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 적용은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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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 투명사회운동의 4대 가치는 정직·공정·공익·공개이다. 이 중 가장 어려운 개념이 공정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공정(公正)을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영어번역으로 justice, impartiality, fairness를 제시하고 있어 공정이 정의로움(올바름), 불편부당함, 공평함을 포괄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며 ‘공정’을 강조한 바 있다. 2020년 9월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 연설에서는 ‘공정’이라는 단어를 모두 37번 언급하고 ‘불공정’은 10번 거론했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자신이 임명했지만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윤석열 당선인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공정의 반대말 혹은 반대 되는 개념으로는 불공정, 반칙, 특권, 특혜, 차별 등이 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의미는 그만큼 우리사회가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이라는 뜻이다. 국민들이 공정한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바란다는 것이다.

 

공정이 무엇이냐, 어떻게 공정성을 획득할 것이냐는 사람에 따라, 또는 적용되는 영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정의와 공정을 집중 연구하는 규범적 정치이론을 전공으로 하는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 때 세상에 완벽하게 공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저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르고 타고난 능력과 성향, 외모 등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삶의 모든 순간이 불공정의 연속이다. 때문에 하나의 정답보다는, 사회 구성원이 ‘이런 것’이라고 합의한다면 그게 바로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입시에서 농어촌 출신과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기회균형전형은 역차별이나 불공정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존속하는 건 지역 균형 발전과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해 ‘용인될 수 있는 불공정’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나 국가유공자 가산점 제도도 비슷하다.”
 

그러나 어떤 사건, 어떤 행위가 공정한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쉬운 영역도 있다. 법 또는 도덕과 같은 사회규범과 관련될 때다. 어떤 사람에게는 적용되는 법과 도덕이 특정한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가 보아도 공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함께 주가조작을 공모했는데 어떤 사람은 구속되고 어떤 사람은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걸 공정하다 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권의 내로남불성 행태를 규탄하고,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지탄한다.
 

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바람직하게 이끄는 최소한의 규율은 법이다. 법을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법을 가진 자, 권력자에게는 관대하게 적용하고, 가난한 사람, 힘없는 서민에게만 곧이곧대로 적용한다면 그런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새 정부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도덕성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요구할 터이니 제발 법적용은 공정하게 해 달라. 적어도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한 사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윤석열 당선인 임기동안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업데이트 2022-06-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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