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청년 해외진출 성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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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태리서 한 땀 한 땀, 장인이 만든...”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나는 한 땀 한 땀, 가방을 만드는 사람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한 명품 브랜드의 아뜰리에(공방). 이곳에서는 가죽 재단부터 단면 마감까지, 가방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한 명의 장인이 책임지고 있다.
가죽공예, 그리고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
이공계 학생이었던 나는 패션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문득 나를 정말 설레게 하는 일을 찾고 싶어졌고, 우연한 기회로 가죽 공예를 접하게 됐다. 공방에서 2년의 견습을 마친 후, 이 과정을 더 체계적으로 배워고자 해외 진출을 꿈꾸게 됐다.
패션과 명품의 고장이라 불리는 프랑스에는 다양한 수준의 학위와 세분화된 학과(가죽제품제조업, 마구제조업, 피혁제조업, 구두제조업 등)가 있다. 또한 학교와 회사가 연계되어 학업 중 짧게는 한두 달의 스타쥬(Stage·인턴쉽), 길게는 1~2년간의 직업전문화교육을 수료할 수 있다. 이렇게 가죽 분야 하나에서도 다양하고 심층적인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프랑스로 향했다.
마침내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는 프랑스어를 거의 못 하는 수준이었다. 그 와중에 1년여의 어학연수 과정을 진행하며, 이듬해 9월 가죽 학교 입학을 준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학원 선생님과 프랑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같은 내용의 자기소개서와 학업 동기서를 수십 번 읽고 쓰기를 반복하였는데 이는 이후 학교와 회사 구술 면접에 큰 도움이 됐다.
가죽제품제조 직업자격증(CAP Maroquinerie) 교육 과정이 있는 대부분의 학교에 지원했고, 희망대로 파리 11구에 위치한 튀 르크틸 직업학교에 입학했다. 학위 취득을 위한 전공과목과 일반 과목을 이수하고, 학년말에는 두 달간의 스타쥬에 참여했다.
취업시장에서 경쟁력 높이기
1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CAP 학위를 취득하였지만, 한층 더 심도 있는 학업과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껴 몽벨리아르(Montbéliard) 지역에 위치한 직업교육센터의 프로그램 ‘Fabricant de Maroquinerie d'Art(FMA)’에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시험과 면접을 거친 후 회사와 견습계약을 체결해야만 최종 입학이 확정됐고, 나는 지난번 스타쥬를 했던 회사에 어필해 계약을 맺어 학업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입학 후 2~3주 간격으로 회사 실습과 학교 수업을 번갈아 가며 진행했다. 2년간 몽벨리아르에서는 학업을, 파리에서는 회사 생활을 위해 2시간 30분 거리의 지역을 오가며 노력한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학교 대표로 선발되어 예술 분야 교육 및 직업 박람회에서 시연을 맡기도 하고, 수석 졸업이라는 뜻깊은 결과도 얻었다.
La vie en rose 라비앙로즈, 장밋빛 인생
코로나19로 취업이 불투명해졌지만, 나는 돌아가기보다 현지에 남기를 택했다. 차선책으로 지원했던 또 다른 학교에 입학하여 꾸준히 기술을 연마하던 중,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먼저 스카우트 제안이 왔다.
입사 2년 차인 지금은 명품 브랜드 아뜰리에에서 한 명의 장인으로 인정받아 일주일에 한두 점의 가방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파리 본점과 백화점에서 열리는 브랜드 행사에서 시연 퍼포먼스를 맡거나 제품 A/S까지 폭넓은 업무를 수행 중이다. 앞으로 경력을 탄탄히 쌓은 후, 프랑스 정부가 4년마다 개최해 국가 공인 명장을 선발하는 프랑스 최고 장인 콩쿠르에 도전할 계획이다.
어디에서든 힘들고 무의미한 시간은 존재한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장미밭에도 가시와 진딧물은 있듯이 스스로 몸과 마음을 잘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꽃이 건강하게 만발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