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가 아닌 과정을 파는 시대,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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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좋은 상품’만으로는 시장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까.
완성품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해답이 있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왜 프로세스 이코노미인가

요즘에는 어떤 식당을 들어가도 실패할 확률이 낮아졌다. 식당 운영자는 인터넷으로 인해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손쉽게 운영이나 조리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소셜 미디어에서 식당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사업의 성쇠가 순식간에 결정된다. 이러한 ‘품질의 평준화’는 전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좋은 상품이 최고의 경쟁력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라고 해도 이내 비슷한 품질에 더 저렴한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등장하기 마련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다. 한번 인기를 끈 콘텐츠는 비슷한 콘셉트로 우후죽순 재생산된다.
 

이처럼 사람도 물건도 쉽게 묻혀버리는 세상에서는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를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용어지만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로 상품의 개발 과정을 보여주면서 소통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으로 프로젝트의 자금을 모으는 일 모두가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사례다.
 

욕망하지 않는 세대의 등장

그렇다면 왜 요즘 사람들은 아웃풋의 작은 차이보다도 프로세스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욕망하지 않는 세대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성취, 쾌락,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풍요로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물질적인 결핍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성취와 쾌락을 얻는데 집착하지 않고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소비할 때도 기업의 비전과 생산자의 삶의 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찾는다.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로 크게 유명해졌다. 재킷 하나를 생산하는 데 따른 환경 피해를 부각하고, 새로운 옷을 구매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자사의 품질을 강조한 광고였다. 파타고니아의 경영 이념에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참여하면서 오히려 기업의 매출은 크게 성장했다.

 

프로세스로 커뮤니티를 지배하다

프로세스를 공개하면 점차 이를 응원하는 세컨드 크리에이터가 나타난다. 그들은 별도의 요청이 없어도 입소문을 내거나 리뷰를 올리는 등 홍보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세컨드 크리에이터를 우리는 팬이라고도 부른다. 팬이 점점 늘어나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면,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이고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가치가 파생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치가 쌓이면 고유성과 차별성을 확보해,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와도 쉽게 묻히지 않는다.
 

세계시장을 석권한 BTS 역시 팬들과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었다. 팬클럽 아미(ARMY)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 BTS의 광고를 내걸어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자발적으로 홍보한다. 광고에는 BTS 멤버들의 사진이 쓰이지만, 소속사에서는 이를 제재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유튜브에 BTS의 곡을 커버해서 올리거나 댄스 영상과 함께 코멘트를 달아서 업로드하는 팬들도 많다. 이처럼 BTS를 자발적으로 응원하고 홍보하는 세컨드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에 힘입어 그들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무엇’이 아니라 ‘왜’가 중요한 이유

그렇다면 어떻게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잘 실천할 수 있을까. ‘무엇’, 즉 아웃풋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을 앞서 살펴보았다. 먼저 무엇이 아닌 ‘어떻게’, 즉 이것이 어떤 방법으로 탄생했는지를 보여줘서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러나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핵심은 내 안에 있는 ‘왜’, 즉 이 일을 하는 이유와 철학, 그리고 가치관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왜’는 그 사람만의 삶의 방식에 따른 것으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성을 갖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왜’를 통해 세계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신제품이 발매될 때마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상품과 기술의 매력뿐 아니라 애플이 가진 정신을 강렬한 메시지로 표현했다. 애플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지금보다 좋게 만들 수 있다’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애플의 이러한 정신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충성도 높은 팬이 되어 계속해서 애플의 제품을 사용한다. 제품만이 아니라 그들이 제시하는 가치, 즉 ‘왜’에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육전문가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인생을 사는 방식이 퍼즐형에서 레고형으로 전환되었다’고 말했다. 퍼즐처럼 미리 정해진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완성될지 모른 채 레고를 쌓아 올리는 방식이 더 어울리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저 과정을 즐기며 몰입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곳까지 나아가게 된다. 기업과 브랜드는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전하는 메시지다.

 

업데이트 2022-12-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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