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에 적응함을 넘어, 그보다 한발짝 더 앞서 나가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사회다.
한전MCS㈜ 구미지점은 직접 가가호호 방문해 이뤄졌던 전기검침 업무가 점차 디지털화됨에 따라 변화와 성장을 고민했고,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및 교육훈련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시대의 변화, 혁신은 의무다
한전MCS㈜(이하 한전MCS)는 2019년 3월 25일 한국전력이 100% 출자한 자회사다. 주요 업무는 전력량계 검침 및 점검,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전기요금 체납고객 관리, 전기사용고객 자원관리를 위한 현장 조사와 고객 편의를 위한 전력 현장서비스 등으로 전기를 쓰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일상 서비스다. 이는 사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며 세월이 흘러도 그 내용에 큰 변화가 없는 업종 중 하나였다. 한전MCS 구미지점 직원 대부분이 오랜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자 중장년층으로 이루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 산업계에 걸쳐 도래한 디지털 전환의 흐름은 전통적인 전기 검침 업무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AMI(지능형 전략계량 인프라) 확산과 언택트·스마트 전자 창구로의 전환에 따라 검침 업무 역시 디지털화되었습니다. 일일이 가정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원격으로 검침 업무가 가능해진 거죠. 검침원을 통해 전달하던 우편물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우체국 이용 시스템이 서서히 도입되고 있어요. 한마디로 직원들의 노동력으로써 이뤄졌던 업무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경우 구미지점장의 설명대로, 이러한 변화는 지점에 혁신을 요구했다. 기존사업이 아닌 신사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야 했고, 직원들에게도 기존에 해오던 것을 넘어선 새로운 업무역량이 요구됐다. 무엇보다 검침 업무의 디지털화에 따라 잉여 노동력에 대한 ‘해고’가 아닌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었다. 사업전환과 인재양성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숙제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인재양성이 곧 미래다
사업 기조가 바뀌면 당연히 조직원의 마인드도, 능력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한전MCS 구미지점의 경우 전기·통신 관련 자격증 취득이 필수적임을 인식했고 이는 자연히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및 교육훈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우선 전력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그에 맞는 새로운 사업의 시작을 위해 최소한의 조건인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했지만, 절대 쉽지 않았다. 구경희 차장이 지난했던 준비 과정을 회고했다.
“시작부터 녹록하지 않았어요. 먼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했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학원에도 다녀야 했지만,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딱 맞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지요.”
정경우 지점장은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을 ‘동기 부여’라 생각했다.
“직원들이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먼저 회사가 처한 현실을 명확히 얘기해주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했어요. 직원 평균 연령은 높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지요.”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구미지점은 고용노동부,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등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구미지점 내 학습동아리를 개설하는 한편 구미 폴리텍대학과 MOU를 체결해 저녁 시간 및 주말을 이용한 자격증 취득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 모든 시스템에 관여하며 시험 대비 특강을 해주는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지원을 해주었다.
과정을 시작하자 특히 여성 직원들이 큰 의욕을 보였다. 주말을 온전히 반납하고 아침 9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엉덩이가 무르도록 앉아 있어야 하는 긴 학습 시간 속 서로를 독려하고 응원하면서 함께 발맞춰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론뿐만 아니라 배전판을 만져봐야 하고 전선도 다뤄야 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여고생들처럼 우르르 모여서 공부하니까 재밌더라고요. 나만 시험에 떨어지면 무슨 망신인가 하는 걱정에 다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정년퇴직도 얼마 안 남았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냐는 말도 들었지만 단 1년을 일하더라도 자격증이 있는 게 낫지 않겠냐며 모두가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교육에 가장 열성적으로 임했던 직원이자,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 양점숙 과장이 환하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마침내 구미지점은 직원 38명 중 23명이 교육 과정 수료, 그중 10명이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이는 관련 기관은 물론 내외부에서도 모두 깜짝 놀랄 만한 성과였다.
기업과 직원, 함께 미래를 꿈꾸다
회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직원들의 자격증 취득으로 신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은 구미지점은 2022년 한 해 동안 배전공사 안전감시원, 저압 계기 오차시험, 태양광 인버터 저주파수 설정, EV충전소 고객유치 등에 도전해 획기적 성공을 이뤄냈다. 이를 본 타 지점에서도 자격증 취득 붐이 일어나고, 벤치마킹을 위해 직접 찾아오거나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사 역시 포상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젠 자격증 취득을 주저했던 내부 직원들까지 의욕을 보인다.
직원 개개인의 변화도 컸다. 가족들조차도 반신반의했던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 뒤에 자존감과 자신감이 치솟았던 것. 월급에 새롭게 포함된 자격 수당도 커다란 성취였다. 현장에 나가면 작업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논의했고 내심 ‘아줌마’라고 만만히 보던 시선들도 달라졌다. 남동지역본부의 서갑호 차장 역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대를 보면 50대 이상이 70%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본부에서 신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과연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시각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지요. 특히 구미지점은 연령대도 높고, 여성 직원들이 더 많았으니까요. 그럼에도 이렇게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주셔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객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한국전력공사의 공익성과 기업성, 에너지 산업계의 전문성 그리고 4차 산업형 융복합 기술을 연결하는 인적·기술적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한전MCS 구미지점.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및 교육훈련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그들이 고객 행복 전력 서비스와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개척자로서 그려갈 내일이 기대되는 순간이다.