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복식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명장의 솜씨
    대한민국 명장(한복) 박춘화 연화우리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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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소중히 지키고 알려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고귀하고 아름다운 복식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한복을 알리고 관련 종사자들의 지평을 넓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운명을 가르는 인연이라는 게 있다. 그 인연을 계기로 뚝심 있게 걸어 어떤 경지에 이르는 사람들은 귀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생계를 위해 한복을 짓기 시작한 박춘화 명장은 특유의 성실함과 남다른 손재주를 바탕으로 전통 복식 계승의 산증인이 되었다.

K-콘텐츠의 약진 속에서 한복도 그 몫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통 계승과 후학양성, 다채로운 산업과의 연계 등에 앞장서고 있는 박춘화 명장의 일생은 전통 복식을 살리는 삶 그 자체였다.
 

 

30여 년간 꾸준한 한복 연구와 계승으로 명장 자리까지 오르셨습니다. 처음 한복 분야에 입문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시작이 거창하지는 않았습니다. 결혼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없는 시절에 살림살이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고자 바느질을 시작했어요. 크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기보다 남들보다 바느질 솜씨가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객공 바느질부터 했는데 하면 할수록 궁금하고 부족한 점이 많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배우고, 혼자 연구도 하면서 더 잘 만들고자 한 노력이 오늘에 이르게 했습니다.
 

현재 연화우리옷 대표로 계십니다. 언제 설립하셨는지요?

공방처럼 주문제작으로 한복을 짓다가 연화우리옷을 설립한 것은 2006년이었습니다. 규모가 커지면서 세금 처리 등의 문제도 생겼고 마침 작업에 더 집중하고 싶기도 했었지요. 회사를 설립하면서 평소 관심을 기울였던 후학양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문하생들이 좀 더 편안하게 드나들며 배우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니까요.
 

 

명장님께서는 대한민국 한복명장, 우수숙련기술자, 서울시무형문화재 이수자,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 등 많은 직함을 가지고 계십니다. 다양한 수상 경험도 많으신데 꾸준히 인정받을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복을 만들다 보니 스스로 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더군요.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격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렇게 다양한 자격증도 취득하고 기능경기대회에 도전하게 되면서 점차 실력이 늘었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일정 수준의 기술에 도달한 뒤에도 전통 복식이란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한 것이 많은 분야였습니다. 저명한 분들에게 가르침도 받고 학교에 입학해 만학도로 공부도 했습니다.

활동의 폭이 넓어지면서 공모전이나 패션쇼, 전시회 등에 참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실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호기심과 한복에 대한 애정,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구, 한복의 본질인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 등이 결합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덕분에 저는 전통적인 요소와 본질은 지키되 현대인들이 입고 활동하기 편리한 한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명장님께 한복은 어떤 의미이며, 한복의 아름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에게 한복은 생계 수단이자, 소중히 지키고 알려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고귀하고 아름다운 복식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복 전도사로서의 책무가 크다 느껴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한 광진문화원 전통한복 프로그램 강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어요. 대중들의 한복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한복의 일상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시나 다른 분야와의 접목과 융합을 위한 노력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닥종이 인형에 전통한복을 입히는 작업과 전시를 진행했는데 호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문하생들이 경제적 활동에 날개를 달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초석을 다졌습니다. 한복의 아름다움은 고유의 질감과 색, 곡선미 등에서 찾을 수 있지요. 이것이 복식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도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작품 전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오는 10월 10일까지 화엄사에서 <한지인형 우리옷, 화엄에 나투다>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류를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한복이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합니다.
 

한복분야에 전념해오신 30여 년 동안 가장 보람되고 뜻깊은 일을 꼽으신다면요.

외국에서 오신 외교관 대사 부부에게 한복을 지어 패션쇼를 하고 선물로 드린 적이 두어 번 있습니다. 대사분은 두루마기, 부인에게는 당의에 스란치마를 만들어 드렸는데, 실제로 연말 파티에 입고 가신 사진을 보내주셔서 참 뿌듯했었지요. 한복의 선이나 색감, 비단의 느낌 등을 극찬하면서 아주 좋아하셔서 문화전도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KF 공공외교 사업에 대학생 5명과 팀을 이루어 전통문화 알리기 사업에도 참여했어요. 학생들이 전래동화(흥부놀부, 팥죽할멈) 등과 접목해 한복을 알리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 기획에 맞춰 다양한 인물을 표현하는 한복을 만들어주었지요. 정말 특별한 체험이었고 현지에서 반응도 좋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한복은 물론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일익을 담당했다고 자부합니다.
 

후학 양성에 마음을 다하고 계신 연유가 있으신지요?

제가 배움이 고달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가 잊히지 않아서 한복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또 후학들이 우리 전통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에 작은 공간을 할애해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건 없이 전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현장 교수 제도를 통한 강의, 우수숙련기술자 활동도 많습니다.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산업현장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서울디자인고에서 대한민국명장 수업, 안양 근명고등학교에서는 사업체 MOU를 맺어 특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명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신념이자 소명이 있으신지요.

사명감이나 신념 같은 거창함보다 우직한 마음으로 작업해 왔습니다. 바느질은 잔재주나 요령이 아닌 성실과 진심으로 대해야 결과가 좋게 나옵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한다고 표현하는데 땀수를 건너뛰면 바느질은 흐트러집니다. 그렇게 진솔하고 진중한 마음으로 작업하고, 후학들도 가르치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요?

좀 더 많은 유물 재현과 작품을 개발해 후학들의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특별히 유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정확한 고증과 재현이 한복을 제대로 계승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지요. 기본을 탄탄히 배워 창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하고 전통 복식의 방법과 특징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유물에는 다양한 특징이 있어요. 한두 가지씩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목하면 다양성을 얻을 수 있어서 창조의 큰 에너지가 됩니다.
 

더불어 저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이 좀 더 능력을 인정받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에서 최근 한복 기능장 제도를 발의했었어요.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내년부터는 한복 기능장 자격시험이 생길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나씩 한복을 알리고 관련 종사자들의 지평을 넓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업데이트 2022-08-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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