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벽돌공에서 토목 프로젝트 코디네이터가 되기까지
    2021년 청년 해외진출 성장스토리 우수상 수상작 글 이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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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내 4년제 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시공팀에서 7년을 근무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넘어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캐나다 벽돌공에서 토목 프로젝트 코디네이터가 되기까지 생생한 취업도전기를 풀어본다.
 


 

400개의 이력서, 온라인으로 잡페어를 한다고?! 

2018년 우리 가족은 야근이 많던 건설 직군의 삶을 뒤로 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캐나다로 이주했다. 무슨 강단이었는지 생후 3개월이 안 된 신생아를 데려오는 모험까지 강행한 도전이었다. 캐나다에서 국내 엔지니어 경력(7년)을 발판 삼아 건설사업관리 과정을 이수하고 인턴생활도 이어갔지만 좀처럼 취업은 쉽지 않았다. 400개가 넘는 이력서를 쓰는 동안 통장 잔고는 점점 줄어갔고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졸업한 학교에서 보내온 잡페어 메일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열리는 행사였다. 나는 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꼼꼼히 정리해 채팅방에 입장했다. 하지만 많은 구직자가 동시에 접속하며 사이트 오류가 생겼고 행사는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잡페어를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제법 이름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 면접 연락을 받았고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입사 후 매니저에게 면접 제의 이유를 물었더니, 놀랍게도 행사 전 사전 입력해야 하는 이력서, 커버레터, 포트폴리오를 정성스럽게 업로드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고 했다. ‘상황이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더라도, 마음을 다해 준비하면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구나’ 라는 너무도 당연한 만고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어렵게 얻은 면접 기회, 내 분야가 아닌데 어떡하지…

잡페어를 통해 연락을 받고 일주일 후 면접 날짜가 잡혔다. 그 사이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면접 컨설팅도 받으며 만전을 기했다. 얼마만의 어렵게 잡은 면접인지 어금니를 꽉 물고 준비에 돌입했다. 그런데 준비과정부터 큰 문제를 발견했다. 나는 시공(Contract) 경력만 있는데 이 회사는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를 뽑고 있었다. 같은 건설 직군에서도 업무 영역이 확연히 다르다보니 면접에서 무슨 말을 끌어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최대한 과거 경력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보려 애썼다.

 

드디어 3명의 면접관과 2시간 여의 화상 면접이 시작되었다. 시공사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컨설턴트와의 마찰을 떠올리며 당시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했는지 설명했다. 또 집 근처에 완공한 레이싱코트가 면접관 중 한 명이 담당했던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고 언급했더니 면접관들이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순간 자신감이 생겼다. 비록 경력은 부족했지만 그들의 Job Description의 키워드를 활용한 답변과 미리 익혀간 캐나다의 건설 용어·약어들을 십분 활용해 면접의 기회를 제대로 잡은 것이다.
 

16,000개의 벽돌, 최고의 추천서

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직이 되지 않았던 나는 어쩔 수없이 조적회사 공사현장에서 벽돌을 날랐다. 23층짜리 아파트였는데 대충 셈해보니 16,000개의 Block을 날랐고 1,500개의 시멘트 벽을 비볐다. 정신을 차려보니 벽돌공으로 꼬박 사계절, 1년을 보낸 것이다.
 

캐나다 채용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Reference라고 확신한다. 캐나다에서는 입사 전 회사에서 이전 직장의 동료, 매니저에게 직접 연락해 나에 대한 평판을 확인하는데, 당시 이 조적회사의 매니저가 흔쾌히 Reference가 되어주겠다고 해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너에 대한 찬사는 다 했어. 너를 붙잡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네가 원하던 직군으로 가게 되어 정말 기뻐. 그동안 우리와 함께 일해줘서 고마워”라던 매니저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앞으로 살면서 힘든 일을 마주할 때마다 용기를 갖게 될 든든한 목소리였다. 이렇듯 관련 직군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평판을 잘 쌓아놓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캐나다 Professional Engineer에 도전!

화상 면접 이후 인적성 검사, HR 면접, 추천인 확인, 임원 면접 등이 차례로 이뤄졌고, 나는 회사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그간의 고생을 단번에 보상해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나는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 ‘택지 개발 부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및 인스펙터’로 취업했고,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간다. 현재 주택 부지 조성을 위해 도면 검토, 현장 검측, 최종 인허가 승인 절차 준비, 기성 공제, 품질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1년, 나에게는 온몸을 시멘트 가루로 범벅된 채 퇴근하는 아빠에게 아무 편견 없이 뛰어와 안기는 아이들이 있었고, 내 잠재력을 깨워주고 응원해 준 아내도 있었다. 덕분에 알게 되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쉬지 않고 다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자격증과 경력을 이곳 엔지니어링 협회에서 평가받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P.Eng(Professional Engineer)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문 기술사가 되기 위한 자격이다. 이 또한 녹록지 않은 준비과정이 예상되지만 재미있게 극복해 보려고 한다.
 

청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몸속에 있는 풍선이 부풀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던 때. 나는 열정 하나로 중동 파병, 아프리카 봉사 활동, 동남아시아 인턴, 싱가포르와 국내에서의 토목 엔지니어를 거쳐 지금 북미 대륙에 와 있다. 앞으로 내 모습이 어떤 대륙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모르지만, 건설이라는 동아줄을 꼭 움켜쥐고 지구의 어느 한 귀퉁이를 섬세하게 조각하고 있을 나를 상상해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삶의 주인공이 되어 환상적인 인생의 찰나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21년도 청년 해외진출 성장스토리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더욱 자세한 수기는 월드잡플러스(worldjob.or.kr)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2022-10-0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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