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NCS로 임금체계 해법 마련해야(이데일리, 2015.1.30)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올해 노사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은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 판단기준에 고정성을 추가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추가임금 청구를 제한했다. 그러나 수당의 고정성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아 대법원 판결 후 노조측이 제기한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 중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이후 통상임금 범위를 재조정한 기업이 44개(44.0%)에 그쳤다.
통상임금 논란은 임금 범위를 법이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연공에 따라 결정되는 기본급 외에 직책수당, 기술수당, 위험수당 등 사업주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여러 수당으로 이뤄진 임금체계가 지닌 구조적 문제가 논란의 출발점이다.
임금피크제 도입도 생산성 증가와 관계없이 연령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연공급이 지니고 있는 문제가 주된 배경이다. 근로자 정년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내년부터 60세로 강제 연장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 노동비용 부담을 줄이자는 게 사측 입장이다. 대다수 기업의 정년이 55세이지만 노조에 의해 보호받는 대기업 생산직을 제외하고 많은 중장년층이 정년에 도달하기 전에 기업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연공급 위주에서 직무급으로 바뀌면 통상임금 범위나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논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근속 등 연공보다는 일의 가치에 따라 개별 근로자 급여를 결정하면 연령과 급여와의 연관성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직무가치나 난이도에 관계없이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문제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연령이 높다는 이유로 조기퇴직당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다.
연공급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직무급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NCS는 산업현장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을 국가가 산업별, 수준별로 체계화했다. 쉽게 설명하면 특정 일자리의 직무명세서이자 산업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인재양성 지침서다. NCS는 현 정부 출범 후 본격 개발돼 지난해 말까지 800여개 직무에 대한 표준이 마련됐다. 직업마다 필요한 능력을 표준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NCS를 토대로 기업 특성에 따라 일자리의 직무 가치를 정하고 직무급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모든 기업들이 NCS에 따라 직무급을 도입하면 근로자들의 임금논란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NCS를 기준삼아 특성화고등학교 및 전문대학 그리고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과정과 자격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경기침체로 졸업생 취업 대책에 고심중인 많은 대학들도 NCS를 통해 학교교육을 기업 현장에 맞춰 개편할 수 있다. 현장과 동떨어진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직무능력이 우선되는 채용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밖에 공공기관들도 올해부터 NCS에 기반해 채용하는 시스템을 본격 도입할 태세다.
채용, 보상, 승진, 교육훈련 등 전반적인 인적자원 관리가 NCS에 따라 이뤄진다면 노동시장은 연공이나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개개인 가치가 매겨지는 열린 노동시장이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돼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