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공정, 취업비리
    글 임현주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청소년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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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를 하나 내려고 합니다. 무엇에 대한 설명일까요? 

첫 번째 힌트, 2022년 1회 시청률 0.95%로 시작해서 종영에는 17.53%라는 기록을 세우고 글로벌 OTT에서 방영되어 세계로 알려졌습니다. 54개국에서 10위권 내, 17개국에서 1위, 4개국에서 2위 그리고 9개국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 힌트, 한국 드라마입니다. 세 번째 힌트, 유명한 대사는 이렇습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 ○○○,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입니다.’

이제 감이 확실하게 오시죠. 바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단어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인기 많은 드라마를 보며 젊은 세대들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우영우의 취업비리 관련 내용이죠. 우영우의 취업은 ‘부정 취업이다’라는 글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아니다’라는 반대의 글도 올라왔습니다. 현직 변호사들이 우영우의 취업이 부정 취업인지 아닌지에 관한 내용으로 유튜브를 찍어 올린 영상도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부정 취업이 아니라는 결론이 납니다.
 

왜 젊은 세대는 드라마 속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했을까요? 아마도 현실에서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보다 더 취업 비리로 피해를 본 젊은이들이 많고, 정직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분노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드라마 속의 장면에 마치 현실의 어려운 취업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처럼 느끼기에, 정직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불신과 피해 의식이 함께 표출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다양한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부터 시작하여 많은 것을 알아보고, 알바를 해도 취업과 연계된 곳을 찾고, 취업과 관련이 없는 알바는 자신의 성실함과 재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자소서’의 한 줄로 만들려 애를 씁니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취업 문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회로 진입

하는 입구에서 정직하지 못하고 불공정한 벽에 부딪혀 현실에 좌절하며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2014년부터 정부는 부정 채용을 없애기 위해 채용절차법을 시행했습니다. ’21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17년부터 매년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 점검’을 실시해 3,400여명의 채용비위 피해자를 구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도 취업비리는 근절되지 못한 채 관행이라는 인식으로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학교 등에서도 채용 공고를 내긴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내정돼 이를 알지 못하는 구직자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제출하면서 들러리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을 들은 바 있습니다.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정자가 있지만, 형식적으로 채용 공고를 내고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듯 공정한 절차로 위장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모 찬스나 속칭 ‘빽’이 없는 청년들로서는 드라마 속의 정직하지 못하고 불공정한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취업비리가 뿌리 뽑히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법적인 처벌 문제입니다. 취업비리가 드러난 기업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구제했다고 해도 과연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회사생활을 할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기업과 대기업으로 알려진 곳에서 3,400명의 사람이 채용비리로 인하여 피해를 보았다는 통계가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추정됩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고용부가 62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절차법 규정을 실천했는지 점검한 결과, 100개의 기업이 법을 위반했거나 또는 개선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이 법은

채용 절차에 관한 내용만을 문제 삼고 있어 채용비리에 대한 내용은 항상 무죄 판결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채용절차법의 이름을 공정채용법으로 변경하고 관련 내용도

수정하여 채용절차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정채용까지 포함하는 내용으로 전면 수정하려 준비 중입니다.
 

취업청탁문제에 있어 개인의 정직과 공정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법 제도에서 그 잣대가 조금 더 촘촘하게 만들어져서 채용 절차뿐만 아니라 채용비리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할 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비롯한 국민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정직과 공정이 조금 더 명확해지는, 취업비리가 생기지 않는 세상은 청렴으로 한 걸음 더 다가

가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업데이트 2022-11-0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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