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종주국 대한민국의 미래, 첨단인쇄기술로 앞서나간다
    대한민국 명장(인쇄·출판 직종) 문길환 (주)티디엘 기업부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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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출판 분야에 명장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잉크로 책, 신문을 찍어내는 일에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질 만한가.

짐작건대 수많은 사람이 당연히 가질 법한 의문을 품고 광주광역시로 향했다.

봄의 초입에서 만난 문길환 명장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인쇄’를 편협하고 좁은 시각으로 봐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인쇄 종주국인 대한민국이 변치 않는 영광의 길을 미래에도 걷길 소망하는 그.

문길환 명장을 함께 만나 본다.
 

디지털화, 융합화 등

새로운 인쇄기술을 개발하여

미래형 제품화 기술로

도약해야 합니다

 

첨단기술 시대, 예전의 인쇄는 잊어라

국가가 공인한 최고 장인으로 뽑힌 그에게 “요즘 같은 첨단 디지털 시대에 소위 말하는 사양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인쇄·출판 분야에 명장을 왜 뽑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솔직함을 넘어 무례하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던 이 궁금증은 비단 취재진만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런 종류의 질문과 의구심을 자주 접했던 듯 문길환 명장의 표정에는 조금의 요동도 없다.
 

 

“지금 질문은 명장 선정 심사위원회 면접에서도 나왔었습니다. 초기 인쇄는 주로 책이나 신문 등으로, 글자, 그림, 사진 등의 시각적 정보를 대량복제하여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매체로서 발전해 왔지만, 최근 인쇄는 모든 시각적 정보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더불어 전기적·전자적인 기능들을 대량복제하여 보급화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 진열된 모든 상품에는 다양한 형태로의 정보들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비닐이든, 플라스틱이든, 금속이든지요. 대형 가전매장의 TV, 세탁기 등 전기, 전자제품도 마찬가지이지요. 하다못해 리모컨에도 인쇄가 되어 있죠. 또한, 스마트폰에도 다양한 인쇄부품이 있는데, 특히 ‘터치패널’은 손으로 누르면 정전압이 감지되어 원하는 글자를 입력하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전자적 기능을 하는 부품으로, 이것은 PET Film 위에 ITO라는 투명전도성 물질을 코팅하고, 그것을 아주 미세한 패턴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인쇄를 한 후 에칭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인쇄하면 책이나 신문을 찍어내는 것으로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차분히 설명하던 문길환 명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는다. 문 명장과 인쇄의 인연은 1989년 인천직업훈련원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인쇄는 전도유망한 산업분야’라는 훈련원 박정엽 선생님의 말씀에 전기과에서 인쇄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 그 출발이었다.

 

특수인쇄로 대한민국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다

문길환 명장은 아주 성실한 학생이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보는 강단이 있었고 이는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특히 인쇄술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1세대 인쇄술은 당시의 지식이나 기록을 남기는 역할을 했고, 2세대 인쇄술은 종이가 발명되면서 기록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역할로써 이어져 왔고, 3세대부터는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에 따른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인쇄물을 대규모로 제작하여 보급했고, 4세대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인쇄가 확산했으며, 5세대부터는 인쇄전자의 시대로, 전통적 인쇄의 역할인 시각적 정보뿐만 아니라 ‘전기, 전자기능의 대량복제 전달’로 인쇄산업의 역할이 확장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트렌드와 확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1993년도에 특수인쇄 직종에 입문했던 문 명장은 특유의 근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일에 대한 강한 욕심, 누구에게도 일로 지는 걸 싫어했고 ‘어차피 내가 할 거면 최고가 되어야 한다'라는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
 

2000년, H사 근무 당시 업다운 방식이 일반적인 스크린인쇄기를 Slide Type으로 정밀화, 국산화하여 양산라인을 구축함으로써 정밀인쇄기의 국산화에 이바지했고, 6sigma project 리더로서 Display EL Yield 99.6%를 달성하여 인쇄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이익을 극대화했다.

2013년 B사에 재직 중일 때는 인쇄전자기법을 이용해 ‘바이오센서 스트립’을 개발해 상용화했고 ‘도전성 박막소재’, ‘바이오센서 전극 스트립’, ‘전도성패턴 적층체’ 등 특허를 등록하여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지금껏 이룬 국가연구개발과제 16건, 특허등록 23건, 실용신안 3건 등록 및 인쇄기술 제품개발 등은 그가 걸어온 숱한 길들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융합인쇄기법으로 인쇄종주국의 명맥을 반드시 이어갈 터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연구로 수많은 성과를 낸 그였지만, 2008년 한국폴리텍2대학 남인천캠퍼스 인쇄학과에 기술자문을 하면서 특수인쇄로 EL을 인쇄하고 일반 인쇄물에 부착한 인쇄광고물을 제작하여, 변화하고 있는 인쇄기술을 시연했던 일은 특별히 잊지 못할 기억이다.
 

“EL이란 무기전계발광체로 전기를 인가하면 발광하는 제품인데, 발광물질을 잉크화해 인쇄로 제작하는 제품을 말해요. EL 앞에 시각정보 인쇄물을 부착하면 점등, 점멸되며 시각정보를 밝게 비춰주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 인쇄물을 가지고 관련 부처, 국회에서 시연을 했더니 모두 ‘이게 무슨 인쇄야? 전자제품이지’, ‘인쇄는 책 찍어내는 게 인쇄지’라고 했습니다. 당황스러웠죠.”
 

당시 인쇄학과 교수진과 문 명장의 길고 긴 노력과 설득 끝에 미래신성장 동력학과로 개편된 인쇄학과는 오프셋인쇄기 보강, 정밀한 특수인쇄를 위한 신장비 도입, 크린룸 신설, 디지털인쇄기 도입 등으로 맞춤형 신기술을 교육하여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성공했고, 취업률 100%를 기록한 폴리텍대학 최고의 취업사례로 선정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문 명장은 인쇄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바꾸고 후배 양성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문길환 명장은 2011년 인쇄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10년만인 2021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쇄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 인쇄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2021년, 그는 기술인 최고 영예인 명장으로 선정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인쇄 산업은 하향·사양산업이라고 인식하지만 보안, 스마트패키징 등으로 확대되어가는 특수인쇄의 다양성과 디지털화되는 인쇄기법, 인쇄방식의 장점들을 융합하는 융합인쇄기법 등으로 인쇄전자 시장의 산업 규모는 수천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저 또한 더욱 진보한 인쇄기술을 적용해 둘둘 말아서 들고 다니는 TV 디스플레이 제품, 진단키트를 이용해 내 몸의 상태를 파악하는 바이오 분야 그리고 솔라셀 태양전지 생산분야까지 특수인쇄 명장으로서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지금, 그의 발언과 행보는 인쇄·출판 분야에 묵직한 무게를 드리우고 있다. 과거 인쇄 분야에 종사했던 선배들에게 소리 높여 요구했던 것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직접 보여주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인쇄 전문가와 인쇄산업에 종사하는 분들께도 인쇄기술의 디지털화, 융합화 등 새로운 인쇄기술을 개발하여 미래형 제품화 기술로 도약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쇄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인쇄산업육성의 절실한 필요성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제언 드립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인쇄를 향한 단단하고 편협한 시선을 깨고, 5차산업혁명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서고자 하는 인쇄·출판 명장 문길환. 그의 흔들림 없는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만들어온 업적보다 이룩할 것들이 더욱 많기 때문이 아닐까.
 

 

 

업데이트 2022-02-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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