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떡잎부터 남달랐다.
초등학교 때 이사 오기 전 동네가 그리워 친구들과 걸어서 찾아가기도 했고, 중학교 때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 직접 선생님을 섭외하고 팸플릿을 만들어 테니스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마음먹으면 꼭 시도해야 하는 성격이라 도전에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같은 세상, 같은 시간 속의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했다.
* 2020년도 성공 해외취업 수기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유럽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갈망
어릴 적 읽은 두 권의 책이 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먼 나라 이웃 나라 스위스 편’과 이집트 배경의 소설이었다. 영미 문화를 전공하면서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고, 미국 동부에 교환학생으로 1년을 다녀왔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이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턴십을 준비해 뉴욕 인근의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구체적인 꿈도 키웠다.
미국에서 공부도, 일도, 여행도 마음껏 해봤기에 미련은 없었다. 하지만 유럽, 특히 스위스는 여행과 더불어 국제 워크 캠프 봉사활동도 하면서 장기간 머물렀음에도 아직 갈증이 남아있었다. 갈망이 커지던 중 K-Move 멘토링을 알게 되었다. 독일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했다.
출국 1년 전부터 독일 생활을 위한 자금을 모았고, 약 6개월 동안 독일어를 공부했다. IT와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실무 경험을 구체화하여 정리했다. 경력 증명서, 상사의 추천서, 이력서, 커버레터 등 각종 서류를 영문, 국문으로 준비했다. 나의 해외진출에 월드잡플러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K-Move 멘토링을 포함, 글로벌 일자리 대전, 해외 취업 설명회, 이력서/커버레터 첨삭, 다양한 워크숍에 참여했고, 각국의 공고를 보며 근무 조건, 자격 요건을 확인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을 구체화했다.
그리고 2017년, 한국을 떠났다.
규모가 클수록 복잡한 해외 취업 절차
초반에는 거주 도시를 정하지 않았기에 글로벌 스타트업이 많은 베를린, 대기업이 많고 삶의 질이 높은 뮌헨, 한국 회사가 많아 취업의 기회가 열려있는 프랑크푸르트를 염두에 두고 여러 회사의 면접을 보며 실전 연습을 했다.
링크드인, 월드잡플러스, 베를린 리포트, Xing, Glass door 등을 활용했고, 베를린에서 스타트업 위주로 지원할 때에는 berlinstartupjobs.com 사이트와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에 올라온 공고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영어 이력서, 커버레터, 영문 추천서를 하나의 세트로 만들어 지원했다. 회사와 직무에 맞춰 두세 문장을 추가 또는 수정해 지원했고, 한국 회사나 한국인 포지션인 경우 국문 이력서, 자기소개서, 졸업 증명서 등의 자료도 제출했다.
1차 서류 통과 후 2차는 대부분 인사팀과의 전화 면접으로 진행했고 비자, 근무 시작일을 기본으로 30분정도 궁금한 사항을 주고받았다. 전화 면접을 통과한 후에는 바로 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외국 회사의 경우 직무별 테스트를 하거나 화상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규모가 클수록 절차가 복잡하고 길었다.
그리고 2018년 겨울, 겨우 합격한 첫 회사는 폴란드 스타트업이었다. 직전에 받은 임시 비자로 일을 시작했으나 결국 정식 비자를 받지 못해 계약이 종료됐다. 3개월 내 새로운 회사를 구하지 못하면 독일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착잡했다. 공백기를 최대한 없애고 싶어 2018년 말, 마케팅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독일 스타트업 프리랜서 공고에 지원했고 테스트에 합격해 바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 회사의 프로젝트 인턴에 합격하여 프리랜서 비자를 신청했다. 예술 직종이 아닌 일반 전공으로 프리랜서 비자를 신청하면 기본 1년, 두 곳 이상 계약이 되어 있어 수입이 보장된다면 2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2년 프리랜서 비자를 받고 일하던 중 2019년 여름, 현재 근무지로부터 제안을 받아 면접 후 최종 합격하여 이직했고 정식 노동 비자를 받았다.
안정성 대신 얻은 성취감과 도전정신
해외에서 일하며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거주의 안정성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은 외국인이어도 독일 또는 유럽 내 학교 출신이면 더 유리하다. 나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 자격에서 제한되는 것도 많았다.
또, 독일은 거의 모든 회사에 약 3~6개월의 수습 기간이 있는데, 비자 문제, 회사 상황, 성과에 따라 2주 전까지 고지만 하면 계약을 종료할 수 있기에 이 점도 스트레스 요소가 되었다. 반면, 해외 진출의 장점이라 한다면 인터내셔널한 직장동료, 많은 해외 출장 기회, 더 많은 세계와 사람들을 보면서 안목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성취감과 도전정신이 생겨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개인의 목표와 타임라인의 중요성
현재, 여전히 베를린에서 한국 대기업 해외 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처음 해외 취업을 목표로 했을 때는 영어로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커뮤니케이션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자유롭게 사용하는 곳이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독일에 몇 년 더 있으면 EU 영주권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더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생각할 수 있다. 스위스에 대한 꿈도 아직 건재하다. 앞으로 독일어와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해외 진출은 목표와 타임라인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비자, 집, 취업 등 불확실한 것들 사이에서 나만의 기준이 없다면 분명히 흔들릴 것이다. 진출할 나라, 도시, 기간, 직무, 나의 성향 등 기준을 세워 결정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낯선 나라,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중하게 생각하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껏 도전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젊음은 실패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