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하게 살아나는 환경! 폐기물 심폐소생술 업사이클링
    재활용을 넘어선 새활용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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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 빈 병으로 만든 조명 등 폐물이 활물로 살아나며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 새활용. 지금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 비즈니스에 도전할 적기다. 


가치를 더하다! 지속가능한 새활용 이야기 

지구가 거대한 쓰레기통이 된 지 오래다. 매년 전 세계에는 69억 톤이 넘는 플라스틱이 버려지며, 5천만 톤 이상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연간 10억 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마스크 및 폐지 등 각종 일회성 소모품 쓰레기까지 늘어났다. 이쯤 되면 숨만 쉬어도 나가는 건 돈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매 순간 무의식 중에 쓰레기를 만들어내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위험한 존재다.
 

한편, 이러한 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새활용’이라는 우리말로도 불리는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사용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리사이클링Recycling과의 차이점은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킨다는 데 있다. 예컨대 다 먹은 우유팩을 냄비 받침대로 쓰면 재활용이지만, 이를 지갑으로 만들면 새활용 즉 업사이클링이 된다. 폐기물을 높은 수준과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전까지 업사이클링 비즈니스는 ‘리자인Resign’의 대륙 유럽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ESG 경영과 탄소제로 등 환경윤리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에, 가치 소비를 중시하며 그린슈머가 되길 자처하는 MZ세대의 기호가 더해져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made in 폐기물, 힙한 패션 트렌드가 되다 

업사이클링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곳은 패션산업 분야다. 최신 유행 의류를 빠르게 유통하는 SPA 브랜드의 확산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풍조를 몰고 왔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연간 9,200만 톤에 달하는 의류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옷을 만드는 면화재배에 쓰이는 농약 사용량과 버려진 의류 소각 및 매립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심각성을 느낀다면, 지금부터는 업사이클링 의류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SPA 브랜드 중에서는 H&M의 행보가 돋보인다. 해안 폐기물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바이오닉을 주재료로 ‘컨셔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한편, 매장 내 의류수거함 운영 및 ‘루프Looop’의 도입으로 에코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했다. 특히 스톡홀름 매장에 설치된 루프는 낡은 의류를 새 옷으로 재탄생시켜주는 기계로, 세계 유일의 인사이드 업사이클링 장비다.
 

그밖에 업사이클링의 오랜 권위자로서 트럭 방수천을 재활용해 가방을 제조하는 스위스 패션기업 프라이탁 Freitag, 폐기된 와인병의 코르크로 신발을 만드는 캐나다 브랜드 솔SOLE, 수명이 다한 패러글라이더 등 레저스포츠 폐기물로 가방을 제작하는 국내 기업 오버랩 등 업사이클 패션을 주 업종으로 성장궤도를 달리는 이들도 많다. 순환 패션을 통한 재활용 혁명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과 건축 업계에도 대세는 ‘업사이클링’

매년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상품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유통되기도 전에 버려지는 식품이 많다.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들은 이 같은 문제에 주목한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소재의 스펜트 굿즈 컴퍼니The Spent Goods Company는 맥주 제조과정에서 버려지는 곡물 부산물로 각종 제과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국내 기업 어글리어스는 모양·크기 등의 문제로 폐기될 채소를 활용해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푸드업사이클링은 식품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한 푸

드테크Food tech와의 융합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 예상된다.
 

 

한편, 건축 폐기물을 통해 업사이클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의 스톤사이클링 StoneCycling은 건설 분야에서 배출되는 철거 폐기물을 재활용해 벽돌을 생산, 탄소 저감 등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이다. 국내 스타트업 톤도씨는 건설 현장에서 버려지는 대리석, 벽돌, 목재와 모래 등을 재료로 새로운 가구와 실내 소품을 만든다. 건설 폐기물이 전체 배출 폐기물 종류 중 44.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보는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환경을 위한 궁극적 목표와 제로 웨이스트

앞서 살펴본 패션, 식품, 건축 등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의식주에서 파생되는 업사이클링 기술은 앞으로도 꾸준히 각광받을 것이다. 물론 그밖에도 폐기물로 만드는 오케스트라 악기와 미술 작품, 폐컨테이너를 재사용한 건축물, 해양쓰레기를 활용한 서핑보드 등 다양한 산업 분야가 업사이클링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쓰레기를 ‘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의 개념과는 달리 처음부터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개념의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역시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생분해가 되는 제품을 만드는 행위, 호텔에서 폐기하는 비누를 소외 지역에 배포하는 솝사이클링 Soap Cycling 등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비즈니스가 대표적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업사이클링계의 후발주자다. 하지만 최근 새활용이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며, 그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7년 건립된 서울새활용플라자 등 업사이클링 분야에 도전하는 사업가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점차 마련되는 추세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지속가능한 초록빛 아이디어를 펼쳐볼 때가 아닐까.


글 박소현 • 참고도서 「오늘부터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장서영 지음, 비즈니스맵) & 「2022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KOTRA 지음, 알키) 35 

업데이트 2022-06-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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