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2021년엔 COVID-19의 재확산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좋은 소식들만 들려오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연초부터 당혹스러운 소식들이 들려왔다. 그중 하나는 의료용구 등을 제조/판매하는 한 회사의 청렴하지 못한 사건이다.이러한 사건은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 사건의 가장 당혹스러운 점은 먼저 자기자본대비 100%를 상회하는 금액을 한 직원이 빼돌렸다는 금액의 규모 측면이 있고, 그다음으로는 그만한 금액이 몇 개월에 걸쳐 빠져나가는 동안 아무런 내·외부의 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점, 마지막으로 그 직원의 정체와 자본의 사용용도였을 것이다.
이 일로 해당 업계에서 수위권의 입지를 가진 이 회사의 기업 신용도는 바닥을 쳤으며, 당장의 주식 거래정지와 더불어 상장폐지 등의 이야기가 나오며 기업의 운명이 위태로워졌다. 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었을 직원들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며, 더불어 해당 기업의 외적으로도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기업 전반의 신용에 대한 의구심으로도 번질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가능케 한 요인은 무엇이며, 그 해답은 무엇일까?
사건이 진행되고 알려지면서 직원의 신원도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 천억여의 금액의 주식을 사고 팔아 ‘슈퍼개미’로도 알려졌던 그는 해당 회사의 재무관리 팀장이었다고 한다. 필자로서는 해당 직원의 정확한 업무내용은 알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재무관리 직원이라면 회사의 경영활동에 따른 성과와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운용하여야 하는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직책으로 파악한 정보와 내부통제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대규모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다루는 많은 매체 등에서는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과 금융당국의 감시시스템 미작동을 이유로 그에 대한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떠한 시스템에도 취약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 어떠한 시스템이라도 결국엔 사람이 운용한다는 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통제·감시시스템의 강화와 더불어 개개인의 윤리, 즉 직무 책임의 인식과 이를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의식 그리고 공공의 피해보단 자신의 사익을 우선시하는 것을 지양하는 태도를 함께 갖추어야 제대로 된 사회적 해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사회에서 접하는 기사들을 보면 이러한 윤리의식의 개선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몇 년 전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말로 ‘소확횡’이란 단어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이란 말의 줄임말로 회사의 비품 등 물건을 소소하게 사적으로 소비하면서 개인적인 만족감을 얻는 행동들을 말한다. 심지어는 SNS에 인증 사진 등을 올리는 풍경이 보이기도 했다. 앞선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소소한 일탈 행위이지만 본질적으로 윤리의식의 부재다. 정도의 차이일 뿐, 큰 죄의식 없이 사익추구를 위하여 회사의 재산, 공공의 물건 등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출장을 빙자하여 회삿돈으로 여행을 간다거나, 회사공간에 코인 채굴프로그램을 설치하였다가 적발되는 등의 사례를 통해 확인하듯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처럼 더 커져가기도 한다. 결국 ‘나 하나쯤이야’로 시작한 작은 절도는 누적되며 조직의 손실을 만들어내고, 더 대범해져 가면서 다수의 피해와 함께 사회적 신뢰의 상실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확횡’의 유행, 그간 있던 크고 작은 청렴의 부재, 그리고 이번 대규모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윤리의식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2022년에는 이런 사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제는 공공을 넘어 기업 등 민간영역까지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변화가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