입니다.” 

 

회장으로 선출된 뒤 ‘기능인이 존경받는 사회, 청소년에게 꿈을 주는 기능인’이라는 슬로건을 부르짖었던 배명직 대표가 지난 4년간 걸어온 길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다.


뿌리산업을 위한 인재양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배명직 대표는 1959년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작은 빈농의 맏아들로 태어나 기술로 삶을 바꾼 대표적인 인물이다. 소위 ‘문제아’로 학창 시절을 보내던 그가 자신의 삶의 방향을 튼 것은 고3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취득한 화학분석기능사 2급 자격증 덕분이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자격증을 손에 쥐고 태평양 같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은 그는 그때부터 진짜 ‘기술인’으로 살겠다는 꿈을 꾸었다. 어린 나이에 창업한 이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환경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크롬프리도금법, 석재 도금 방식 등을 개발, 도금 관련 특허권만 15개를 취득해냈다.
 

현재 그가 다루고 있는 분야는 표면처리가 필요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해·공군에 들어가는 방위산업 전문 표면처리 기술, 항공·우주산업 같은 특수사업 분야 개발 등 양산품 표면처리 기법, 여기에 계열사 태광산업, 주식회사 BMJ를 함께 운영하면서 생활분야 완제품까지 맡고 있으니 말이다. 금속과 전기, 화학공학이 한데 어우러진 도금 분야를 놓고 ‘예술’이라고 칭하는 그의 말에는 27살 청년이 가졌던 진한 자부심이 변함없이 깃들어있다.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산업의 기초입니다. 이 기초가 무너지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어요. IT도 마찬가지죠. 반도체도, 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뿌리산업이 있어야 점차 하이테크가 되는 겁니다. 스마트폰, 자동차산업 역시 95% 이상 뿌리산업으로 연결돼요. 그런데 우리 산업을 두고, 첨단산업을 뒷받침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닌데다 뿌리산업 인력이 점차 고령화되고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죠. 정작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문하지 않아 고사 상태가 되어 간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배 대표에게는 소망이 있다. 이제라도 국가에서 뿌리산업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이다. 공업고등학교에서 뿌리산업에 특화된 과를 만들고 숙련기술인들이 직접 실무와 이론을 가르치는 시스템을 만들어준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탄탄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한다. 

 

“올해 기능한국인회는 170명 회원에 총 2조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단체가 됐습니다. 고용 창출도 8천여 명에 달하지요. 연 매출 100억이 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연령대 역시 점점 젊어지고 있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기능한국인회의 위상을 올린, 회장으로서 성취가 큰 한해였지요. 앞으로도 기능한국인회가 많은 역할을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배명직 대표는 현재 회장으로서 마지막으로 공들이고 있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을 통해 9월 9일 숙련기술인의 날을 정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해 국회만 30회 이상 방문했다는 그는 수많은 의사결정 기관을 거쳐 현재 이 안건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술직에 종사하면 고생하고 먹고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기술인들이 최고의 예우를 받고 경제적인 부를 취할 시대가 올 것입니다. 편견을 거두고 우리 산업의 근간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평생을 기술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배명직 대표. 그에게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는 여전히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석 위에 단단히 서 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업데이트 2022-01-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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