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성과를 만드는 힘
    ‘다양성’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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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다양성은 탁월성과 양립할 수 없는 가치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올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효율적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성이 왜 조직과 사회에 필요한지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이 아닌 집단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지난 2001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은 9·11 테러 이후,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기관인 CIA가 이렇게 대담한 음모를 저지하지 못했는가를 두고 여러 조사가 진행됐다. CIA는 엄격한 채용 과정을 통해 최고만을 뽑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구성원 대부분이 백인 남성에, 앵글로색슨족, 개신교를 믿는 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러한 성별, 인종, 민족, 계층적 배경의 동질성은 결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들 눈에 허름한 차림으로 동굴에서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빈 라덴은 그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미개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무슬림의 눈엔 달랐다. 빈 라덴은 자신을 이슬람교 선지자로 각인시키려는 치밀한 전략을 사용했고 그 위력은 대단했다.
 

우리는 인간의 수행 능력을 개인이 아닌 집단의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이처럼 뛰어난 개인도 집단 안에서 얼마든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들에게는 다양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양성에는 성별, 인종, 나이 등의 차이를 뜻하는 ‘인구학적 다양성’, 그리고 관점, 경험, 사고방식 등의 차이를 말하는 ‘인지 다양성’이 있다. 두 개념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배경과 경험이 서로 다른 사람들은 대개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관점의 사각지대를 점검하라

영국의 전 총리 마거릿 대처의 몰락을 앞당긴 ‘인두세 폭동’도 다양성의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1980년대 말 영국 정부는 자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던 지방세를 각 개인에게 부과하려 했다.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전가한 이 역진세는 시민들의 반발을 샀고 폭력 시위로 이어졌다.

당시 인두세의 실행을 맡았던 정부의 각료들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출신의 엘리트들이었다. 그들은 똑똑하고 헌신적이었지만, 동질성 집단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서로 동의하고 확증하며 자신들이 현명한 정책을 펼친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자 가지고 있는 관점의 사각지대를 더욱 견고히 할 뿐이었다.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동종 선호 경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수가 동질성을 띠고 있다는 말은 한 개인을 향한 비난이 아니다. 서로 겹치는 준거 프레임을 갖고 있으면 집단적으로 근시안적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복잡한 문제를 다루려는 조직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발 물러서서 우리 집단의 어느 부분에 틈이 있는지, 관점의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았는지 질문해야 한다. 집단지성은 서로를 보완하는 힘에서 나온다. 복잡한 문제에 직면할 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배의 위험으로부터 다양성을 보호하라

때때로 지배 역학 관계가 비극을 가져올 수도 있다. 1996년 일어난 에베레스트 참사 사건이 그 예다. 소나기구름을 보았고 산소 비축량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지만, 대원들은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리더에게 하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못했다. 결국 사고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다양성이 확보되었다고 해도, 다양한 관점이 억압거나 소통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의사 결정에 이를 수 없다.
 

사람들이 반항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응징을 받을 걱정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조직 연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념 중 하나인 심리적 안정감이다. 탁월한 조직들은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특별한 메커니즘을 도입한다. 대표적인 예로, 아마존의 금빛 침묵이 있다. 아마존에서는 완전한 침묵 속에서 30분 동안 회의 참석자 전원이 미리 작성된 6페이지의 제안서를 읽는 데 몰두한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알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보호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고 소통하라

실리콘밸리 이전 미국 IT의 성지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자리한 128번 도로였다. 엄청난 규모의 기업에 창의적 인재가 넘쳐났지만, 기업들은 아이디어와 자산을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기업 내 사람들끼리만 어울릴 수 있었고 아이디어는 계급 서열에 따라 수직적으로만 이동했다.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람들이 어울리고 정보를 교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 정보는 개인에서 개인, 기업에서 기업으로 수평적으로 흘렀다. 고립을 택한 128번 도로의 기업들은 모두 사라졌으며, 이제 실리콘밸리는 128번 도로의 세 배에 달하는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러한 진실을 간파했던 스티브 잡스는 픽사 사옥을 디자인하며 건물 중앙에만 화장실을 배치했다. 화장실까지 걸어가며 각 부서의 직원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류는 개인적으로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살아남았다. 더욱이 우리는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집단지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업데이트 2022-11-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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