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움이 이야기가 되다
    속초 아바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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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단지 그곳에 가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눈과 귀로, 부지런한 다리로, 나아가 온 마음으로….

그리움이 닿는 자리마다 이야기가 된 곳, 속초 아바이마을로 가본다.
 

 

실향민의 애환과 꿈을 품은 마을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에 자리한 아바이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실향민 집단정착촌이다. 한국전쟁 중 피난 내려온 함경도민들이 곧 전쟁이 끝나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이곳에 임시로 정착했다. 모래사장이라 집을 짓기도 쉽지 않고 바닷물을 머금고 있어 식수확보도 어려운 곳이었다.
 

당시 실향민 중에는 유독 나이가 지긋한 함경도 출신 남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따 아바이마을로 불렸다. 아바이마을 실향민들은 같은 고향 출신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신포, 정평, 홍원, 단천, 앵고치, 짜고치, 신창, 이원마을 등 집단촌을 이뤘다.
 

조용하고 한적한 실향민촌이었던 아바이마을은 1990년대 말 속초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방문객들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방영한 KBS 드라마 <가을동화>가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유명해졌다. 주민들은 대부분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관광지로 이름이 나면서 식당과 숙박 시설이 많이 늘었다.
 

 

갯배 타고 아바이마을 한 바퀴

아바이마을의 명물은 단연 갯배다. 지금이야 다리가 연결되어 자동차로 편히 갈 수 있지만, 한때 갯배는 아바이마을과 속초 시내를 이어주는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작은 바지선 형태인 갯배는 직접 사람이 와이어 줄을 끌어당겨야만 움직인다.

수로 양쪽에 튼튼한 철선을 고정한 후 갈고리를 걸어 힘껏 당기면 배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데, 갯배를 탄 사람이 사공을 도와야 속도가 난다. 갯배를 타고 들어가면 아바이순대와 식해, 냉면 등 함경도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한 먹거리 골목이 나온다. 그 앞으로 나아가면 아담한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데, <가을동화>의 남녀 주인공이 함께 거닐던 곳이다.
 

설악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면 마을의 문화예술공간인 ‘아트플랫폼 갯배 갤러리’가 있다. 컨테이너 2개가 비스듬히 쌓아 올려져 있는 독특한 건물구조로, 실향민들의 애달픈 마음에서 착안해 설계되었다. 양쪽으로 호수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아바이마을의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수시로 열린다.
 

 

고향의 기억 담은 아바이마을의 먹거리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향의 맛 아닐까. 그래서인지 아바이마을에 가면 함경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아바이순대가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다. 함경도에서는 마을잔치나 경사가 있을 때 돼지 대창으로 순대를 만들었는데, 시래기, 다진 돼지고기, 선지, 마늘, 된장 등을 버무려 속을 채웠다. 또한, 속초의 명물인 오징어 몸통 속에 다진 돼지고기와 각종 채소를 곱게 다져 넣은 다음 쪄먹는 오징어순대도 아바이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실향민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또 하나의 음식이 바로 식해다. 본래 함경도 지방 고유의 저장 음식으로, 고춧가루 양념에 명태나 가자미, 갈치, 멸치 등을 삭혀 만든 일종의 젓갈이다. 함흥냉면 위에 꾸미로 올리거나, 아바이순대나 오징어순대에 곁들여 먹는다. 시원하고 매콤한 맛으로, 다른 음식들과 어우러지면 더욱 풍부한 맛의 궁합을 느낄 수 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향의 맛이라도 느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아바이마을은 다양한 맛과 이야기로 고향의 따스한 기억을 전한다.

 

함께 둘러보면 좋은 동네방네

속초아이 대관람차

평일·일요일 10:00–20:00, 토요일 10:00–21:00

속초해수욕장 정문에는 국내 유일의 해변 대관람차 속초아이가 있다. 높이 65m의 대관람차에 타면 눈부시게 푸른 속초의 바다는 물론 계절마다 달라지는 설악산의 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밤에는 속초 시내의 근사한 야경을 즐길 수 있어 데이트 명소로 손색이 없다.

강원 속초시 청호해안길 2

 

영금정

영금정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거문고 소리와 같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 풍경이 압권이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대한민국 야간관광명소 100선’ 중 하나로, 밤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속초시 영금정로 43

 

외옹치바다향기로

하절기 06:00–20:00, 동절기 07:00–18:00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항까지 이어지는 총 1.74km의 해안 산책길이다. 외옹치 해안은 한국전쟁 이후 사실상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지난 2018년에야 65년 만에 개방됐다. 시원한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천혜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원 속초시 대포동 656-14

 

 

업데이트 2023-02-2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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