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 |
세종대왕의 리더십 ‘생생지락(生生之樂)’
김동만(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사회변화로 이제 세계는 단일 경제권으로 묶였다. 뛰어난 상품과 다양한 투자기회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주어진다. 소비자들에게 지금보다 좋은 소비 환경은 없었다. 반면 기업은 점점 더 힘든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동남아 기업과도 상시적으로 경쟁해야 한다. 전 산업 분야가 글로벌 무한경쟁으로 들어갔다.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 제공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경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요구는 더 높아진다.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더 높은 업무 성과를 요구하고, 평가와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구성원의 업무 스트레스도 늘어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지거나 불안 증세를 겪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 “잠들기 싫은 밤과 일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의 연속”이라는 표현은 현대인의 불안하고 우울한 삶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과 우울을 가진 직원들에게 기업이 원하는 창의적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고성과 창출이라는 기업 고유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은 ‘직원행복’이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 나는 그 답을 우리역사에서 찾는다. 세종은 왕위에 오른 직후부터 천재지변과 민심이 들끓는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지만 우리 역사상 최고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10여 년간 세종을 연구한 박현모 연구소장은 세종 리더십의 핵심을 ‘생생지락(生生之樂)’으로 꼽았다. 생생지락이란 원래 중국 서경에 나오는 말로‘생업을 즐겁게 만든다’는 뜻이다. 세종은 생생지락을 위해 국경을 안정시키고 누구든 직업을 갖게 하며 부모와 친척을 자유롭게 만나도록 했다. 요즘 말로 하면 ‘안보와 외교, 고용안정과 워라밸을 통한 포용국가’를 핵심가치로 본 것이다. 600년 전 계몽군주의 혜안을 느낄 수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52시간 근로제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력과 자금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 맞춰 현장 운영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현장이 멈추면 중소기업 직원들 고용안정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단도 국가자격시험과 외국인근로자 지원 등 대국민 서비스로 주말근무가 잦은 편이기에 그들의 어려움을 동감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시간을 뺏어 우리 직원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어느 덧 올해도 마지막 한 달만 남기고 있다. 회사에 따뜻한 온기가 흐르게 하는 것은 리더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한해를 정리하는 회사 성과와 함께 ‘직원행복’을 돌아보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