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와 공정한 보상
    변화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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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왜 공정한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기업들은 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까?

기업 내부의 암묵적인 룰로 여겨지던 평가와 보상 체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제16회 인적자원개발컨퍼런스에서 ‘왜 MZ세대는 보상에 분개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신재용 교수를 만났다.

그와 함께 새로운 세대의 출현과 기업의 절실한 변화를 날카롭게 읽어본다.
 

 

공정한 보상이란 무엇일까?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게임인 줄다리기와 유리 다리 건너기 중 MZ세대는 무엇을 더 공정하다고 여길까? 이들은 운의 비중이 절대적인 다리 건너기보다는 개인의 힘과 전략이 더해진 줄다리기 쪽을 택한다. 국내 최고의 평가보상 전문가로 꼽히는 신재용 서울대학교 교수는 MZ세대가 추구하는 공정의 결이 이와 같다고 말한다. 능력 중심의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과 보상에 민감한 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캠퍼스에서 만난 신재용 교수는 방학임에도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대학에서 관리회계를 가르치는 그의 전문분야는 성과평가와 보상. 오랜 시간 관리자의 고유 영역으로 굳어졌고, 대중의 관심을 끌 일이 없던 주제가 최근 MZ세대와 함께 떠올랐다. 이에 신교수도 덩달아 바빠졌다.

지난해 12월 펴낸 책 <공정한 보상>은 기업 관리자와 MZ세대 모두에게 필독서로 주목받고 있고, ‘MZ세대가 쏘아 올린 성과급 논란, MZ가 말하는 공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서울대학교 유튜브 콘텐츠는 무려 190만 회의 조회 수를 자랑하며 화제에 올랐다. 평가와 보상이 이만큼 주목받은 일이 있던가? 신재용 교수는 시대와 세대가 바뀌었고, 이에 발맞춰 기업도 변할 때라고 운을 띄운다.
 

 

“12년 동안 서울대학교에 있으며 MZ세대의 취준생 시절을 지켜봤는데요. 선호, 가치 체계, 욕망이 기성세대와 참 다릅니다. 그런데 대기업 구성원의 절반 가까이가 2030 MZ세대거든요. 조직 내 세대 갈등과 분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세이자 미래인 MZ세대의 가치, 욕망, 선호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신재용 교수는 MZ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곧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왜 이들이 평가과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정을 외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MZ세대가 분노하는 이유는?

신재용 교수가 MZ세대와 공정한 보상을 연결해 책을 쓴 계기는 보상에 분개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수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21년 초 촉발된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이 기대에 못 미치자 불만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4년 차 직원이 2만9천 명 전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 규모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한 사람의 치기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은 직원들의 공감을 얻으며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로 커졌고, 결국 경영진의 입장문 발표와 함께 성과급 산정방식을 변경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지금까지 기업은 성과급을 직원에게 주는 선물로 여겼어요. 직원들이 토를 다는 일도 없었죠. 하지만 MZ세대는 다릅니다.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노력 대비 보상에 매우 민감한 세대입니다. 온라인상에서 경쟁사나 상사의 연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비교가 쉬워요. 이게 불공평하거나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즉각 분노를 드러내죠.”
 

신재용 교수는 MZ세대가 분노하는 이유를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앞으로 마주할 미래에서 찾는다. 먼저 이들은 부모가 최선의 노력을 쏟아 기른 세대로 어릴 때부터 다단계의 경쟁을 거치며 치열하게 성장해왔다. 개인의 역량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2030에게 미래는 장밋빛이 아니다.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우리나라 경쟁성장률은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초로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시대를 잘못 만나 뜻을 펼칠 기회가 줄어든 이들에게 불확실성은 최고의 적대 요소가 된다.
 

“한마디로 삶이 팍팍해요. 여유가 없는 만큼 노력 대비 보상이라는 확실한 관계에 목숨을 겁니다. 회사에서도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단계적인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죠. 평등한 기회와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는 오히려 쉽게 수긍합니다. 하지만 특혜나 무임승차에 크게 분노하고 철저하게 능력중심주의를 추구하죠. 변수가 적은 시험을 통한 능력 평가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합니다.”
 

신재용 교수는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이해하는 폭을 넓혔다. 단순히 지식만 전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경쟁력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력은 비용이 아닌 투자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신재용 교수는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규모 공장을 중심으로 기업이 성장하던 시대의 생산 인력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요소였다. 기업이 갑, 노동자는 을이라는 구조가 뚜렷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산업에 걸쳐 IT섹터가 강화되고, 소프트웨어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며 갑과 을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네이버, 카카오와 포스코가 함께 인력경쟁을 벌이는 시대, 이와 같은 변화는 인력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전에는 인건비를 비용으로 바라봤는데 이제는 투자로 봐야 합니다. MZ세대에게 평생직장의 개념은 없어요. 이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따라서 현재의 직장에서 내가 얼마나 오래 일하냐가 아닌, 얼마나 많이 성장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기업이 인재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보상 체계도 변해야 합니다. 1/n의 단순 계산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따른 보상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해요. 비금전적 요소도 중요합니다. 성장, 자율, 워라밸 등 직장 내에서 자신의 가치와 만족감을 키울 수 있는 보상도 갖춰져야 합니다.”
 

대기업의 경우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공기업, 공공기관, 학교 등 공공 부문의 변화는 한참 더디다고 지적하는 신재용 교수. 우수한 인재가 공공부문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되돌아보며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향해서는 과거에 어떤 직종이 유망했냐를 살피기보다 파도의 방향을 읽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수는 회사를 책으로 배운 사람이잖아요. 자칫 경영 현장과 동떨어질 수 있기에 사외이사나 기업 자문을 통해 실무 감각을 익히고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는 보지 못하는 신선한 시각을 전하고, 여러 기업의 사례를 공유하는 역할도 하죠.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독립적인 시각으로 날카롭게 조언하고자 합니다.”
 

신재용 교수는 스스로를 ‘보부상’이라 칭한다. 책상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이 필요한 곳이라면 기꺼이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넓힌 시각으로 시대와 경영 환경을 읽고 기업을 분석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제16회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 강연자로 나선 신교수의 시선은 결국 미래로 향한다. MZ세대와 기업이 함께 일굴 발전적 미래 말이다.

 

업데이트 2022-09-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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