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스토리
매월 상생스토리에서는 공단과 PRESG 업무 협약을 맺은 울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추천으로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이들을 응원해주세요.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제자들을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이 그 발단이었다. 사업의 ‘사’자도 모르는 특수학교 선생님들이 세운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의 목표는 발달장애인의 꿈을 이루는 행복한 일터를 일구는 것. 오늘도 그 목표를 위해 새로운 도전에 매진하는 김인환 대표를 만나보았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이하 찬솔)은 발달장애인을 주체로 하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자립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현직 특수학교 선생님들이 세운 기업입니다. 발달장애인 학생들은 졸업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아요. 특히 울산은 중화학·자동차기반의 도시이다 보니 기업들도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며, 업무 위험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더욱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졸업생들의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봐 온 저를 포함한 태연 특수학교 교사 여섯 명이 뜻을 모은 게 시작이었어요. ‘우리가 직접 졸업생을 채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찬솔을 설립하고, 2018년 첫해 매출 6천만 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약 10억 원의 연 매출을 달성하는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장애인 근로자 수도 처음 2명에서 15명으로 늘었죠. 찬솔의 모든 임원들은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으며, 수익금의 전액을 발달장애인 고용 창출에 투자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고용의 선순환을 이끌어갈 예정이에요.
현재 발달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로는
무엇이 있나요?
찬솔에서는 채용 대상인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흥미에 맞는 분야를 사업모델로 개발하려 합니다. 현재 제조사업부·카페테리아사업부·친환경사업부·교육사업부 총 네 분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제조사업부에서는 물티슈와 펄프류를 생산하여 전국 관공서 및 기업체, 요식업체 등에 납품하고 있어요.
카페테리아사업부에서는 바로 이곳, 소소한 카페와 지관서가 등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요. 친환경사업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스마트팜을 통해 직접 재배한 작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특수교육 기관 및 노인요양 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조립 교구 개발에 힘쓰고 있죠.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카페테리아 사업이 특히 인상적인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특수학교 교육과정 중 바리스타 분야가 있어 교육도 받고 자격증도 따는데,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1%도 안 됩니다. 그래서 직접 카페를 열어 발달장애인을 채용한 거죠. 특이한 점은, 찬솔이 운영하는 카페에 소속된 바리스타는 모두 ‘매니저’라는 거예요.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는 여러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주문 관리나 결제는 맡기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포스시스템(POS system)을 직접 다루게 합니다. 실수해도 괜찮으니, 재고 파악이나 주문도 해보라고 하죠. 그러다 보면 점차 카페 운영에도 익숙해지고, 언젠간 직접 가게를 차리는 것까지 기대해볼 수도 있겠죠. 실제로 창업 지원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어요. 찬솔을 통해 성장한 바리스타가 창업한 가게에 개업식 화분을 들고 찾아가는 것이 제 꿈 중 하나입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시며
가장 의미 깊었던 순간을 꼽으신다면요?
설립 당시, 학교 선생님들의 사비로 시작된 회사인만큼 충분한 자본금이 받쳐주지 않았어요. 처음에 화장지 기계를 샀을 땐 제가 개인적으로 보증을 쓰기도 했습니다. 사장님께 무일푼으로 7,800만 원짜리 기계를 받아오며 1년 안에 모두 갚겠다고 약속했는데, 1년이 채 안 돼서 전부 상환할 수 있었죠.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우리의 진심이 통해 나온 결과라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하지만 가장 보람된 건 역시 직원들의 성장이에요. 업무적인 측면뿐 아니라 관계·정서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어요. 전에 없던 여가 활동을 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동료를 챙기기도 해요. 월급을 받을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는 직원이 있는데, 꼭 본인이 제품을 만들어 납품한 가게로 가더라고요. 고객사인 자영업자들에게 나름의 방법으로 보답하는 거죠. 심지어는 주문을 직접 받아오기도 하니, 영업관리까지 하는 셈이에요. 기특하지 않을 수가 없죠.
새롭게 계획 중인 일이 있으시다면요?
울산 지역의 산업 특성상 현장에서 부품 조립 등 손기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이러한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교재나 교구가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직접 만들어보자’ 한 거죠. 교구를 개발하는 주체는 물론 발달장애인이고요. 구상과 테스트, 특허 출원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지는 도구인 만큼 안전에도 크게 신경을 써서, 원목 및 천연염료 등 친환경 재료를 사용했어요.
앞으로는 단순히 교구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예컨대 발달장애인이 교구를 재료로써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저희는 그들에게 개발자의 지위를 부여할 예정입니다.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게끔 교육하고, 또 그 작품을 상품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발달장애인 경제활동의 패러다임 혁신을 불러오리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키가 크든 작든 사람 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상대방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아가 존중이라는 단어를 가슴속에 갖고 살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일상에서 발달장애인을 만난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분들에게 무작정 도움이나 지원을 주는 게 아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준다면 그들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어요. 장애가 있든 없든 서로 간 사람으로서 이해와 존중이 동반되면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