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일학습병행제가 청년 취업難 해법-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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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학습병행제가 청년 취업해법(문화일보, 2015.3.19)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청년실업률이 19997월 이후 15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청년실업률은 11.1%, 구직포기자 등을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2.5%였다.

 

얼마 전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이, 인생의 목표가 좋은 일자리를 가지는 것인데 청춘으로 이 같은 삶을 사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인생의 선배로서 대학 때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를 물었다. 필자는 대학진학률이 낮았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뚜렷한 목표는 없었으나 미래는 밝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하면서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젊은이들을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대인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는 ‘5포세대’, 심지어 희망과 꿈마저 내려놨다는 ‘7포세대로 만들어 버린 기성세대의 책임은 크다. 외환위기 이후부터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 취업 문제가 대두했지만, 1995년 대학 설립 준칙주의 도입과 함께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고 대학정원이 늘어나는 것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장 실효성이 있는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기는 매우 어렵다. 청년실업은 인력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에 도입돼 20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했고, 올해에는 3000개의 기업으로 확대될 일학습 병행제도(制度)는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해소하면서 청년의 실업을 줄이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 현장의 숙련인들이 현장 교수로서 학습근로자를 교육하는 일학습병행제로 기업들은 이직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훈련 기간에 급여 외에 일정 금액이 훈련수당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학습근로자들은 다른 직장을 찾을 유인 요인이 없어진다. 최근에 필자가 방문한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기업은 이직률이 50%에서 10%로 떨어졌다.

 

훈련 과정을 수료한 후 시험을 통과하면 신()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고졸자라도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 훈련 과정의 70% 정도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하기 때문에 훈련을 받은 기업이 아니라도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일학습병제를 통해 선취업 후진학의 기반이 더욱 공고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5000여 학습근로자는 고교 재학생이나 졸업자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30대 중반의 요리사, 식당의 매니저, 부실한 전공교육을 받은 대학졸업자 등 다양하다. 현장의 숙련인들이 교육에 직접 참여하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고,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활용하면서 재직 근로자들의 직무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부수 효과가 있다는 게 참여 기업들의 평가다.

 

1000여 개 구인기업과 3200여 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구인구직자 간 불일치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경력이다. 무역협회는 실무역량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채용 또는 취업에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학습병행제는 교육훈련을 통해 구직자의 직무 역량을 높여줌으로써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은 학습근로자를 채용, 교육훈련을 통해 직무 역량을 높임으로써 경력직을 채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업데이트 2015-03-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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