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김효주 우승과 여성 경력단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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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우승과 여성 경력단절(이데일리, 2015.3.26.)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프로골퍼 김효주선수가 지난 주말 미국에서 열린 파인더스컵선대회에서 우승했다. 김선수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처음 참가해 우승컵을 거머쥐는 등 우리 낭자군들이 LPGA 개막이후 연속 우승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몇 십년간을 보면 여러 국제대회에서 한국인으로 처음 우승하는 선수는 주로 여자였다. 우리 여성들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우수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 여성 잠재력 활용지수는 100점 기준에 35점으로 비교대상 25개 국중 23위다. 1위 아이슬란드, 2위 노르웨이, 3위 스웨덴의 점수는 각각 76, 75, 73점이다. 우리 여성들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남녀간 고용률 차이에서도 확인된다. 201415세 이상 인구 기준으로 여성 고용율은 49.5%로 남성 71.4%에 비해 20%P 이상 낮았다.

 

이처럼 여성과 남성 고용율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1990년에 남녀간 고용률 격차가 20%P 이상이었는데 지금도 그 차이가 유지될 정도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결혼이나 출산과 함께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여성의 고용률은 결혼 시점까지는 올라가지만 그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육아 부담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는 시점부터 다시 올라가는 소위 ‘M자형 곡선40여년간 유지하고 있다.

 

20여년 전 필자 직장에서 여직원 한 명이 90일간 유급출산 휴가를 간 후 또다시 1년간 무급휴가를 허가 받으려 하자 이에 따른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출산휴가와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된 듯 보이지만 대기업,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법에 보장된 출산휴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 90일을 보장하는 사업체 비율은 56.1%이고 300인 이상 사업체도 80.4%만이 보장하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출산휴가를 갈 수 있는 사업체는 42.9%에 불과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여성인력을 경력단절 없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출산 전후때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과 가정업무의 양립, 부모 육아휴직 활성화 등 부모 공동의 육아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유연근무제나 시간선택제가 확산되면 경력 단절 없이 일하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노력도 필요하다.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노력이나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향상과 사회 안정 확립에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출산이나 육아휴직자는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할 수 밖에 없어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미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담을 짊어지겠다는 기업의 인식전환도 절실한 시점이다.

업데이트 2015-03-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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