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고령화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들,
펫팸족이 급증하면서 ‘펫코노미’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늘어나는 시장규모만큼 다양화·고급화되고 있는 펫코노미 시장 트렌드를 살펴본다.
펫코노미? 펫팸족? 그게 뭐냥?
펫코노미는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펫Pet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 및 산업을 일컫는 신조어다. 저출산,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가 맞물리게 되었고,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펫코노미’가 급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 맞벌이 부부가 아이 대신 반려동물만 기르는 ‘딩펫족’딩크족+Pet 등 각종 반려동물 관련 신조어가 생기는 현장은 펫코노미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펫팸족은 자식을 키우듯 반려동물 관련 소비에 있어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소비는 고급화, 전문화되고 있으며 펫코노미 시장이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늘어나는 펫팸족, 성장하는 펫코노미 시장
2021년 KB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29.7%로, 1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전체 인구도 1,448만 명으로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등의 사회적 요인을 고려했을 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관련 서비스 또한 다방면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또한 2020년 약 3조 원이었던 펫코노미 시장규모가 2027년에는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펫 관련 상품군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 사료, 장난감, 동물 병원, 미용 외에도 유치원, 호텔, 테마파크, IT 결합상품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는 것. 이미 전국적으로 800~900개의 펫 호텔이 운영 중이며, 일반 사료 가격의 10배가 넘는 비타민, 영양제 등 반려동물 건강 보조 식품도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20만 원대 반려동물 욕조, 30만 원대 프리미엄 캣타워 등 고가의 반려동물 생활용품도 인기다.
펫코노미가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금융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반려동물 사진을 카드에 넣어 세상에 하나뿐인 카드를 만들 수 있으며, 반려동물 서비스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역시 펫 상해보험, 동물병원 및 관련 업종 할인 서비스가 탑재된 펫코노미 카드, 주인 사망 시 새로운 부양자에게 보호·관리를 위탁하는 펫코노미 신탁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료 그릇이 156만 원? 나도 인플루언서라개!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지난해 반려동물용 밥그릇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참나무와 스테인리스를 활용한 이 제품은 라지 사이즈 기준 약 156만 원 상당의 가격에 판매되었다. 프라다 역시 같은 해 약 81만 원 상당의 반려동물용 우비를 선보여 많은 반려인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루이비통, 펜디, 구찌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패션 제품은 물론 침대, 밥그릇, 장난감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앞 다퉈 출시했으며, 몽클레어는 반려동물용 패딩조끼, 버버리는 반려동물용 트렌치코트와 방수 재킷 등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가격에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펫 인플루언서 계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 패션모델견으로 알려진 ‘티카 더 이기’는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아이템을 착용한 모습으로, 무려 111만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하는 이른바 ‘펫튜브’도 인기다. 반려동물을 좋아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요, 펫티켓
펫팸족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가족이자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은 이제 보편화된 정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여전히 나이, 문제행동, 이사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견은 한 해 추산 10만 마리가 넘는다. 그렇게 버려지는 강아지들은 보통 세 달을 넘기지 못하고 추위, 굶주림, 사고 등으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다. 원래 주인에게 되돌아가는 비율은 고작 13%에 불과하다.
이웃들과의 갈등도 여전하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소음, 공공장소에서의 배변 문제 등은 공동생활공간에서 잦은 논쟁거리로 번지고 있다.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이슈가 되거나 반려동물을 이용해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급속히 성장한 펫시장 규모에 비해 우리의 인식과 태도가 성장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반려동물의 동반자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 먼저 펫티켓을 지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식과 태도가 꼭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