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이민의 경제사회적 효과, 외국인력 도입을 통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효과-이민정책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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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경제, 사회적 효과

외국인력 도입을 통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효과(이민정책 창간호, 2014.11월)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소득 격차로 경제적 활동을 위한 이주 발생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가 국가 간에 이동하는 것은 요소부존도나 기술력의 차이로 생산요소에 대한 보수가 국가 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생산요소(노동)의 이동, 즉 이민으로 이민자를 보내는 국가나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 모두 국민생산이 증가하고 글로벌(Global)하게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임금은 하락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이민자 수용 논의 시점에는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하지만, 일단 받아들인 이민자에 대해서는 동등한 대우를 주장하게 된다. 국부 창출의 측면에서는 노동의 이동이나 자본의 이동에 큰 차이가 없으나 노동이동의 경우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현지 적응 비용이라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운송비를 누가 부담할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용계약을 맺고 이주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주 후에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생산요소의 이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이득은 양국이 나누어 갖지만 시장 지배력에 따라 그 분배는 달라질 수 있으며, 인력을 수입할 경우에는 시장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하게 되기 때문에, 기존의 국내시장에서의 임금 중 일부는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사용자 및 일자리를 알선하는 중개인들이 가져가게 된다.

 

한 개인이 외국으로 이주해 경제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양국 간의 소득격차나 이동에 따른 직간접비용(다른 문화 및 사회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정신적인 비용 포함)에 의해 결정되는데, 저숙련 외국인력의 경우 소득 격차는 10배 이상이기 때문에 인력 공급은 무한적인 반면 수요는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를 알선하는 단계에서 직업중개인이 과다한 중개료를 부과함으로써 생산자 잉여를 상당 부분 가져가기 쉽다.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는 민간 직업중개인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외국인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도록 설계된 제도인 반면 인력알선 등에 있어 민간 부분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소득 격차가 큰 경우 이주자의 상당수가 기대소득만큼 벌지 못한다 할지라도 기대소득이 0이 되지 않는다면 인력 공급은 계속되기 때문에 임금 인상은 이주자(외국인 근로자)에게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두뇌 유출 국가

고숙련 이민자의 경우 이민자를 보내는 국가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로의 두뇌 유출(Brain drain)이 일어날 수 있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부족한 제3세계 국가에서 선진국으로의 두뇌 유출은 이민자에게는 자유로운 직업 선택에 따른 결과이지만, 제3세계 국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애석한 일이다.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인재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우리나라도 아직까지는 두뇌 유출 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해외에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유학생이 29만 명, 국내에 들어와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8만 4천 명에 불과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중국인 유학생이다. 또한 미국 유학생의 상당수가 자녀교육, 주택문제 등으로 학위 취득 후 그대로 미국에 남기 때문에 두뇌 유출은 제3세계와 선진국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s)를 포함한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출입국관리법상 숙련인력으로 분류될 수 있는 외국인근로자는 49,998명인데, 이 중 외국인 교사, 예술 및 연예 계통 인력을 제외하면 총 23,756명이다. 이 중 특정직업 체류 자격을 가진 사람이 17,451명으로 가장 많다.

 

경제 발전 단계상 저숙련 이주자 도입은 불가피

한 나라의 경제 발전이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해외투자의 형식을 빌려 한계 직종을 외국으로 이전시키거나 혹은 한계 직종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이주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1980년대 말부터 동남아시아, 중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본격화됐고, 동시에 저숙련 외국 인력의 수입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단계가 저숙련 외국 인력을 받아들여야 하는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1980년대 말에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을 때 저숙련 외국 인력의 도입을 반대하는 주요 논거는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활용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많이 있고, 저숙련 외국 인력을 도입하게 되면 사양사업의 불필요한 유지를 돕게 돼 우리 경제의 구조 상승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반면에 저숙련 이주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찬성하는 측의 논거는 우리 경제의 발전 단계로 볼 때 내국인이 기피하는 3D(Dirty, Dangerous & Difficult) 직종이 있고, 저숙련 이주자를 도입해 활용하는 것은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부분과의 보완관계로 인해 내국인의 일자리 또한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3D 일자리를 현재 수준의 임금에서 간신히 수지를 맞추거나 적자 상황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양산업형’과 더 높은 임금을 줄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내국인 기피형’ 3D 일자리로 구분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가능한 저숙련 이주자를 ‘사양산업형’보다는 ‘내국인 기피형’ 일자리에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도입되는 저숙련 이주자의 규모에 관해 활용할 수 있는 기업 규모와 업종을 제한하고 업종별 인력 부족률을 고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저숙련 이주자를 활용하는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업체들이 저숙련 이주자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서, 그다음으로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는 사업체도 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내국인을 채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다는 것과 인건비 절약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저숙련 이주자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입증된 것은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실업자가 200만 명 가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저숙련 이주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경우 임금을 보조하는 유인책을 제시했지만 내국인들은 저숙련 이주자가 일하던 일자리를 기피해, 정부의 정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경제적 효과 이외의 것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이민의 경제적 효과를 사회적 효과 또는 인간적 효과와 무관하게 논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1950년대, 1960년대에 독일은 초청근로자(Guest worker)프로그램을 활용해 우리나라, 터키 등에서 이민자를 대거 유치함으로써 경제성장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했다. 1970년대에 들어 경제가 어려워지자 외국인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출신국으로 돌려보내고자 했으나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인해 돌려보내지 못했고, 더 이상 저숙련 이주자는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에 기존에 받아들인 이민자들과 그 가족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독일 사회에 통합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일부에서는 독일의 초청근로자 정책을 실패한 정책의 전형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이들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을 고려하면 경제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이민이라고 하면 다른 나라에 살기 위해 정부에 이민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은 뒤 재산을 처분하고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을 말하지만 출신국 정부는 물론 이민을 가고자 하는 국가의 공식적인 허가도 없이 입국해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불법체류 이주자가 법적으로는 합법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경제적으로 체류 국가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경이 존재하는 한 불법체류 이주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으나 적정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는 행정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저숙련 외국 인력 중 불법체류자가 70% 정도 되어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묵인하고 인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이는 고용허가제 도입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09년 12만 5천 명, 2010년 14만 2천 명, 2011년 14만 5천 명, 2012년 14만 8천 명, 2013년 15만 1천 명 등의 수치로 확인할 수 있듯, 최근 들어 결혼이민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민자가 경제활동을 주목적으로 이주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이민자도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결혼이민자 취업 및 취업 능력 개발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 속도가 제일 빠른 국가 중 하나다. 2030년에는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인구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고령인구 1인당 노동연령인구가 4.6명, 2030년에는 고령인구 1인당 노동연령인구가 2.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는 경제성장 잠재력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적절한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켜야 한다.

업데이트 2014-11-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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