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노동시장 유연해야 취업 난(難) 해소된다-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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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유연해야 취업 난(難) 해소된다(문화일보, 2014.11.14)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통계청이 지난 12일 2014년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노동시장에서의 고용상황을 나타내는 실업률 외에 추가로 ‘고용보조지표’를 제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식 실업률은 3.2%지만 고용보조지표를 준용하면 10.1%로 3배 이상 올라간다. 공식 실업자는 85만8000명이나 고용보조지표를 준용하면 287만5000명으로 300만 명에 육박한다.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구직활동을 했으나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근로자 등이 누락돼 있어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의 공식적인 실업률이 고용 상황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지적은 일자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제기되고 있어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10월 새로운 고용 관련 국제 기준을 제시했다.

 

통계청이 제시한 고용보조지표는 ILO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아르바이트생 등 주 36시간 미만을 일했으나 기회가 주어지면 일을 더 할 수 있었던 추가 취업 가능자 31만3000명, 취업할 의사는 있으나 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으로 분류됐던 취업준비생 등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잠재구직자 166만1000명, 구직활동을 했지만 육아 때문에 당장 일을 할 수 없는 주부 등 잠재취업가능자 4만3000명을 포함한다.

 

공식 실업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계청은 그간 매월 고용 동향을 발표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취업 준비생과 취업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의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지난 1년 내에 구직 경험이 있는 구직단념자 통계치를 같이 발표했다. 취업준비생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55만 3000명, 구직단념자는 42만9000명이었다. 그간 일부 학자 및 언론에서 공식적인 실업자와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를 합쳐 체감실업자를 추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체감실업자는 184만 명이다.

 

정부가 고용보조지표를 공식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이 구조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률이 올라가는 등 고용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국민의 체감 고용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구직단념자가 지난해 10월에는 16만2000명이었는데, 지난 1년 간 26만8000명 늘었다.

 

경기가 활성화돼 전반적인 일자리 상황이 나아져야겠지만, 잠재실업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많은 젊은이가 대학을 졸업했으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자격증을 따거나 공기업 등에 취업하기 위해 몇 년 간 취업을 준비하는데(취업준비생 등 구직단념자), 정년도 되기 전에 정규직 일자리에서 내몰려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부모(추가취업 가능자)에게 생계를 기대고 있다. 육아를 위해 잠시 쉰 후 노동시장에 복귀하려고 하지만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어 포기하는 경력단절 여성도 상당수 있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비애를 보면서 많은 젊은 여성이 결혼을 피하거나 출산을 꺼려 노동시장의 활력이 떨어진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돼 고령 근로자도 정규직으로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학벌이 아닌 능력에 따라 평가받아 반드시 대학을 갈 필요가 없으며, 육아를 위한 사회 인프라가 잘 구축될 때 우리사회의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의 간격도 좁아질 것이다.

업데이트 2014-11-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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