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트로, 세대를 관통하는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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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 소가 소비하는 메가트렌드 

H.O.T.의 ‘캔디’를 듣고 통 큰 바지를 입는다. 오래된 밀가루 브랜드 상표가 그려진 굿즈가 불티나게 팔린다. 먼 과거가 아닌 2023년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사실 레트로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을 전후로, 1980~90년대 초중반을 회상 하는 무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도 이런 흐름에서다.
 

전 세대를 아우른 레트로 붐은 이어서 MZ세대의 뉴트로(N ewtro)로 한 단계 발전했다. 뉴트로는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 또는 방식을 뜻하는데, 레트로에 요즘 감성을 한 숟갈 더해 재해석한 경우다.
 

인스타그램 감성이 느껴지는 카페 공간 한쪽에 자개장 인테리어를 가미하거나, 외관과 내부는 복고풍이지만 세련된 메뉴와 플레이팅을 제공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뉴트로 스타일이다.

 

겪어보지 않은 시대를 사랑하는 이유

LP 매장 또한 최근 뉴트로 열풍과 함께 다시금 전성기를 맞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실제 턴테이블에 익숙한 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LP판을 찾는 등, 옛 향수와 젊은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것이다.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MZ세대가 왜 예스러움에 빠졌을까? 서용구 한국유통학회 회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은 시대적 상황이 그 이유 중 하나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노스탤지어를 갈망하기 마련이기에 MZ세대 역시 이런 것들을 위안으로 삼는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마냥 즐겁고 유쾌해 보이는 과거가 하나의 도피처이자 판타지가 되어준다. 이처럼 MZ세대에게 뉴트로는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자 일상에서의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는 도구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긴 기성세대가 과거를 추억하며 ‘복고’를 논했던 것과 다른 결이다.
 

 

오래된 이야기가 궁금한 MZ

MZ세대는 ‘사람’에게서도 레트로한 감성을 찾는다. 젊은 세대가 시니어 스타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상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많은 시니어 스타가 패션, 식생활, 취미 등 본인 세대의 전유물로 존재했던 문화를 활용해 젊은 세대와 친근하게 소통하고 있다. 패션 팁을 비롯한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며 MZ세대의 새로운 롤모델로 떠오른 유튜버 ‘밀라논나’, 요리와 춤 그리고 화장법 등을 주제로 시니어 문화를 유쾌하게 전파하는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등이 대표적이다.

한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20·30세대 두 명중 한 명이 ‘진짜 어른’의 부재를 느끼며, 존경할만한 손윗사람을 필요로 한다. MZ세대는 따스함과 정겨운 정서는 기본으로 삶의 지혜까지 배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시니어 스타를 찾는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기성세대는 ‘젊은 소통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꼰대’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가 귀를 기울이고 싶은 인생 선배가 되는 것. 같은 연배에서 얻을 수 없는 지혜를 나누는 것. 그 시도는 분명 세대 간 거리를 좁혀줄 것이다.

 

글 박소현

참고도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대학내일20대연구소, 위즈덤하우스) 

업데이트 2023-02-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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