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로 ‘다름’을 그려 꿈에 다다르다
    다다름미술앤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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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름미술앤디자인의 이정희 대표가 쓴 시에는 그간 걸어온 길이 오롯이 담겨있다.

‘내가 없어도 네가 살 수 있게 널 위해 싸우겠다’는 그의 첫 시와 ‘꿈으로나 꾸었던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열여덟 번째 시의 구절처럼 노력은 결국 빛나는 결실로 돌아왔다.
미술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다다름을 찾아 그 따스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발달장애인 전문 미술교육기관인

다다름미술앤디자인(이하 다다름)은

어떻게 설립되었나요?

다다름을 설립하기 한참 전부터 저는 장애인 부모운동에 참여하고 있었어요. 아들인 동규가 중증의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거든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아이가 여섯 살 때쯤 그림을 접하고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집중해서 그림만 그리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이 아이가 자라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나아가 그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까지 연결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꿈이 생기게 된것 같아요.


이후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개인전도 열어주고, 교육도 시키고자 했어요.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받아주는 학원을 찾는 게 절대 쉽지 않았죠. 개인 미술치료 선생님도 찾아봤지만, 수업보다는 심리 치료의 느낌으로 접근하시더라고요. 이런 지난날의 경험이 ‘다다름’을 시작하게 만든것 같아요. 저와 제 아이는 못 누렸지만, 앞으로 다른 발달장애 아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미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죠. 

 

다다름이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다다름은 발달장애인 전문 미술교육기관으로, 발달장애의 특성을 반영해 소규모 그룹수업을 지향합니다. 다다름에 계신 선생님들은 모두 미술 전공자예요. 특수교육을 전문으로 하신 분들이 아니다 보니 처음 아이들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지만, 미술 수업은 더 편견없이 그리고 자유롭게 진행해주고 계세요.
 

 

또한 다다름은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서 경제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그들을 전문 화가나 디자이너로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실제로 발달장애인 작가의 그림을 활용해 머그컵, 에코백, 앞치마 등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판매 중이에요. 그 밖에도 소속 작가들 또는 교육생들의 전시회를 열고, 공모전 참여나 외부 강의 진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미술교육을 진행할 때 가장 염두에 두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요?

저희 선생님들은 교육생의 작품에 직접 손을 대지 않아요. 그 순간 창의력이 죽어버리거든요. 교육생을 성장시키기 위해 도움을 주는 건 가능하지만, 결과물을 내보이기 위해서 선생님이 대신 해주는 일은 결코 없어요. 아무리 느리고 서툴러도 오롯이 교육생들이 직접 그려내는 거죠.
 

그렇다고 결과나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올해 저희 교육생들이 참여한 공모전 결과를 살펴보니 43번의 수상을 했더라고요. 한 대회에서는 수상자 약 20명 중 7명이 다다름 학생일 정도였죠. 모두 다다름에서 수업을 들으며 그린 작품들이었고, 교육생 각자의 힘으로 해낸 결과라 더 의미 깊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을 발굴·육성하여
 

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현재 두 명의 발달장애인을 정직원으로 두고 있어요. 모두 다다름의 미술 수업을 듣던 교육생이었죠. 이분들은 작품 활동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함께해주고 있어요. 이찬희 선생님은 그림도 잘 그리지만 클레이를 정말 잘 만들어요. 다소 거칠고 두서없던 작업을 다다름에서 공부하며 다듬어 자격증도 따고, 지금은 강의도 진행하고 있죠.
 

그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등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도 활발히 진행 중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두 명의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보조 선생님과 함께 그들의 경험담을 얘기하며 교육을 이끌어나가고 있어요.
 


다다름을 운영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난 9월. 교육생 다섯 명이 케이유엠 유한책임회사 직원으로 들어갔어요. 취업이 확정된 그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 같아요. 다다름의 궁극적 목표는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 즉 미술을 통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제 정말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되나’ 싶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늘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전시회를 할 때마다 살펴보면 반응이 참 좋아요. 방명록도 전부 보관 중이에요. 관람객 한 분 한 분이 마음을 담아 눌러 써주신 글들을 보면 정말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죠.
 

대표님만의 경영 철학이 있다면요?

저는 ‘발달장애인 제품이니까 사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늘 강조하는 게 품질이에요. 국내 제작이 안 되는 한두 품목을 제외하고는 재료도 모두 국산품을 이용해요. 영세한 사회적기업으로서 대량 제작이 힘들다 보니 단가는 높아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품질에 대한 것만큼은 양보할 마음이 없습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구매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품질이 안 좋아서 사고 싶지 않다는 얘기는 결코 듣고 싶지 않거든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다름은 사회 환원 활동에도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주로 ‘받는 존재’였어요. 하지만 이제 그보다 한 차원 높게, 발달장애인도 자신들이 가진 재능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받는 존재에서 이제는 ‘주는 존재’가 되는 거죠. 김호균 선생님이 장애인 복지기관에 클레이 강의를 나가고 있는 것처럼요. 최근에는 작가와 교육생이 만든 핸드페인팅 도자기 94점을 울산적십자사에 기부하기도 했어요.
 

지금껏 저희가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는 발달장애인들이 미술을 통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당당한 사회의 한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입니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매출과 판로 개척이에요. 그래서 지역의 관심은 다다름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이뤄갈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업데이트 2023-02-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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