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직한 제과 외길,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동력
    홍종흔 (사)대한민국명장회 회장 홍종흔베이커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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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빵을 만들어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이 소박한 바람이 홍종흔 명장의 꿈을 키워왔다. 열여덟,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빵집에 취직한 10대 소년이 제과제빵 명장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고민과 열정을 품고 달려왔을까.

어느덧 (사)대한민국명장회 회장으로 우뚝 선 그는 명장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꿈을 추가해본다.
 

 

지난해 (사)대한민국명장회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숙련기술인 단체를 이끌게 되었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2012년 제과제빵 직종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되었거든요. 그 이름의 무게에 충실하고자 2013년부터 대한민국명장회 부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대한제과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관련 부처나 업계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왔습니다.

당시 혁신적으로 재정을 확충하고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성과를 거뒀는데요. 그 경험을 살려 명장회의 발전과 단합, 무엇보다 명장님들 개개인의 위상과 활동 제고를 위해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되어 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활동의 제약이 컸을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한민국명장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명장에게는 투철한 장인 정신이 있지 않겠습니까. 여러 명장님의 참여와 도움으로 명장회의 위상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발전을 이끄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명장회 3대 산업 분야(금속가공, 전기전자, 자동차부품)를 중심으로 대한민국명장의 현장 노하우를 디지털화·로봇화하는 수익 사업입니다.

명장이 십 수년간 현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로봇화 공정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기술 자문을 하며 수요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요.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손잡은 기술 용역 사업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장 환경의 변화에도 여전히 숙련기술인의 가치가 돋보이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업이죠. 대한민국명장회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올해 말까지 활동을 이어가실 텐데요. 회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제가 공약으로 내세운 3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습니다. 첫째, 계속장려금 추진사업입니다. 명장의 경우 ‘계속종사장려금’이 지급되는데 기업에 소속된 명장의 경우 정년 퇴임을 하면 ‘종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려금 지급이 중단됩니다. 이에 연 5~6회 기술자문이나 세미나 등의 활동 기회를 주고 ‘계속장려금’ 형태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퇴직명장의 재활동을 위한 사업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MOU를 맺어 퇴직한 명장이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또한 숙련기술장려법 개정안을 제안해 고용노동부, 교육부와 MOU를 맺어 전문기술 특별강의 기회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셋째, 기술인의 탑을 세울 계획입니다. 서울 시내 명소나 각 지역 랜드마크에 명장의 이름과 직종, 증서 번호를 새긴 기술인의 탑을 건설하는 것이죠. 기술인의 자부심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기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고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조하는 국가적인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회장님은 대한민국 제과명장으로서 쌓은 업적도 상당합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충북 진천에서 5형제 중 막내로 자랐는데 늘 가난했어요. 중학교에 다닐 때 형님이 빵집 공장장이었는데 월급이 괜찮더라고요. 가난을 벗어나고자 열여덟, 서울로 올라와 종로 시장에 자리한 빵집에 취직했습니다. 그렇게 기술을 연마하다 1990년 10월에 제 첫 매장을 열었어요.

비록 8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새벽 4시부터 빵을 굽고 밤 12시에 문을 닫아도 지치지 않고 마냥 행복했어요. 제과제빵도 계속 배우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거든요. 뛰어난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부지런히 기술을 배웠던 것 같아요. 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시도를 즐기면서 말이지요.
 

 

2005년 우리나라 최초로 프랑스제과 월드컵대회에서 설탕공예 케이크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제과제빵 종주국에서 이룬 성과라 더 큰 주목을 받으셨죠.

어느 정도 제빵에 자신이 생기면서 나의 수준과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프랑스제과 월드컵대회에 출전해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겨루고 싶다는 꿈이 생긴 거죠. 하지만 제과제빵 종주국인 유럽의 벽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할 수 있나요. 외국의 유명 셰프를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배우는 기회를 마련했죠.

덕분에 대한민국 제과 기술과 공예 기술이 부쩍 향상되었어요. 저도 꿈꾸던 대회에서 설탕공예 케이크 부분 1위를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면 안 되겠다고 각성하고 이후 일본, 유럽의 챔피언 기술자와 계속해서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었죠.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제과업계 전체의 상생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이죠. 함께 가야 오래 가는 법이니까요. 2017년 대한제과협회 회장으로 당선되어 3년 동안 제과업계 전반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관련 부처 및 업계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도모하고, 국내 최초로 아시아컵베이커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제과인의 위상을 높였죠.

또 제과점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연장이 안 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이끌고 삭발까지 감행했습니다. 결국 제과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같이 대기업 제과점과 제과협회가 5년간 상생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죠. 카드수수료를 0.1% 낮추는 제도 변화도 이끌었고요.
 

* 중소기업 적합업종 |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향후 3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 철수 내지는 확장 자제가 이뤄진다.
 

늘 변화하고, 도전하고, 문제가 생기면 거침없이 돌파하는 면모가 지금의 명장님을 만든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4월 홍종흔베이커리 본점을 확장 이전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골드헤겔’을 론칭한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지속적인 성장과 도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제과업의 특성 자체가 늘 새롭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빵을 개발할 때도 어떻게 하면 맛있게 새로운 빵을 만들까를 고민하거든요. 절대 적당한 재료로 적절한 맛을 내는 데 만족하면 안 됩니다.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끼워서 판 크림치즈베이글도 저희가 시작해 전국으로 퍼진 경우죠. 사실 첫째도 맛, 둘째도 맛, 셋째도 맛입니다. 맛을 찾다 보면 새로움을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올해 4월 오픈한 골드헤겔은 줄을 서서 빵집을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더 넓고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 마련한 베이커리 카페입니다. 건물만 새롭게 짓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변화만이 살길이니까요.
 

홍종흔 명장님을 따라 제과 업계에 발을 들이고 명장의 꿈을 키우는 후배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제과 명장으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특히 경연에 끊임없이 도전해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출전하기 위해 10번, 20번 연습을 하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분명히 실력이 느니 오늘 상을 못 받아도 좌절 말고 다음에 또 도전하길 바랍니다. 저 역시 명장에 오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름에 걸맞게 더 맛있는 빵을 선보이고 제과업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0년 제과 부문 1호 명장(박찬회 명장)이 탄생한 이후 약 12년이 지나 9호 명장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감히 내가 명장을?’이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자리에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기술을 발전시키다 보니 감사하게 기회가 왔습니다. ‘명장’ 그 자체를 목표로 하면 오히려 어렵고 힘들고 지칠 거예요. 평상시에 열심히, 진실하게, 열정을 가지고 역량을 쌓아 놓으면 누구든 명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연에 끊임없이 도전해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출전하기 위해 10번, 20번 연습을 하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분명히 실력이 느니 오늘 상을 못 받아도 좌절 말고 다음에 또 도전하길 바랍니다. 저 역시 명장에 오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름에 걸맞게 더 맛있는 빵을 선보이고 제과업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업데이트 2022-07-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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