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국가기술자격이 바뀐다
김동만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 4월 4일 속초-고성에서 일어난 산불은 초속 30미터의 태풍 급 바람에도 3일 만에 완전 진화됐다. 강한 바람에 산불이 한번 나면 걷잡을 수 없으니 목숨 걸고 초기 대응한 모든 분들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런 기적에 가까운 대응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장기술의 힘’이다. 전국 소방전문가들이 소방차를 타고 양양고속도로를 달려 올라오는 모습은 국민들 가슴에 뜨거움을 주었다.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에서 발생한 화재도 드론과 소방로봇을 활용한 21세기형 첨단 기술로 건물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방문객이 매년 1천만 명이 넘으니 기술의 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1600만 국가기술자격 취득자 경제발전 기여
국가기술자격은 1973년 법 제정 이후 46년간 대한민국 기술인력 양성과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 2018년 말 기준 국가기술자격 취득자 수는 1천 6백만 명을 넘었다. 높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력도 이끌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대 5백불에서 2018년 3만불로 60배로 뛰었다. 경제가 안 좋을 때 수험자는 더 늘어났다. IMF가 발생한 1998년 국가기술자격 응시자는 전년보다 60만 명 증가했다. ‘기술’은 자원부족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 성장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자격제도가 미래를 위한 기술도전에 대한 열망을 잃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그간 산업발전에 기여한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이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와 수험자 모두에게서 나오고 있다.
과정평가형 자격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활용한 훈련과 교육 과정을 일정기간 이수하고 평가를 치르는 과정평가형 자격은 현재 국가기술자격 530개 종목 중 143개 종목이 개발됐다. 정부는 지난해 ‘제4차 국가기술자격 제도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과정평가형 자격을 확대하고 검정형 자격은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2022년까지 전체 국가기술자격 합격자 10%를 과정평가형으로 배출한다.
과정평가형 자격 기업 만족도 높아 취업 유리해
이러한 과정평가형 자격은 기존 자격에 비해 어떤 점이 좋을까? 지난 5년간 운영성과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과정형 자격은 기존 검정형 자격과 비교할 때 세가지 장점을 갖는다.
수험자의 입장에서는 학력·전공·경력 응시제한 없는 자격취득이 가능하다. 기존 검정형 평가에서 산업기사는 최소 실무경력 2년 또는 전문대학 전공 졸업에 준하는 학력을 가져야 응시 할 수 있다. 작년에 190명 직업계고 재학생은 과정평가를 통해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기업에서 볼 때는 산업현장 수요를 반영한 교육훈련을 통해 기업 내 재교육 비용이 절감된다. 실무중심 인재양성으로 현장적응기간은 기존의 절반인 평균 2.5개월로 줄었다. 또한 직무수행능력도 과정평가형 자격취득자가 검정형 자격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과정평가형 자격을 취득한 이들의 취업률은 기존 검정형보다 28% 이상 높게 나왔다. 과정을 통해 취득한 기본기는 어려운 문제에 닥쳤을 때 원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기업은 이런 위기관리 능력을 가진 직원을 원하고, 구직자는 기업이 원하는 직무능력을 갖출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 ‘치수’, 물 관리 기술은 국가 농업 생산성을 결정하는 첨단 기술이었다. 태평성대 대명사인 ‘요순시대’ 주인공 순임금은 기술이 지도자의 핵심능력임을 알았다. 자식이 있었으나 ‘치수’기술을 가진 우임금을 계승자로 삼았고 우임금은 황하를 다스려 천하를 평안케 했다. 우리 역사 속 성군 세종대왕도 과학기술 리더십을 발휘했다. 당시 미개발국 일본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가져올 정도로 기술발전에 강한 집념을 가졌다. 유사 이래 항상 ‘기술은 국력’이었다. 기술은 나라의 흥망을 좌지우지한다. 50년 역사의 국가기술자격이 능력중심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고품격 자격체계로 나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