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력으로 살아나는 시장
    오감으로 느끼는 ‘실제공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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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상의 영토도 실제공간이 가진 매력을 완벽히 대체할 순 없다. 

사람을 모으고 또 머물게 하는 힘인 ‘공간력’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금은 엔데믹 시대, 급변하는 경제와 소비 흐름에 맞서야 할 때.

그 무기가 되어줄 공간력을 인지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끌림이 있는 공간은 영원히 남는다

지금까지 가상공간Cyber-space은 전자 및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 간의 소통과 거래를 주도하며 실제공간과 진배없는 기능을 수행해왔다. 심지어 가상공간이 지닌 무한함과 편리성은 실제공간을 위협할 정도의 위력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표적으로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유통 분야다. 전자상거래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전통적인 소매 채널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에서 ‘소매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는 섬뜩한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공간에는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도 따라 올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압도감과 현실감, 나아가 감성의 영역만 보더라도 실제를 뛰어넘는 모사가 존재할 순 없다. 가상공간의 발전으로 가장 큰 위기에 처한 유통 분야에서도, 분명 실제공간이 더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있다. 여전히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와, 또 온라인 구매에 있어 부정적 경험을 한 소비자들의 존재가 이를 방증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처럼 실제공간이 지닌 힘을 ‘공간력’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공간력은 공간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引力)’, 가상의 공간과 연계되어 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계력’,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그 지평을 넓히는 ‘확장력’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또한, 이와 같은 공간의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전략이 필요하다.

 

공간이 인력을 갖게 하는 법

가장 먼저 공간의 인력이란, 만유인력처럼 그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머물게 하는 힘이다. 실제공간에는 매력이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오감으로 느끼고, 인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현실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장소와 시간에 한계가 없다는 막강한 강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실제공간이 ‘인력’을 갖기 위해서는 특별한 비즈니스 접근법이 필요하다.
 

‘허프의 중력 모델’이 대표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전략이다. 이 중력 모델에 따르면 만유인력의 크기가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듯 점포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는 한편, 쇼핑 센터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점포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앤데믹과 함께 대형 테마파크나 복합몰이 속속 들어서는 모습이나, 로컬 매장의 운영으로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줄이고 있는 이케아 등이 이러한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동일 카테고리의 점포들이 서로 가까이 문을 여는 것도 공간의 인력을 높인다. 가구 거리나 패션 거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고객들의 소통적 참여와 자율적 행위를 이끌어냄으로써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다시 그곳에 방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제주에 위치한 호스텔 옥림여관은 이러한 ‘로컬 소셜라이징Local socializing’ 비즈니스를 적극 활용 중

이다. 이곳은 여행객들에게 지역 내 자전거상점, 피트니스 클럽 등의 서비스를 연계해주거나 자체 영화 상영회 이벤트를 여는 등 일종의 커뮤니티 인프라를 지향한다.
이처럼 공간에 사회적 교류와 공감을 더하는 것도 공간의 인력을 키우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연계력은 공간을 더 강하게 만든다

현실공간은 디지털 기술과 ‘연계’되며 더욱 빠르고 편리해지고 있다.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리며 온라인의 가속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온-오프 블랜딩’ 전략이 대표적이다.

한 예로 맥도날드는 날씨나 시간대, 매장의 주문 현황 등에 따라 데이터를 조합하여 실시간으로 메뉴를 바꿔 보여주는 스마트 메뉴판을 도입했다. 이는 데이터를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 현장에서 고객의 반응을 극대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아마존은 2022년 5월 오프라인 패션 매장 ‘아마존 스타일’의 문을 처음 열며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전용 앱을 통해 상품을 추천과 피팅룸 배정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팅룸 내에서 상품 추가나 사이즈 교환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온라인 구매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행동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화한 사례가 독일의 체험형 쇼핑 매장 블랭크(Blaenk), 일본의 츠타야 가전 등이다. 블랭크와 츠타야 매장에서는 인공지능 카메라를 이용해 고객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입점 브랜드에 제공하는 방식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가상공간으로의 확장은 곧 실제공간의 성장 동력
현실의 공간경험을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많은 브랜드에서 메타버스에 가상현실VR 매장을 개설해, 오프라인 제품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중이다. 구찌는 지난해 피렌체 본사를 배경으로 한 가상 매장 ‘구찌 빌라’를 제페토에 구현했으며, 국내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을 360도 둘러볼 수 있는 ‘VR 판교랜드’를 오픈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의 멕시코푸드 체인 치폴레Chipotle는 로블록스에 가상 레스토랑을 차려, 소비자가 직원 아바타에게 말을 걸면 무료 부리토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메타버스 기반 마케팅을 통해 실제 매장으로의 접근을 유도하는 브랜드도 있다. 실제공간은 이제 그 자체가 가지는 인력, 디지털 기술과의 연계력 그리고 제3의 공간으로 확장력까지 무한한 ‘공간력’을 잠재한 터전으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공간력이야말로 실제공간이 단순히 온라인공간의 반대 개념이 아닌, 모든 부차적 플랫폼의 기본이자 삶의 터전임을 증명해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실존에 의문을 제시하는 가상의 시대, 공간력을 자신의 힘으로 주무를 수 있는 신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이유다.

 

업데이트 2022-12-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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