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을 위한 시장은 있다
    에이지 프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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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국가와 기업은 고령화에 저항하기보다 그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나이 든 소비자들이 경영의 지평을 바꿀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처럼, 바야흐로 ‘에이지 프렌들리’ 시대가 문을 열었다. 

글 구보은  자료제공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지음, 비즈니스북스)
 

 

#에이지 프렌들리

새로운 시장,

시니어에 주목하라

강한 소비력을 보유하며 무섭게 팽창하는 세대, 바로 시니어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인구 통계적으로 보면 영향력은 더 가공할 만하다. 2030년 기준 일본 38%, 독일 34%, 영국 28%, 미국과 중국 각각 26%와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시니어 시장이 무르익고 있는 국가에서는 시니어를 둘러싼 사회 제도와 시스템의 개편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와 눈높이를 맞춘 교육 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중국 산업정보통신부는 시니어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개편하라고 명령했다. 아이콘 크기를 키울 것, 선명한 서체를 더 많이 사용할 것 등의 기준이 제시되었다. 한 예로, 중국 철도청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도 음성으로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매표의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처럼 고령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과 사회의 철학을 바로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라고 한다.

 

#시니어 1인 가구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지금까지 시장이 가장 주목한 가구 유형은 3인 이상의 다인 가구였다. 이제 그 자리를 1인 가구가 차지하게 된다. 그중 시니어들의 1인 가구 비중 역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흔히 시니어들이 자녀와 함께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 조사에서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한 시니어의 비율은 2008년 32.5%에서 2020년 12.8%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최후의 순간까지 도움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 많은 시니어들의 소망이다.
 

이에 따라 시니어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한 서비스 산업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보안서비스, 소형가전, 소포장·반조리 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고령자의 1인 독립생활을 가능케 해주는 케어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우즈(Houz)’는 7일 동안의 활동 패턴을 기록해 사용자의 일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온도를 감지하는 키트, 전열 기구 사용을 감지하는 키트 등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가족이 모니터링하게 된다.

 

#에이징 테크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시대를 만들다

과학과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넘어 인간 수명이 120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에이징 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에이징 테크(Aging Tech)’란 시니어 대상의 기술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고령자의 건강한 삶과 수명 연장을 위한 기술,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시니어의 건강을 관리하거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지원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오캄(Orcam)’은 시각 정보를 사운드로 변환해 전달해주는 장치로, 안경에 부착하면 책이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글자를 읽어주거나 얼굴인식 기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에이징 테크는 단지 수동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노화를 막고 건강을 관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노화 세포를 추적해 제거하거나 재생하는 등 최후까지도 질병 없이 건강하게 노후를 누리게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웰다잉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시니어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죽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웰빙을 넘어 ‘웰다잉(Well-dying)’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웰다잉 논의의 공감대와 사회적 바탕이 마련되었다. 웰다잉은 주체적으로 죽음을 대비하는 활동이다.

불필요한 연명치료나 심폐소생을 거부함으로써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자, 생전 유서를 작성하거나 임종할 장소를 정하는 일련의 준비다. 산업계에서도 관련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한 예로 ‘페어윌(Farewill)’은 유언장 작성부터 장례식 선택까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돕는 서비스다. 법적 서류가 올바르게 작성되었는지 확인하고 공증하는 것까지 포함하며, 장례 전반에 걸쳐 고객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이지 프렌들리 인증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시니어가 이용하기 편리한 레스토랑처럼 시니어에 친화적인 서비스나 상품 등에 인증마크를 달아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인증을 받은 기업 및 가게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니어를 배제해서는 더 이상 기업과 사회가 성장할 수 없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갈망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인지 다각도로 살펴야 할 시점이다.


 

업데이트 2023-03-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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