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10년과 향후 과제(문화일보, 2014. 8. 29)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올해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0년이다. 우리나라는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해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민간을 통한 취업 알선으로 인한 송출 비리 및 불법 체류자 급증으로 인한 사회 불안으로 2004년 8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고, 2007년 1월부터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저숙련 외국인력 도입 창구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됐다.
고용허가제의 도입과 함께 국내에 연고가 있는 중국, 옛 소련 동포의 취업을 허용하고자 2002년 도입된 취업관리 제도도 고용허가제의 특례로 흡수됐다. 1990년대 초 경제 발전의 단계,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로 저숙련 외국인력의 도입이 불가피했는데, 초기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외국인연수생 제도로 시작하고 이를 고용허가제로 바로잡는 데 10여 년이 걸렸다.
고용허가제는 국가 간 협정에 따라 상대국의 공공기관이 송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과거 연수생제도 아래서 자주 발생하던 과도한 취업 알선 비용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함으로써 2011년 유엔 공공행정 대상을 수상했다. 저숙련 외국인력의 불법 체류 비율도 현저히 줄어들었는데, 연수생으로 도입된 외국인력의 불법체류율은 2003년 80%였으나 고용허가제로 도입된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체류율은 2014년 5월 현재 15.7%다.
지난 6월 기준으로 고용허가제로 합법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47만 명이다. 이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는 반드시 필요한 3D 업종의 일을 하고 있다. 일반 고용허가제로 도입된 외국인 근로자는 주로 제조업에 종사하지만, 농축산업과 어업 분야 취업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 동포 취업자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중추적인 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으면서 우리나라에서의 취업을 통해 성공 신화를 만들어가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업장을 바꾸지 않고 꾸준히 4년10개월 동안 성실히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재입국해서 다시 5년 간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저숙련 외국인력 취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용허가제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해 개최한 ‘2014 한국문화 페스티벌’ 한국어 말하기대회를 통해서도 확인됐지만,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우리 문화에 익숙하고 잘 동화돼 가고 있다. 특히 고용허가제로 우리나라에 취업하고자 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고용허가제에 따라 자국 인력을 우리나라에 보내고 있는 베트남 등 15개국에서는 한국어를 배워서 우리나라에 취업하고자 하는 열기가 매우 뜨겁다.
우리나라 외국인력 정책의 가장 큰 취약점은, 저숙련 인력은 동포 외국인과 다른 외국인 근로자를 구별하고, 전문 인력과 저숙련 인력의 활용이 연계돼 정책이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적인 외국인력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결혼이민자, 외국인 유학생도 근년에 들어서 급증하고 있다. 저숙련 외국인력 정책과 연계해 노동시장 관점에서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30년에는 고령인구 1명당 노동연령인구가 2.7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성장 잠재력 유지를 위해서는 저숙련 외국인력의 대량 유입이 불가피하다. 이민정책의 관점에서 저숙련 외국인력 활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