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중 하나가 부동산 개발 의혹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그 주제에 더욱 민감한 것은 ‘청렴’과 ‘반부패’ 그리고 ‘공정’의 기준에서 해당 사건을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공모 형태로 참여한 민간업체가 사업 수행 시 부패행위를 하거나 금품·향응을 제공하면 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해석이 분분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따라 청렴계약제가 적용되어 발주처와 민간사업자 사이의 ‘청렴이행서약서’ 위반시 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고, 후속 절차로 부당이득을 강제 환수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청렴계약제는 계약을 수주하고 이행하는 전반에 뇌물수수나 금품향응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불이익처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하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에게 다른 경쟁업체도 뇌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과 정부 발주부서에서도 부패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절차를 투명하게 한다는 점을 확신시킴으로써,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뇌물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여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 및 조달부문에서의 부패와 그에 따른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제도는 1994년, 에콰도르 정부가 조달하는 사회간접자본 계약에서 25~30% 정도의 뇌물이 오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국제반부패시민단체 TI(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조언을 요청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당시 TI는 뇌물을 제공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업체에 계약기회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 부패가 발생한다고 보아 청렴계약제(Integrity Pact)를 개발하여 적용하였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에콰도르 내 뇌물 관행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 부패방지의 성공적 모델로 꼽히게 되었고, 이후 주변 국가에도 전파되어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리매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7월, 서울시에서 청렴계약제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청렴계약이 법령에 명시됨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지방공기업 및 지자체의 출자·출연기관 등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 시에는 반드시 청렴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청렴계약제는 계약을 위한 필수조건이나 사업수행 단계에서 청렴계약체결에 따라 이행점검이나 위반사례에 대한 제재 처분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기관은 청렴계약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의무도 없고, 실제로도 이행점검이 이어지지 않으며, 위반사례를 발견하더라도 입찰참가 제한이나 부당이득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청렴계약제가 계약 체결 당시에만 진행되는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렴계약제가 부패방지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발주기관에서 계약 이후 상시적인 감시·감독을 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자체적인 감사기구, 제3의 독립기구를 통해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효과를 위해서는 계약이행과정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관계자들로부터 부패행위에 대한 내부제보를 받는 것이다. 부패는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내부제보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청렴계약이행서약서에는 ‘내부제보자에 대해 불이익조치를 하지 않는 내용의 사규를 제정하도록 노력한다’라고 기재하고 있는데, 이는 내부제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 제보자를 보호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렴계약제를 통해 내부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내부제보자 보호를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내부제보자에 대한 명확한 보호, 보상방안이 규정되고, 제보자에게 불이익처분 시 제재방안이 마련되어야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제보할 수 있다. 내부제보자 보호에 소요된 비용은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내부제보로 인한 환수액의 일정 비율을 제보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방식, 불이익처분을 할 경우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제보의 가능성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청렴계약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내부제보를 유도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가 강화되어야 한다.
2022년, 어지러웠던 많은 뉴스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공공계약들을 시작하기 전에 청렴계약제 보완을 통해 민·관을 아우르는 더욱 청렴하고 성숙한 계약문화를 갖추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