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굽이굽이, 신비로움이 가득한 마이산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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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년 전 호수였던 바닥이 서서히 융기하면서 기이한 봉우리 한 쌍이 솟아올랐다.
마주한 두 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말의 귀를 닮았다 하며 ‘마이산(馬耳山)’이라 불린다.
이 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의 걸작, 그 속에 수많은 신비와 전설을 품고 있는 전라북도 진안군의 마이산으로 떠나본다.

글 구보은 • 사진 제공 진안군청
 


1억 년의 신비를 품은

마이산
진안군은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남한 유일의 고원지대다. 이른바 진안고원. 마이산은 높이가 인근 산과 비교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두 개의 우뚝 솟은 봉우리가 절로 눈에 들어온다. 바라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서로 포개지기도 하고 둘로 나뉘기도 하면서 진안군 어디에서나 고개를 들면 마이산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마이산의 두 봉우리는 마치 부부처럼 나란히 서 있다 하여 서쪽에 자리한 봉우리를 암마이봉(687.4m), 동쪽에 자리한 봉우리를 수마이봉(681.1m)이라 부른다. 마이산은 기이한 산 형상도 형상이지만 독특한 지질을 자랑한다. 자갈과 모래, 점토질이 합쳐진 역암층이다. 약 1억년 전 백악기 때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이 역암층이 지표면으로 상승하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정상에서 발견된 민물고기 쏘가리와 다슬기의 화석이 이곳이 호수였던 사실을 증명한다. 마이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인데, 남쪽에서 오르는 코스와 다른 하나는 북쪽에서 내려가는 코스다. 대개는 남쪽을 택한다. 중턱까지 오르는 길이 완만하여 산책하듯 산행을 즐길 수 있어서다.

남부매표소를 지나면 제일 먼저 금당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탑사에 정신이 팔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소담한 절이지만 그 역사가 무려 1400년이나 된 고찰이다. 금당사괘불탱(보물 제1266호)에는 가뭄 때 이를 내걸고 지성으로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전설이 있다. 이외에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8호 금당사목불좌상, 문화재자료 제122호 금당사석탑 등이 있어 오랜 불교 문화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정성이 빚은

탑사의 돌탑

프랑스 여행안내서 미슐랭의 <그린가이드>에서 최고 점수인 별 세 개를 받은 마이산은 그 명성답게 이름도 여럿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 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 울창한 수목 사이에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 같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다. 어느 계절에 오르든 마이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단 뜻일 거다.
 

 

금당사를 지나면 인공호수인 탑영제를 만나게 된다. 탑영제는 마이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모이는 곳으로, 저수지에 비치는 마이산의 형상이 마치 물 안에 또 다른 마이산이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봄이면 옆으로 쭉 늘어선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탑영제를 지나 봉우리 사이를 휘돌면 마이산을 더욱 신비롭고 유명하게 만든 탑사에 이른다. 크기도, 높이도, 쌓아 올린 모습도 제각각인 돌탑들이 골짜기를 빼곡하게 채운 모습이 진기하다. 이 돌탑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천지탑은 음탑과 양탑 2기로 높이가 무려 13.5미터에 달한다. 이를 지키는 33신장군탑과 오방탑, 중앙탑, 일광탑, 월광탑, 약사탑 등이 음양 오행과 팔진도법으로 웅장하게 배열되어있다.
 

놀랍게도 이 돌탑들은 이갑룡 처사가 마이산 아래서 수도하며 30여 년간 혼자서 쌓아올린 것이라 한다. 108기의 돌탑을 쌓았는데 지금은 80여 기가 남아 있다. 얼핏 보면 어지럽게 돌무더기가 놓여 있는 것 같지만, 지난 100여 년간 아무리 거센 강풍이 불어도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마이산이 자연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라면, 탑사의 돌탑은 가히 인간의 정성이 빚어낸 역작이라 할 만하다.

 

강력한 기운과 전설이 깃든

은수사

탑사 왼쪽으로 솟구친 봉우리가 바로 암마이봉이다. 암마이봉을 자세히 살펴보면 윗부분에 구멍이 뚫린 듯 크고 작은 홈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타포니(Taphony·풍화혈)라 한다. 풍화작용은 보통 바위 표면에서 시작되지만, 타포니는 이와 달리 바위 내부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내부가 팽창되면서 밖에 있는 바위 표면을 밀어내 만들어진 것이다. 마이산은 세계에서 타포니 지형이 가장 발달한 곳이라 한다.
 

 

탑사를 등지고 오른쪽 언덕에 올라서면 수마이봉 아래 자리한 은수사에 이른다. 은수사는 조선 태조 이성계와 인연이 깊다. 이성계가 이 사찰에서 물을 마시고 물이 은처럼 맑다고 해서 은수사란 이름을 내렸으며, 꿈에서 마이산 신령으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라는 금척을 받았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꿈 이야기를 그린 ‘몽금척도’가 태극전에 걸려 있다.
 

은수사 경내로 들어서면 수백 년 묵은 청실배나무가 있다. 청실배나무 아래 정화수를 떠놓고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물그릇 안의 물이 얼면서 하늘을 향해 고드름이 치솟는단다. 역고드름은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겨울철이면 신비의 역고드름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은수사를 찾는다.
 

 

은수사 왼쪽 뒤편에 암수 마이봉 사이로 계단이 놓여 있다. 바로 천황문이다. 천황문은 마이산 두 봉우리 사이의 고개를 가리켜 부르는 말로, 금강과 섬진강이 갈라지는 분수령이다. 천황문에서 암마이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지만 가파른 바위산이라 겨울철이나 기상여건이 나빠지면 통제가 된다.
 

아쉬운 마음을 품고 돌아오는 길, 신비롭고 아름다운 마이산의 풍경이 자꾸만 떠오른다. 겨울에는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 불린다더니, 아무래도 내 마음에 커다란 획 하나를 그려놓은 게 분명하다.

 

전북 진안군 마령면 마이산로 130 063-430-8753 성인 3,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000원 

업데이트 2022-12-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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