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막상 붙여 놓으면 놀랍도록 멋진 결과물이 될 때가 있다.
이질적인 두 사물 간 팽팽한 긴장감이 발생하고, 지금껏 보지 못한 ‘낯선 물건’이 탄생한다.
당연히 최초가 되고, 차별화가 된다. 전례 없는 포화의 시대, 누구나 섞으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
그래서 ‘믹스’는 차별화이자 성공 전략이다.
새로운 타깃에
소구하는 법,
A급과 B급을 섞어라
과거 유명 패션 하우스들은 짝퉁과 사이가 나빴다. 때로 일전을 벌였고, 아예 무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명품 브랜드가 앞장서서 짝퉁을 만든다. 이 흐름을 주도한 브랜드는 발렌시아가. 2017년 발렌시아가의 크레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이케아 장바구니 프락타를 카피한 캐리 쇼퍼백을 세상에 선보였다. 장바구니의 푸른색과 형태는 유지하되, 소재는 폴리프로필렌이 아닌 천연가죽으로 바꾼 제품이었다. 가격은 2,150달러로 99센트인 이케아 장바구니보다 2,000배나 비쌌다.
구찌, 베트멍, 디젤도 연이어 ‘짝퉁 같은 진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패션 시장의 주 소비층이 MZ세대로 바뀌며 명품 소비의 방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짧고 가볍게, 재밌는
놀이처럼 소비하길 바란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루해진 A급에 B급 정서를 주입하고, 역사와 오리지널리티라는 토양에 반전 매력을 이식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타깃을 사로
잡고 싶으면 고급스럽지만 엉성한, 반전 매력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노잼’ 브랜드
심폐소생술,
따분함과 즐거움을
섞어라
전설적인 투자가 피터 린치의 말처럼 따분한 분야는 기회의 땅이다. 미국 프로농구 NBA의 추락과 부활로도 이를 증명할 수 있다. 1988년, 마이클 조던이 NBA에 데뷔하며 전 세계적으로 농구팬이 급증했다. 그가 입은 저지와 에어조던이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그 희대의 슈퍼스타가 코트를 떠난 후 NBA의 인기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침체기를 겪던 미국 프로농구가 반등하기 시작한 건 NBA의 본질을 쇼 비즈니스로 확립하면서부터다. NBA는 따분해진 리그에 색다른 즐거움을 심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소셜 활동을 적극 권장하거나 힙합 앨범 발매, 북클럽 운영 등 다양한 ‘부캐 활동’을 독려하며 슈퍼스타를 직접 키워냈다.
SNS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선수들 유니폼에 마이크를 장착해 리얼한 상황을 전달하거나, 실수장면만 모은 영상도 업로드한다. 농구에 흥미가 없는 사람 역시 가볍게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대량 생산해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와 기업, 또는 개인이 소비자의 흥미를 끌고 싶다면 결국 그들을 ‘즐겁게’ 해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치는 만들기 나름!
필수품과 사치품을
섞어라
주변에 널려 있는 필수품도 단 3%의 변화로 사치품이 될 수 있다. ‘아이스박스 계의 다이슨’이라 불리는 예티의 사례를 보자. 예티 아이스박스는 타사 제품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30~150만 원에 달하는 예티 아이스박스를 사치품처럼 사들이며, 이를 가장 핫한 수집품으로 만들었다. 2018년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예티의 주가는 3년 새 6배 올랐다.
예티의 설립자인 시더스 형제가 내세운 전략이 바로 ‘필수품에 사치품을 섞기’다. 그들은 성능도 내구성도 불만스러운 아이스박스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단열 성능이 뛰어난 소재를
구해 성형하고, 보랭력을 높였다. 예티가 노린 것은 아웃도어에 미친 소수의 마니아였다. 제품군 추가와 리미티드 에디션 발매 등으로 타깃층을 넓힌 것은 좀더 최근의 일이다. 예티 아이스박스의 실성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소비자의 구매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이 파는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명품이자 세련된 수집품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반전 매력!
모범생과 날라리를
섞어라
‘섞는 것’은 제품이나 기업 브랜드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미지도 창의적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모범생과 날라리의 이미지를 섞는 것이다. 빌보드 차트에 오른 금융회
사 CEO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디제잉이라는 화려한 부업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은행의 대표이사이면서도, 한 달에 한 번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 ‘디제이 디 솔’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하는 디제이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두 개를 운영할 정도로 부캐 활동에 진심이다. 솔로몬의 독특한 행보는 본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2018년 골드만삭스의 수장이 된 후, 150년 동안 축적돼온 회사의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있는 것. 2년간 30% 이상 상승한 실적도 그가 이뤄낸 성과다.
기업과 개인은 각자의 브랜드를 팔아야 한다. 즉 고객에게, 또는 상사와 동료에게 나를 어필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차별화 전략 ‘믹스’. 익숙한 것을 섞어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 성공의 문이 활짝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