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상처로 자본과 기술이 없는 무(無)의 상태였다. 이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계획에 맞춰 설계된 직업훈련제도를 기반으로 기능인력 양성에 주력해 빠른 산업화를 이끌었다.
경공업이나 중화학공업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의 첨단산업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함으로써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나라에서 2021년 3만5천달러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고성능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그 시작에는 인적자원개발(HRD)이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숙련기술의 영역도 계속 넓어져 왔다. 이제 대한민국은 제조·가공 기술뿐 아니라 공학적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기술(技術, Technology)은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을 통칭하며 모든 기술은 사람이 배워 몸에 내재화(embody)하면 기능(Skills)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빨라진 ‘디지털 전환’은 바이오, 로봇 등 첨단산업의 기술력 보유 여부가 국가 생존과 장기적 번영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다. 한 국가의 미래 번영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술력’의 확보는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 기초과학이든 첨단과학이든, 연구·개발하고 기술을 익혀서 현장에 적용할 ‘기술을 체화한 인력’의 양성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리더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DNA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직업훈련을 통해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인적자원개발(HRD) 노하우를 다른 나라와 공유해야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10년쯤 전에 미얀마에 가서 고위 공무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미얀마의 경제발전에 대해 고심하던 그는 미얀마도 한국처럼 농업, 봉제산업 중심 경제에서 IT산업으로 바로 넘어가고 싶다며 방법을 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을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기술력을 높여나갈 수 있는 숙련기술인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얀마뿐 아니라 개도국에 경험을 전파하면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올해 마흔여섯 번째 국제기능올림픽(World Skills Competition 2022 Special Edition)이 한국을 비롯한 15개국에서 개최됐다. 1950년 스페인에서 시작된 국제기능올림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산업부터 정보통신(ICT) 신기술까지 각국의 기술인력 육성의 신호기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은 1967년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30회 참가하여 19번의 종합우승을 거뒀다. 국제대회 성적을 떠나 이제 우리나라는 코스타리카나 콜롬비아와 같은 나라에서 한국의 ‘기술인력 양성’ 노하우를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은 반도체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속에서 국가 기술력을 결정할 ‘기능인력 양성’의 노하우가 한 번 더 빛을 발하는 이유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어 수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