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장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중소기업을 찾아가 기술을 나누고 전수하고 싶은 꿈도 있어요.
1997년 한보철강의 부도 소식이 들려왔다.
3,000여 명의 직원들이 구조 조정에 회사를 떠났고 그는 남았다. 암흑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버텨낸 시간,
그는 그 속에서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하고 기술을 키우며 회사의 재도약을 묵묵히 이끌어냈다. 현대제철(주) 이광택 대한민국 명장의 이야기다.
2008년 국가품질명장, 2020년 충청남도 명장에 이은 명장3관왕입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지원서를 내기는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고 너무 기뻤습니다.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고요.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로지 한 우물만 파왔던 제 인생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습니다.
38년간 철강과 인연을 맺어오셨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저는 경남 합천 작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어요. 마을에 오랜 가뭄이 지속되고 흉작이 이어지면서 농사가 생업이었던 가정형편이 점차 기울었지요. 군 제대를 한 뒤 가족들을 위해 선택의 여지없이 생계에 뛰어들었어요. 한참 개발이 가속화되던 1980년대 당시에는 철강산업이 임금 수준도 높고 전망도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지요. 그렇게 금호산업에 입사해 철과 인연을 맺었고 1994년 현대제철의 전신(前身)인 한보철강으로 자리를 옮기며 철은 제 운명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제철 철근압연공장에서 근무하며 38년째 철과 동고동락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까지 철근압연 분야에서 꾸준히 한길만을 걸으셨습니다. 그간 어려운 일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1994년 한보철강 입사 당시, 당진에 공장을 막 짓기 시작한 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3년 동안 새벽 5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집에 들어갈 만큼 회사에 열정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참담했지요. 1997년 한보철강이 부도를 맞으며 구조 조정에 들어간 겁니다. 3,600여 명의 직원 중 3,000명이 회사를 떠났고 600명이 남았습니다.
저는 남았지만 임금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어요. 공과금과 아이들 학비 내기도 빠듯할 정도였어요. 당시 아내도 안 해본 부업이 없을 정도로 고생이 많았지요. 잘 견뎌준 아내에게 지금도 미안하고 참 고맙습니다.
한보철강이 어려움을 극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요. 그게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라 생각해요. 당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도 많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최신식 공장이 그대로 문 닫지 않을 거라 굳게 믿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습니다. 결국 7년 후 한보철강은 현대제철이란 이름으로 다시 일어섰고 힘겹게 버텨낸 시간은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운명적 선택이 되었습니다.
명장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기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철근압연 기술인 압연 패스스캐줄과 철근수냉 템프코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압연 패스스캐줄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없는 최고의 기술로 오랜 현장경험과 숙련을 통해서만 현장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각 압연기를 통과할 때 달라지는 소재의 모양과 치수 등을 맞춤 개선해 압연사고를 낮추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허등록, 실용신안 등을 통해 기술력 또한 인정받았습니다.
철근수냉 템프코어 기술의 경우, 철근제품 직선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어요. 관련 특허등록완료 1건 및 등록 중 1건을 진행 중이며, 품질개선과 연1만 톤의 불량감소로 원가절감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간 공정개선 20건, 특허 8건, 실용신안 1건, 디자인 등록 1건 등 꾸준히 현장개선 및 특허를 이뤄오셨습니다. 특별한 비결과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저는 미니수첩에 기록하기를 좋아해요. 미니수첩을 가지고 다니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든지 간단히 메모 후 정리하여 현장 개선으로 연결시킵니다.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수첩 속에는 수백 가지 아이디어가 빼곡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저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신다면요.
2012년 4월에 ‘조압연 카리버’를 개발한 것입니다. 처음 설비 도입 때 적용한 카리버레스 타입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롤 마모로 인해 제품 형상이 변하고 압연 사고의 원인이 됐어요. 이에 1~8번 스탠드 카리버를 개발해 생산성을 25%까지 대폭 증가시켰습니다. 마이스터고 등에서 숙련기술을 전수하며 후배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길에는 지름길과 에움길이 있습니다. 만약 잘 닦인 도로가 없다면 우리 선배들이 에움길을 가며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기술과 노하우 전수겠죠. 제가 현장에서 38년간 익힌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면 후배들은 우리가 했던 실수를 하지 않고 보다 편안한 길을 갈 수 있겠지요. 그런 등대 같은 선배가 되고 싶은 사명감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꿈이 있으시다면요.
대한민국 명장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중소기업을 찾아가 기술을 나누고 전수하고 싶은 꿈도 있어요. 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제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알려주어 산업현장의 어엿한 숙련기술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무엇보다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일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 현장의 불편사항을 개선해나가면서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 특허도 내고 회사 발전과 개인의 성장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