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조리과 학생, 10년 뒤 프랑스에서 호텔 요리사가 되다
    2021년 청년 해외진출 성장스토리 우수상 수상작 - 글 임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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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 첫 시작, 샌프란시스코 

경기도 이천의 전문대 호텔조리과를 졸업한 내가 프랑스 요리사를 꿈꾸게 된 것은 군 전역 후 떠난 유럽여행 때문이었다. 3주간 떠난 프랑스·이탈리아 여행에서 미슐랭 쓰리 스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프랑스의 매력에 이끌리며 막연히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흘러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 해외 취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의 한 취업 에이전시를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1년간 인턴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림돌은 400만 원 정도의 수속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월드잡플러스에서 운영하는 해외 취업 성공 장려금(현 해외 취업정착지원금) 제도를 알게 되었다.
 


2016년 당시 해외 취업에 성공해 초기 6개월을 근무하면 200만 원, 12개월 근무 완료 시 200만 원을 추가해 총 4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이 제도는 수속비용이 부담스러웠던 내가 미국 인턴십에 도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구글, 애플 등 세계 최고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 밸리 바로 옆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미슐랭 스타가 가장 많은 도시다. 나는 이 미식의 도시에서 ‘코리 리 셰프의 무슈 벤자민(Monsieur Benjamin)’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었다. 미국의 프랑스 요리는 유럽 여행에서 맛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원래의 맛과 레시피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요리를 자연스럽게 접목시킨 특별한 맛, 다양한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맛깔하고 이색적인 요리였다.
 

프랑스 요리를 본고장 리옹에서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를 짧게나마 경험하고 나니, 이제 본고장 프랑스로 가 제대로 된 정통요리를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약 두 달간의 기다림 끝에 프랑스대사관에서 학생 비자를 발급받아, 미식의 도시 ‘프랑스 리옹’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리옹에서의 생활은 오전에는 가톨릭 대학교 부속 어학원에서 하루 4시간씩 5일 동안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오후에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는 학생비자로 1년에 964시간, 일주일에 약 20시간 정도를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나는 ‘lhotellerie-restauration.fr’이라는 프랑스 호텔 레스토랑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찾아 CV(이력서)와 Lettre de motivation(지원 동기서)을 보냈다. 그중 두 개의 호텔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중 ‘골든 튤립 호텔’과 면접을 보기로 했다. 이 호텔은 한국에도 서울·부산·강릉 등 여러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호텔 체인 그룹이었다. 면접은 프랑스어로 진행되었다. 프랑스어 실력은 부족했지만 미국에서 일한 경력과 요리에 대한 열정, 군대를 다녀 온 경험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곧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프랑스 호텔에서 비빔밥을 선보이며

어학원을 다니며 호텔에서 근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동료들을 만나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어느덧 학생비자 완료 시점인 9개월이 다가왔다. 프랑스에서 계속 일하고 싶었던 나는 호텔에 취업 연장 의사를 전달했고, 호텔에서도 내 성과와 능력을 인정해 연장 고용에 동의해주었다.

프랑스에서 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주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노동 허가를 위해 나라에 지급해야 하는 세금이 있다(2019년 기준). 이것은 피고용인 첫 월급(세금 떼기 전)의 55%, 내 경우 1,000유로(한화 12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감사하게도 호텔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내 취업 비자를 허락해준 것이다.
 

 

취업 비자를 받은 지도 벌써 1년, 4년짜리 체류증도 주어졌다. 앞으로 4년이 더 지나면 프랑스 영주권인 10년 장기 비자를 받게 된다. 꿈꾸던 프랑스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도 미래를 생각하면 막연하지만 해외 여러 도시를 돌며 쌓았던 다양한 경험들이 나를 버티게 했다. 서른 살 초반에 여전히 사원으로 머물러 있는 현실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얼마 전 드디어 대리로 진급하며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이곳 호텔 주방에는 프랑스, 튀니지,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사 10여 명이 함께 근무 중이다. 그 중 나는 식전 음식, 차가운 음식, 아시아 요리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가장 뿌듯한 일은 호텔 메뉴에 비빔밥을 넣어 호텔을 찾는 프랑스인과 외국인들이 한국의 대표 음식 비빔밥과 김치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한류 바람이 최근 영화 ‘오징어 게임’을 타고 거세게 불며 한식을 찾는 수요도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호텔에서 더 많은 한식 메뉴를 선보이고 싶은 꿈이 있다. 더 나아가 리옹에 캐주얼한 한식당을 열어 다양하고 매력적인 한식을 소개하고 싶은 계획도 조심스럽게 구상 중이다. 10년 전 부푼 꿈을 품고 한국에서 리옹으로 유럽 여행을 왔던 한 청년은 이제 이곳 프랑스에서 더 큰 꿈과 미래를 준비 중이다.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해주시길!

 

* 2021년도 청년 해외진출 성장스토리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더욱 자세한 수기는 월드잡플러스(worldjob.or.kr)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2022-07-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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