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월은 U-20 월드컵 대회로 온 국민이 즐거웠다. 마지막에 아쉽게 지기는 했지만 36년 전 멕시코 청소년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결승전까지 여정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축구의 ‘성적 이상의 성장’을 느꼈다. 승부차기까지 간 8강전이 끝나고 상대 세네갈 팀을 칭찬하는 모습이나, 4강전을 이기고 흥에 겨워 아버지뻘인 감독에게 물세례를 붇는 광경은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도 마지막까지 게임을 즐기고, 참여한 모든 이들을 존중하는 모습이 새로웠기 때문이다. 이른바 ‘Z세대’라는 신인류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를 잇는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X세대, Y세대 다음이라 Z세대라고 부른다. 세대 연구 전문가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우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이메일과 실시간 채팅을 사용할 정도로 정보통신 활용능력이 뛰어나다.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무선전화를 가진 인류 최초 세대다. 또한 현실과 안정을 중시하는 경향도 강하다. 청소년기에 겪은 세계 불황과 금융위기로 만들어진 세대 특성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세대 내 ‘관계망’ 중심 가치관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관계망’ 중심 가치관이란 문제에 부딪쳤을 때 본인이 신뢰하는 ‘관계망’ 내에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들은 ‘권위주의’ 문화는 반발하면서도 실력에 따른 ‘권위’는 인정하는 ‘능력중심주의’를 보인다. 이번에 정정용 감독도 선수들에게 ‘수직적 지시’ 보다는 ‘수평적 이해’ 에 더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
올해 8월 또 다른 ‘Z세대 국가대표’가 세계 도전에 나선다.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1967년 스페인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30번째 대회다. 만22세 이하 선수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선수 52명이 47개 직종에 출전한다. 어린 연령대 선수들은 감정변화로 시합결과에 영향을 받는 일이 많다. 코칭스태프 역할로 참가하는 국제지도위원 47명은 기능올림픽 결과가 발표 날 때까지 모든 일정을 제자인 국가대표선수 52명과 함께하며 일대일 눈높이 지도를 한다. 평소 지속적인 선수관찰과 세심한 훈련지도로 자기주도 능력을 키워주어야 실제 경기에 들어갔을 때 예측불허 문제가 발생해도 선수 스스로가 상황을 제어할 수가 있다.
국가대표 A매치에 해당하는 해외전지훈련 또한 국제지도위원 지도하에 진행 중이다. 중국, 러시아,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최종 단계로 국제대회 경기운영 및 과제 공개시기에 맞추어 국제대회 방식 모의평가 등 실전 강화훈련이 실시 예정이다. 대표선수 및 국제지도위원과 3인 1팀을 꾸릴 통역요원 47명도 국제대회 경기운영 방식과 유의사항 등의 통번역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U-20 정정용 감독은 언론에 자신의 팀을 ‘꾸역꾸역팀’이라고 표현했다. 꾸준하게 발전하고 끈질기게 버틴다는 의미다. 그 말 그대로 결승까지 7경기 중 한경기도 쉬웠던 적이 없었지만, 선수와 지도자 모두 매 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국제기능올림픽도 그렇다. 지난 대회 최강자 중국을 비롯해, 개최국 이점을 활용한 러시아의 거센 압박과 중남미 신흥강호 브라질, 유럽전통 기술강국 스위스 등 우리 선수들에겐 누구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작년 6월 러시아 월드컵에서 축구강호 독일을 이긴 그곳 카잔에서, 올여름 다시 한번 세계에 대한민국 신세대의 저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