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도 국가자격취득 수기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인간공학기술사에 도전하다
회사에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세 명의 작업자가 작업 중이던 발판을 절단하여 추락하여 동시에 사망한 사고였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전사적으로 매우 충격이었다. 자살과도 같던 작업자들의 행동은 연구대상인 마냥 머릿속을 맴돌았다.
동시사망사고는 회사의 안전경영점수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고, 결국엔 주요 대형 수주에 탈락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인명 손실은 물론 회사의 존폐까지도 위협하는 안전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안전구호를 외치고 감시도 하지만, 인간의 실수를 막을 수 없다면 안전사고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인간공학(ergonomics)은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정착되어 있고, 안전은 물론 실내건축기사에서도 하나의 검정 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설계직무 종사자로서 설계에 인간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지라 인간공학과 이미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간공학 공부를 하면서 최고 수준의 국가기술자격, 인간공학기술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교재 오류를 신고하다
교재에서 찾아낸 오류를 혼자 알기가 아까워서 세이프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세이프티넷은 인간공학박사이자 인간공학기술사이신 동의대학교 김유창 교수님로부터 시작된 인간공학 전문가 모임으로, 김유창 교수님은 인간공학기사 교재의 저자이기도 하다. 심심풀이로 하나둘 올린 오류 신고가 교재 정오표에 반영되는 것이 신기했고, 어느덧 일종의 취미가 되었다.
단순한 오타는 실행과정에서 발생한 착오(slip)이고, 번역 오류는 몰라서 틀리는 실수(mistake)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수는 법규를 알지 못하는 ‘rule based behavior’와 이치를 잘 몰라 생기는 ‘knowledge based behavior’로 다시 분류된다. 그러면, 본인들 발판을 잘라내어 추락사한 세 명은 과연 무슨 오류를 범했을까? 인간공학을 공부할수록 세상의 이치가 파악되니 매우 신기했다. 인간공학 지식은 현실과 결합하여 공부라기보다는 독서에 가까운 행위가 되었다.
대망의 인간공학기술사 필기시험일
그렇게 교재를 1독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 인간공학기술사 필기시험은 한 달 뒤로 바싹 다가왔다. 심화 교재를 두 권 추가로 읽고 이해하며 서브노트를 보강해 갔다. 딱딱한 활자와 투박한 스케치보다는 컬러로 된 만화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보건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해부학관련 그림책을 따로 구해서, 간접경험을 했다. 그렇게 해서 기술사 필기시험을 불과 4일 앞두고 계획했던 모든 정리를 끝냈고, 동시에 서브노트 역시 완성했다.
기술사 필기시험의 묘미는 모든 문제에 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교시 13문제 중에서는 10문제, 2~4교시는 6문제 중에서는 4문제를 고르면 되니, 제대로 이해한 것만 골라 논술을 펼쳤다. 그렇게 해서 하루 8시간 필기시험을 마쳤다. 12월 초에 시작한 대장정의 6개월이 그렇게 화려하게 끝이 났다. 아침 9시 요란하게 문자가 와 있다. “축하드립니다. 인간공학기술사 필기시험 합격!” 평균 67점이었다.
면접시험을 위한 이력카드 작성 시,
질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기시험을 준비한 시점부터 면접시험 준비는 시작되었다. 기술사는 감리, 즉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다. 본격적인 면접시험 준비는 이력카드 작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력카드는 경력 사항(최대 10가지, 경력당 50자)과 실무경험(500자)으로 나뉘는데, 이 이력카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면접의 시작이 달라지며, 그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면접관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긴장할 틈도 없는 짧은 소개가 끝나자마자, A에 대해서 말해보라는 첫 질문에는 A가 왜 인간공학과 연관이 있는지부터 실제 성과와 국제특허까지 광고했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하지도 않았다. 그럼 B에 대해서 했다는데 BBB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라는 질문에는 개념 위주로 아는 수준에서 요점만 짚어서 설명했다. “그럼, 본인의 산업계에 BBB 적용 실적은 어떤가요?” “네, 업계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있습니다.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분해하고, 선택하고, 계산해서, 산업계의 표준인 95%에 맞추어야 하는데, 아직 스터디 초기 단계입니다.” 면접관의 반응이 왔다.
본인의 산업계에서도 그런 식으로 초기 적용단계인데 우리 잘해 보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인간공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에서 저는 생존과 안전을 넘어 사회적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인간공학기술사가 되면 4단계 존경의 단계가 될 것이고, 회사 내외부로 인정받아 인간공학을 본격 적용하는 데 힘이 될 것입니다. 힘을 실어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 마이크가 뚝 꺼지고 면접이 끝났다. 소리는 안 들리지만, 면접관이 고개를 끄떡 끄덕 하는 모습이 화면으로 보였다.
결과는 합격! 깔끔하게 총점 240점, 평균 80점으로 합격하여 인간공학기술사가 되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였다.
인간공학기술사는 이제 시작이다
비대면 시대에 회사와 나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시작한 도전은 인간공학기술사 취득 준비로 이어졌고, 1년 만에 성공했다. 나의 삶은 인간공학기술사 취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주변의 사람과 사물의 이치를 인간공학적으로 따져보는 습관으로 하루가 기다려지고, 이번 기회로 인간공학교재 오류 정정을 넘어 신간 인간공학기술사 교재의 공동저자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인간공학기술사 교재를 집필하는 것은 기존의 기술사 교재에 절망하던 인간공학기술사 준비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기 위해서이다. 더 나아가 다음 차수 인간공학기술사 면접시험 준비모임에 강사로 초빙되어, 면접 조언도 하게 되었다. 여기에 고무되어 현재는 인간공학기술사 인터넷강의 강사로 활동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나의 인간공학기술사는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이다.
인간공학기술사란?
인간공학기술사(Professional Engineer Ergonomics)는 고도의 전문지식 및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요인 분석·예방교육과 기계, 공구, 작업대, 시스템 등에 대한 인간공학적 적합성 분석·개선, 안전 보건 경영 시스템(OHSMS) 관련 인증을 위한 업무, 작업자 인간과오에 의한 사고분석 및 작업환경 개선, 사업장 자체의 인간공학적 관리규정 제정 및 지속적인 관리를 담당하며 지도, 감리 등의 기술업무도를 수행하기 위한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