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청년 해외진출 성장스토리 대상 수상작
    수능 6등급에서 캐나다 이자카야 오너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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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금 뭔가 도전하지 않으면 진열대에 놓인 라면처럼 그저 언제 선택받을 지도 모르는 채, 운에 맡겨진 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항’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 방식대로.

※ 2022년 청년 해외진출 성장스토리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각색하여 짧게 전합니다. 자세한 수기는 월드잡플러스(worldjob.or.kr)에서 확인하세요!
 

 

영어 6등급이 컬리지 장학금을 받기까지 

말년 휴가 복귀 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유학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입대 전 조리학과를 전공했고, 군에서도 조리병으로 근무했기에 취업 방향 역시 자신 있는 ‘요리’ 분야로 정했다. 졸업 후 3년 동안 일할 수 있는 비자 발급이 가능한 캐나다를 최종 목표로 도전은 시작됐다.
 

그리고 1년 뒤, 2015년 1월 18일 새벽. 그토록 원하던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지만, 눈앞에 두려움부터 다가왔다. 입학 일정상 6개월 만에 영어를 공부해 컬리지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영어 6등급 받은 사람에게 컬리지는 에베레스트산 같은 존재였다. 다행히 목표한 시점에 조지브라운 컬리지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예습과 숱한 질문 등, 적극적인 학업과 동기들의 도움을 받은 결과 조금씩 수업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한달 정도 시간이 흐르니 듣는 것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학교 근처 이자카야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됐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실습이 있는 날은 아침 7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새벽까지 일을 하고 바로 학교에 가야 했다.

시간이 흐르자 영어도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니 학점 3.8(4점 만점), Dean's Honor 수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컬리지 전체 학생 중에서 100인에게만 수여하는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
 

성장의 공식, 공식의 반복

2년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2016년 졸업 후 토론토 내 유명한 레스토랑 20여 곳에 이력서를 돌렸는데, 연락 온 곳은 단 한 군데였다. 면접에서 만난 셰프는 내게 팬을 잡을 수 없을뿐더러, 아침부터 저녁까지 양파와 아스파라거스를 손질하는 일만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주 5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일만 하며 지냈다.

같이 일을 시작했던 친구들도 하나둘 지쳐 그만두었지만 오기로 버텨냈고,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가드망제(샐러드를 다루는 스테이션) 파트의 쿡 한 명이 몸이 아파 나올 수 없게 되자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나의 열정과 태도 덕분인지, 셰프는 그 후 내게 최고급 푸아그라 손질하는 일을 맡겼다. 1그램도 낭비해선 안 되는 중요한 일이라 책임도 컸으며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3년 뒤 나는 20명의 주방 쿡 중 서열 5위가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이자카야 오너가 되다

좀 더 큰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유명 호텔 레스토랑에 수셰프 바로 밑 직급으로 이직했으나, 2020년 유례없는 팬데믹 사태는 모두에게 가혹했다. 나 역시 직장을 잃게 됐다. 하지만 위기가 목표를 앞당겨줄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2021년 3월, 나는 두 번째 인생을 걸고 또 한 번 배팅을 하기로 했다. 모은 돈에 대출을 더해 토론토 다운타운에 드디어 내 가게를 오픈한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 상상이 그 정도로 참담히 깨질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키려고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나를 믿었다. 맛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같은 요리 외 영역까지 컨트롤해야 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행위라는 생각에 즐거웠다. 가게 매출이 안정화된 지금. 나는 이제 라이프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스스로를 믿고 여유 있게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요즘 주위에 좋은 대학 좋은 스펙에 이미 준비된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에 반해 나는 수능 평균 6등급에 평균도 아닌 그 이하였다. 다만 나의 경우 나만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그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나 자신을, 그 선택을 믿어 왔다.
 

극한이라고 여겼던 두려움은 생각보다 이겨낼 만했고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창피함은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늘 더디게 오는 것 같았던 성장은 생각보다 크고 대단했다. 내 이야기를 보는 누군가가 나로 인해 자극받고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길 바란다.

 

업데이트 2023-02-0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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