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 높은 명장 인생, 끝없는 연마와 담금질이 비결입니다
    대한민국 명장(금속재료) 김기하 태성열처리 기업부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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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목표를 잃지 마세요.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꿈은 이뤄집니다.

 

은퇴 후, 두 번째 전성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김기하 명장. 반세기 가까이 금속재료 열처리 분야에 혼과 얼을 쏟아부은 그의 궤적은 여전히 능동적이다.
현대위아를 퇴직한 후 중소기업의 기술 고문관 및 산업현장교수로서 숙련기술인을 양성하고 있는 명장의 행보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뿌리산업과 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세월을 양분으로 환원할수록 후학들은 풍요로운 성과를 맺었다.

때마침 결실의 계절에 만난 김기하 명장을 감히 한 문장으로 정의해 본다. ‘명장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40여 년간 금속재료 열처리 분야의 연구와 도전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열처리 분야에 입문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화전민이 모여 사는 강원도 어느 동네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라 호롱불 밑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지만, 저는 전교 1·2등을 놓친 적이 없었습니다. 어려운 형편과 부모님의 노고를 생각하면 잠시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어요. 그렇게 학업을 이어가던 중 ‘대한중기공업(현 현대위아)’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최고로 여겨지던 회사 중 하나였죠. 태백기계공고 졸업 후 자연스럽게 45년 3개월간 금속재료 및 열처리 분야에 종사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꿈은 이뤄진다’는 좌우명을 갖고 노력한 결과, 쇠의 불꽃 유형과 색깔만 보고도 화학성분 함유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금속재료 열처리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현대위아에서 오랜 세월 근무해오셨습니다. 그간 기업에서 쌓아오신 업적과 공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육·해·공군의 무기 생산에 필요한 열처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각종 무기의 첨단 열처리 공정을 국산화했습니다. 옛날에는 항공기 착륙장치 부품의 경우 국내에선 원하는 물성치 결과를 내는 게 불가능해 외국으로 나가 열처리를 할 때도 있었죠.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율이 높을수록 이상적인 것처럼 열처리 공정 또한 국산화가 꼭 필요했어요.

45년 동안 열처리 직종에 근무하며 K-9 자주포, K-2, K1-A1 전차포, 해군 127mm 함포, F-4, F-16, F-15K, 수리온(KUH-1), T-50 고등훈련기, 민항기(A320, 330, 340, 350) 및 B747 착륙장치 부품의 열처리 공정이 국산화될 수 있도록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열처리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우리나라는 호주, 폴란드 등으로 K-9 자주포, K-2 전차포, T-50 고등훈련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무기 수출 6위까지 진입했다는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가슴 뜨거운 보람을 느낍니다.
 

은퇴 후에도 중소기업 기술고문관, 한국기능경기위원회 경남기술위원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시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계십니다. 현재 하고 계신 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대위아 은퇴 후 3년 동안 한국폴리텍대학 신소재학과 학생들에게 강의와 더불어 실무 기술을 전수했습니다. 현재는 태성열처리의 기술고문관으로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 외 산업현장교수 기술지원(금속재료, 열처리), 중소기업 뿌리기술 해결지원(뿌리기술코칭전문가), 한국산업기술협회 수석교수, 특성화고 멘토링, 초·중·고등학교 진로 강의, 대기업(현대제철 등) 재직자 교육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꼽아보니 은퇴 후가 더 바쁘게 느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네요. 끝으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개
발 및 개선에 참여하며 일학습병행 학습모듈개발, 과정평가형 심의,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등 한국산업인력공단과도 밀접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의 현장 경험을 중소기업 현장에 적용하실 
때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또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 현장에 느끼는 소회가 다르신지 궁금합니다.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최신 설비와 전문 인력 보유는 필수죠. 하지만 중소기업은 최신 설비나 기계를 보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에 반해 대외적으로 품질에 대한 요구사항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는 큰 리스크 없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개선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가장 급한 것부터 한 단계씩 개선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자문합니다. 중소기업에도 고숙련 기술자가 많이 필요하지만, 이직률이 높아 기술인 육성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인적 자원 개발에 대한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지금 기술고문관으로 있는 태성열처리는 일학습병행에 참여할 수 없어서 제가 매주 기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쌓은 실전 경험과 전문적인 열처리 이론을 실무자에게 전파하여 품질 재고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명장님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하나만 꼽기가 힘드네요(웃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최첨단 항공 부품 열처리 기술을 국산화해 현대위아가 국내 최초로 NADCAP(국가 항공 및 방위사업 협력 자격 인증)를 획득한 일입니다. 두 번째는 저의 아이디어로 ‘염욕 열처리로’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특허까지 낸 일입니다. 이때는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제가 좀 특이한 면이 있어요. 군 면제가 가능한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는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군에 입대한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덕분에 조직 생활에서 필요한 기술도 많이 배웠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명장 및 국가품질명장에 선정된 일과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일입니다.
 

명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신념이자 소명이 있으신지요.

기술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야 합니다.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기술에는 끝이 없어요. ‘기술에서 내가 최고다’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어요. 그래서 기술은 하면 할수록, 잘할수록 겁이 납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겸손해야 해요.

철은 정말 정직합니다. ‘내가 몇십 년이나 해왔는데~’하고 방심하는 순간, 실수가 생기고 그 실수는 품질과 안전과 직결됩니다. 백 년을 쓸 것을 십 년도 못 쓰고 탈이 날 수도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요?

후배 숙련기술인 육성과 중소기업 열처리 기술 발전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쓰고 싶습니다. 모두 대한민국 뿌리기술 발전에 대한 지원과 봉사로 연결되는 일입니다. 열처리, 용접, 금형, 제강, 주조, 표면처리 등 뿌리 산업은 산업의 시작이자 중추가 되는 기틀입니다.

요즘은 이런 뿌리 산업이 3D 업종이라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기술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제가 가진 노하우를 전수하여, 그 젊은이들로 하여금 국내 뿌리 산업이 활성화되고 강화되길 바랍니다. 후배 숙련기술인들이 목표와 꿈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꾸준히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명장님의 뒤를 잇고 있는 후배들과 은퇴를 준비하는 기술인들에게 귀중한 조언 몇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제는 ‘백세시대’라서 근시안적 시야는 버려야 해요. 멀리 봐야 합니다. 젊을 때부터 미리 준비하라고 후배들에게 일러주고 싶어요. 자격증을 따놓거나, 우수숙련기술자나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해 자신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타이틀을 준비해야 합니다. 전문 분야를 활용해서 제2의 인생을 가꾸는 건 짧은 시간에 완성하기 힘들어요.


저도 대기업에 있었지만, 대한민국 명장이나 금속재료기능장, 산업현장교수 등에 꾸준히 도전해 결실을 이뤄놓지 않았다면 현재처럼 활동하기는 어려웠겠죠. 현직에 있을 때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비롯해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도전도 많이 해보고요. 퇴직 후에도 사회활동과 기술 전수를 계속 이어 나간다는 건 ‘나비효과’와 같아요. 자원이 많지 않은 대한민국을 기술로 더 강하게 발전시키는 순풍이 될 겁니다. 그 바람은 자신에게 삶의 보람과 영광으로 돌아와 선순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업데이트 2022-09-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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