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능력중심사회에 달렸다(매일경제, 2015.9.10.)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스펙이 아닌 실력만으로 성공한 젊은이들이 있다. 지난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렸던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일찍이 대학 진학과 불필요한 스펙 쌓기 대신 숙련 기술인의 길을 선택한 선수들은 기술과 실력만으로 또 한번의 종합우승을 이뤄냈다. 진정한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함으로써 능력 중심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된 셈이다.
정부는 더 많은 청년들이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스펙이 아닌 자신만의 실력을 쌓고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능력 중심 사회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앞으로 정부는 학교 교육이 기업 현장과 연계돼 기술인재들이 보다 많이 탄생하고 기술과 능력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능력 중심 사회로의 지속적인 변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지난 5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기간 및 비용`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은 평균 511만원을 취업 사교육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취업 사교육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청년 고용절벽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겼다. 불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국가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것을 막고 청년 취업난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능력 중심 사회로의 변화가 시급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능력 중심 사회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과 일학습병행제를 중심축으로 해 능력 중심 사회로의 이동을 주도하고 있다. 교육훈련과 채용을 뿌리부터 변화시켜 능력 중심 사회의 기반을 닦고 있다. `현장수요에 맞는 교육`으로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채용 방식`으로 불필요한 스펙을 쌓을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 현장과 교육훈련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취업 희망자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취업해 키울 수 있도록 `일학습병행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청년 취업 희망자를 채용해 기업 내 고숙련 인력이 이론교육과 현장훈련을 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훈련 제도다.
실제로 일학습병행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세영기업에서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채용된 학습 근로자들의 직무역량이 훈련 전 대비 약 40% 향상됐고, 1인당 2.5개의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다. 청년들이 무조건 대학으로 진학하기보다는 조기에 취업해 현장에서 일하며 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NCS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NCS는 기업이 요구하는 현장 중심의 직무수행능력을 국가가 산업별, 산업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인데, NCS 기반 채용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업들이 직무능력으로 취업 희망자를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130여 개 공공기관은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용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능력 중심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매년 9월을 `직업능력의 달` 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9월 15일과 16일 양일간 개최되는 제9회 인적자원개발콘퍼런스에서는 NCS 세미나 및 일학습병행 우수사례 경진대회가 함께 열리는데 정부가 능력 중심 사회의 중심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치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