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시제품조립 검증팀의 김주호 부장이 대한민국 기계정비 분야 명장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한 단계, 한 단계 끝없는 자기 계발과 연구, 후배 양성을 통해 지금의 명장 자리에 다다른 김주호 명장.
그를 만나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여정을 들어 보았다.
기술자를 향한 소년의 꿈
김주호 명장은 자신을 두고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결같이 기술자가 되기를 꿈꿔왔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어 ‘명장’이라는 최고의 영예까지 얻었으니 소망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대통령’, ‘과학자’, ‘장군’이 되겠다고 할 때도 늘 기술자를 꿈꿨어요. 그리고 그 꿈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기술자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건 아버지 영향이었어요. 아버지가 어부셨는데, 배가 한 번 고장 나면 망망대해에 그대로 멈춰있을 수밖에 없는 걸 봤어요. 어린 마음에, 기술을 배워서 아버지의 배를 완벽하게 수리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섬 소년으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한 김주호 명장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전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한 김 명장은 기계 가공 업무와 기계 정비 업무를 병행했다. 엄격한 위계질서 안에서 어렵게 기술을 익히는 분위기가 당연했던 시절, 김주호 명장은 현장 업무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완성된 건설기계들의 최종 출고 전, 마지막 시험과 성능평가를 담당했기에 하나라도 놓치면 소비자와 회사에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이는 대학을 거쳐 대학원 석사 취득까지 공부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기계가공기능장 취득(1999년), 건설기계정비기능장 취득(2016년), 우수숙련기술자 중기계정비 선정(2016년), 인천시 미추홀명장 중기계정비 선정(2017년),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 기계분야 선정 등 김 명장이 쌓아 올린 눈부신 이력은 그가 얼마큼 성실하게 살았는지에 대한 방증인 셈이다.
오직 소비자의 신뢰를 위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그가 그토록 치열하게 달렸던 이유는 하나였다. 오직 ‘내가 생산한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만족하느냐’라는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굴착기와 휠로더를 구입하는 구매자들은 장비가 곧 재산이자 생계수단인 사람들이다. 1억에서 10억까지 하는 장비를 구입하는 이들에게 장비의 안전성과 신뢰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품질에 대한 반응 또한 매우 즉각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런 점에서 꽤 까다로운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기계 가공과 정비 업무를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수출한 제품에 문제가 생겨 6개월을 꼬박 걸려 해결한 적도 있고, 엔진과 미션의 충격을 방지해주는 댐퍼에 생긴 문제를 4개월 만에 해결한 적도 있습니다. 또, 구매한 기계에 문제가 생겨 화가 난 소비자에게 즉각 문제를 해결해드렸더니, 매우 흡족해하며 그 자리에서 추가로 장비를 구매한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일의 규모가 크고, 그만큼 인정을 받으면 더 큰 신뢰와 만족을 보여주는 게 이쪽 업계의 특성입니다.”
36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겨울에도 변함없이 장비 밑으로 등을 깔고 들어가 까다롭게 측정하고 검수하는 김주호 명장, 지금도 보령에 있는 PROVING GROUND(새로운 기계·차량·무기의) 성능 시험장에 일주일에 2~3번씩 다니는 자세는 그의 삶 전체를 지배했다.
자신의 손을 통해 나가는 굴착기, 휠로더 등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제안과 개선을 거듭했고 사내 학습동아리를 통해 후배 양성은 물론 관련 학회에도 수많은 논문을 냈다. 특히 청진기를 건설기계에 갖다 대고 의사보다 더 진지하게 기계 속 소리를 듣는 그의 모습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그만의 시그니처 포즈이다.
“이 청진기요? 30년 전에 사서 지금까지 쓰고 있어요. 처음에는 딸이 감기에 걸렸을 때 가래 끓는 소리나 기침 소리를 듣기 위해서 샀는데, 지금은 건설기계에서 나는 소리를 더욱 정확하게 듣기 위해 사용하지요. 딱딱한 중장비 기계이지만 작업자들이 그 안에서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감성 평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집중을 발휘하고 실행하라
김주호 명장은 일할 때 세 가지 원칙을 지켜왔다.
“첫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은 분명한 목표를 갖고 도전합니다. 월간 계획과 연간 계획을 세워 도전하십시오. 둘째,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십시오. 최우선으로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행하는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셋째,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명한 근성은 성공적인 마무리를 끌어내기 위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모든 지원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온화한 얼굴 속 강단 있는 눈빛이 마주한 이를 압도한다. 김주호 명장에게는 목표가 있다. 기술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결코 이에 만족하지 않는 원대한 꿈이다.
“예를 들어 굴착기에 1천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면 그 핵심부품은 전부 일본이나 유럽에서 사 옵니다. 그들이 부품을 팔지 않으면 저희는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소위 ‘물량을 조절 당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래서 부품의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저희가 개발한 부품을 정밀하게 테스트해 기존 성능이 나오는지 체크하는 것이죠. 또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동료들과 함께 가는 거예요. 무엇이든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일의 단계를 끌어올립니다.”
평생을 헌신해온 중장비기술이야말로 국가의 근간이 되는 기술임을 굳건히 믿고 있는 김주호 명장. 2022년 현재, 그는 여전히 도전하는 자이다.
건설기계정비기능장
Master Craftsman Construction
Equipment Maintenance
기계는 자동차, 전기, 전자, 통신, 항공우주, 조선 등 산업 전반에서 활용된다. 건설기계정비에 관한 최고 수준의 전문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자격제도를 제정했다. 건설기계정비기능장은 건설기계정비에 관한 최상급 숙련기능을 가지고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관리한다.
기계가공기능장
Master Craftsman
Machinery Maintenance
기계가공은 기계제조 전반에 걸친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생산시설이 자동화됨에 따라 더 많은 숙련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자격제도를 제정했다. 기계가공기능장은 선반, 연삭, 밀링, 기어절삭 등 최상급 숙련기능을 가지고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