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기술명장으로 가는 길
    글 정다운(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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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자격증 취득이 가져온 행복 

2009년 4월 23일, 대학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환경기술담당 시설정비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갑작스레 공대로 전향하다보니 모든 것이 생소했다. 당연히 국가기술자격증은 하나도 없었고 “자격증은 굳이 필요하지 않아, 업무만 잘하면 돼”라는 우둔한 생각과 착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관·기계 설비 유지 보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며 일반배관과 특수배관 용접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이 꼭 필요하게 되었다.

제일 큰 문제는 실기였다. 처음 접해보는 용접은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만, 몇 달 간 매일 회사 작업장에 남아 밤을 지새웠다. 그 결과, 첫 응시 만에 전기용접기능사·특수용접기능사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었다.
 


산업기사 2개 자격증을 동시에 따내며 

이때부터 자격증은 나를 바꾸고 성장시킬 수 있는 희망이 되었다. 독학으로 에너지관리기능사에 합격했고 연이어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에 도전했다. 하지만 첫 산업기사 필기시험에서 낙방하며 실패를 맛봤다. 업무 이해도 없이 지식으로만 외운 것이 패전의 원인이었다.
 

이후 관련 부서로 이전을 신청, 실제 설비를 직접보고 파헤치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용접산업기사 필기시험까지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과는 드디어 합격! 너무나 기뻤지만 실기가 남아 있었다. 2개 자격증 모두 2가지 실기과제를 통과해야 했는데, 정말이지 첩첩산중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했던가. 협력업체 소장님께서 마이스터고 실습 교생 분을 소개시켜 주셨고 밤낮으로 끈질기게 도움을 요청한 끝에 합격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었다. 연습 또 연습! 그 피나는 노력 끝에 공조냉동기계·용접산업기사에 동시 합격하며 회사에서도 매사 도전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졌다.
 

 

기술명장을 꿈꾸며

이후에도 자격증 취득은 계속되었다. 주말에 치를 수 있는 자격시험에는 거의 다 도전했다. 위험물, 가스, 소방 등 업무 관련 자격증만 10개. 회사 경영에 꼭 필요한 에너지관리기사, 산업안전기사 자격도 추가로 취득하며 대체 불가한 직원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회사의 인정을 받으며 핵심 업무 부서로 이동해 많은 성과도 냈으며, 후배들과 함께 자격증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스기능장, 위험물기능장을 추가로 따내며 과분한 일들도 잇따랐다. LG그룹의 핵심인재로 선정되어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로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회사 연수원에서 경영학사 학위도 받았다.

국가기술자격 작업형 실기 감독위원 및 과정평가형 자격 모니터링, 시험 감독위원으로도 참여하며 업무와는 다른 설렘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포스코에 재직 중인 명장님을 뵙게 되었고 ‘기술명장’이라는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온 도전과는 또 다른, 기술명장이 되기 위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더 큰 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먼저 대학원 공학석사 학위 과정과 공조냉동기계기술사 공부를 동시에 시작했다. 옛말에 공부에는 끝이 없다고 했던가. 매일 매일 주말도 새벽까지 공부에 매진해도 늘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는 아래층에서 불이 난 줄도 모르고 공부를 하다 도서관 아르바이트생에게 혼이 나 쫓겨 날 정도였다.

지치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영원한 지원군이자 삶의 전부, 언제든 나를 믿어주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보며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자’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쓰디쓴 인내의 시간을 견딘 결과, 꿈에 그리던 기술사 자격증을 따낼 수 있었다.
 

자격증 취득은 무슨 일이든 간절히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뿌리 깊게 심어주었고, 매사에 겸손하고 선한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일도 나를 찾아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글로벌인프라총괄부서로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된 것이다. 새로운 연봉계약서를 작성하며 기업에서는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열정과 끈기 있게 합격을 이뤄내는 책임감에 많은 점수를 준다는 점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나는 요즘 새로운 직장에서 매일 새로운 일과 마주한다. 새로움의 연속이지만 두려움 보다는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 찬 일상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혼자 해낸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변화의 시작에서 자격증은 늘 새로운 도화선이자 만병통치약이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일지 모른다. 당장은 어렵고 힘들겠지만 고진감래해 이뤄낸다면 분명 생각보다 더 큰 행복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 2021년도 국가자격취득 수기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업데이트 2022-06-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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