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도 국가자격취득 수기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Story. 1 내 손에서 탄생하는 빵
2017년까지 회사에 다니다 2019년 여름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위한 직업 훈련을 시작했다. 부모님과 직접 만든 빵을 같이 먹고 싶어서였다. 단팥빵과 카스텔라를 좋아하시는 아빠와 빵집에서 항상 모카빵과 매머드빵을 고르시던 엄마, 그리고 소시지빵을 우유와 즐겨 먹던 남동생과의 추억은 늘 나를 안락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목표는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 두 개의 자격증. 수업은 초반 필기 이론을 배우고 제빵 25개 품목, 제과 26개를 한 번씩 실습하는 식이었다. 나는 5월에 먼저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온 터라 실기에 집중했다.
재료 계량부터 반죽기와 발효기, 오븐 사용법, 반죽과 발효, 분할, 둥글리기와 성형, 케이크 비중 재기, 무늬 만들기와 마지막 완성품 품평에 이르는 긴 과정을 선생님의 말씀 하나라도 놓칠세라 필기하고 외우고 이해하는 수업이 매일 새로웠다. 내 손에서 유형의 무언가가 탄생한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신기했고 이 공정을 능숙하게 해내는 선생님의 기술력에 질문도 많아지고 존경심까지 생기게 됐다.
Story. 2 첫 실기시험 낙방
필기시험장에 가니 긴장감에 손이 덜덜 떨리고 턱 끝이 아려왔다. 실기와 달리 필기는 다양한 분야의 응시자들이 모여 시험을 치르는데 PC 앞에 앉은 여러 응시생을 보며 다들 꿈과 목표를 위해 이 긴장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필기시험은 등락 여부가 그 자리에서 가려진다. 어떤 문제를 맞고 틀렸는지 확인은 안 되지만 제빵과 제과 모두 86.6점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실기 준비. 실기는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첫 제과기능사 실기의 주인공은 바로 슈. 공정이 쉬운 편이라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자신이 과했는지 달걀로 점도를 맞추다가 한 개를 더 넣고 말았다. 반죽이 되직해야 하는데 줄줄 흘러 패닝에 실패했고, 공간이 확보 안 되니 개수도 초과하고 슈의 생명인 부풀기가 안 됐다. 수업 때 완벽한 슈를 만들었던 터라 충격은 배로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점수는 55점, 낙방이었다.
Story. 3 잊지 못할 젤리롤케이크와 옥수수식빵
두 번째 제과 실기 품목은 젤리롤케이크였다. 비중을 재야 하니 반죽을 능숙하게 섞어야 하고, 케이크 무늬를 그리고 롤을 잘 마는 게 중요했다. 비중은 잘 나왔는데 무늬에 쓸 캐러멜색소가 굳어서 그릴 때 애를 먹었다.
무늬가 반죽 바닥까지 가라앉으면 안 되는데 덩어리가 툭 하고 떨어지자 내 심장도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손을 덜덜 떨었으나 줄을 맞춰서 최선을 다해 무늬를 그렸고 케이크 색을 예쁘게 빼자는 생각으로 빵 색을 잘 관찰하고 침착하게 철판을 돌려 구웠다. 그리고 걱정했던 케이크 말기는 이미지트레이닝이 큰 도움이 되어 생각보다 수월하게 돼서 웃음까지 났다. 다만, 감독관들의 펜 끝에는 어떤 숫자가 적혔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발표일, 확신 반 의심 반으로 큐넷 앱을 열자 떠오른 숫자는 63. 제과 실기 두 번째 도전만의 성공이었다. 63은 합격을 알리는 수치에 불과했지만 내 눈에는 맨 앞에 1이 붙어 163점짜리 노력의 산물이라고 반짝이는 듯했다.
제과를 붙고 나니 제빵도 자신감이 붙었다. 발효 때문에 시험시간이 길어 중간에 여유를 가질 수도 있고, 제과가 섬세함을 요한다면 제빵은 반죽 상태를 파악하는 숙련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시험 품목은 옥수수식빵. 식빵류가 어려운 편은 아니나 기초가 얼마나 탄탄한지 완성품에서 금방 표시가 나기 때문에 쉽게 볼 게 아니었다. 또 옥수수분말이 들어가 반죽이 질어 성형하기까지 꽤 까다로운 품목이다.
보통 1차 발효는 30~40분을 잡는데 내 반죽은 도통 부풀 생각을 안 해 초조해졌다. ‘시간이 아닌 반죽 상태를 보고 빼라’던 선생님의 당부를 믿고, 시험 종료시간 5분 전에 오븐에서 뺀다는 계산을 역행해 최대한의 시간을 확보해 보았다. 최대 1시간 5분까지 1차 발효에 할애할 수 있었기에 그 시간을 채운 후 보니 꽤 부풀어 있었다. 반죽을 무게에 맞게 분할하고 중간발효 후 모양을 만들어 다시 2차 발효. 식빵 틀 높이까지 반죽이 부풀어 올라야 하는데 이 또한 감감무소식이었다.
다른 응시생들이 오븐에 반죽을 넣고 누군가는 빵을 뒤집기도 하는데 나는 아직 발효실만 쳐다보고 있었다. ‘휘둘리지 말자’ 되뇌며 테이블을 다시 닦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입술 안쪽을 곱씹으며 뜨거운 눈길을 보내던 나를 알아챘는지 반죽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기특하게도 세 개의 봉우리가 비슷한 높이로 떠오르며 어여쁜 자태를 뽐내기까지 했다. 잘 부풀어 오른 빵 봉우리들을 보며 합격을 예감했다. 그리고 67점이라는 점수가 나를 반겼다.
Story. 4 끝나지 않은 도전
이제 중요한 건 ‘내가 이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가’였다. 제과·제빵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업종에서 일하는 게 자격증의 최종 도착지라고 여겼다.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고, 이제 나만의 오븐 앞에 설 때가 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수첩형 자격증을 우편으로 받았다. 손바닥만 한 자격증 두 개를 손에 들고 보니 수업부터 시험장에서 보낸 시간이 지나가며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력서 자격증란에 당당히 두 개를 채우면서 희열을 느꼈다. 이 도전정신은 새로운 직장에서 내 기술과 꿈을 펼쳐보는 순간부터 또 다른 양상을 띠며 나를 숨 쉬게 할 것이다. 빵이 좋아 시작했던 일이 제빵사로 일할 자격을 얻게 해 준 것처럼 말이다.
더욱이 이 도전에 밑바탕이 돼 주고 이력서의 빈칸을 채워준 국가기술 자격증 덕분에 마음 한구석이 든든하다. 내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듯이 다른 이들도 국가자격증에 도전해 꿈을 향한 날갯짓에 공기를 불어 넣는 원동력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